진실에 갇힌 남자 스토리콜렉터 8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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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발다치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시리즈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주인공이다.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기억한다. 자신이 기억한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을. 일종의 병인데 '과잉기억증후군'이란다. 사실 기억이라는 것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이 추가되면서 과거의 것이 망각되는게 일반적인데 이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그냥 그대로 쌓인다는 것이다. 


단순히 쌓이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상황을 사진기로 찍은 듯이 자세하고 세세하게 머리에 저장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수많은 사진을 컴퓨터 저장장치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 불러오는 식이다. 이것이 사람 머리에서 작동한다는 것은 사실 끔찍하다. 사람에게는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많을 수가 있는데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잔인하게 살인 당한 것을 그대로 머리 속에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죽지 못해 사는 것과 다름 없다.


스스로 삶을 포기할 법한 상황이지만 어찌어찌 다시 사는데 단순히 사는 것이 아니라 나쁜 놈들을 잡은 경찰로 돌아간다. 일선 경찰서의 형사가 아니라 FBI에 협력하면서 사건을 해결해 간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의 딸인 몰리의 14살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다. 고향에 있으면 그 끔찍한 기억으로부터 고통을 받을 것인데 그렇게 가는 것을 보니 어느 정도 감수할 만한 마음의 준비가 된 것인지 모른다.


그렇게 딸의 무덤 앞에서 슬픔에 잠겨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온다. 메릴 호킨스. 데커가 신참 형사였을 때 검거한 살인자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 받았는데 암 말기라서 석방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무죄라면서 진실을 밝혀 달라고 한다. 하지만 당시 모든 증거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너무나 명확했던 사건이었는데 바로 그때 호킨스가 살해 당한 채로 발견이 된다. 


이제 죽을 날을 받아 놓은 말기 암환자에게 누가 왜 살인을 저질렀을까. 이것이야말로 호킨스 사건에 다른 것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데커는 다시 그 재수사에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데커가 어떤 것을 아는 것을 두려워하는 세력이 호킨스를 죽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간단한 단순 살인이 아니라 뭔가 큰 것이 개입이 되어 있는 것이다. 호킨스는 이 사건과 어떻게 연관이 되었고 그는 진실로 무죄인 것인가. 진실은 무엇이고 어떻게 추적해야 할까.


이야기는 역시나 재미있다. 이 시리즈가 전부 다 흡입력 있지만 이번 책도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된다. 주인공인 데커가 가족이 살인당하는 생각도 하기 싫은 일을 당한 이래로 살아 있는 송장처럼 살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인간적인 면모가 돌아오는 모습을 보인다. 이번 책에서는 그것이 좀 더 명확하게 보이는데 여러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딱딱한 기계가 아닌 마음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인간성이 회복이 되려나. 


어떻게 보면 이 시리즈는 나쁜 범죄자를 잡는 것과 함께 데커의 미묘한 변화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볼 수 있겠다. 데커가 당시에 수사한 것은 나름의 적합성을 가지지만 어쨌든 그가 잘못 판단 했기에 결말이 달라진 것이다. 완전무결하다고 여겼던 자신의 능력에 의문이 생기면서 앞으로도 좀 더 조심하면서 마음이 녹아지지 않을 까도 싶다.


추리적인 재미도 있었지만 역시 사법 체계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기회도 되었다. 데커는 가족 일이 있기 전에도 명석한 일 처리로 이름 높던 형사였다. 비록 그가 신참 형사 시절 이긴 했어도 꼼꼼하면서도 치밀하게 수사해서 범인을 잡았고 그 범인은 죄의 심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을 잘못되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사실 무죄인데 범인이 되는 일은 그다지 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라도 생겨서는 안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그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지은이는 이번 책에 나온 사건을 통해서 과거에는 진실이었지만 그것이 진짜 진실인지는 다시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이 시리즈는 늘 기대를 갖게 하고 실망이 없다. 기본적인 설정만 이해하고 읽는다면 시리즈 어느 편부터 읽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있게 전개가 된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조금만 더 더 하다가 끝까지 읽게 하는 마력이 있는 책이다. 시리즈 모두를 읽는데 후회가 없을 책이라서 다음 시리즈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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