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라스트 캠페인 - 미국을 완전히 바꿀 뻔한 82일간의 대통령 선거운동
서스턴 클라크 지음, 박상현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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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만큼 부질없는 것도 없다. 이미 일어난 역사에 대해서 자꾸 만약을 가져오면 현재와 미래가 부정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자꾸 만약을 이야기한다. 너무나 아쉽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현재와 미래가 안 좋기 때문이다. 그 때 만약 그랬었더라면 지금은 훨씬 좋게 되었을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기에 가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라는 가정을 할 때 그 아쉬움의 강도가 큰 사건 중에 하나가 미국 대통령 선거 중 암살당한 로버트 케네디의 이야기다. 그때가 1968년이었고 그 때 그가 하지 못한 일이 그 이후에도 이루어지지 못해서 지금까지도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이다. 로버트 케네디가 하지 못했어도 그 이후에 누군가가 했다면 덜 아쉬웠을지도 모른다. 조금 늦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과거와는 달라졌으니까. 그러나 그가 죽어서 못 했던 일들이 아직도 못하고 있다면 그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로버트 케네디는 저 유명한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동생으로 그의 형이 대통령 이었을 때는 법무부 장관으로써 민권 법안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은 1,2차 세계 대전을 통해서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했지만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민권 사상은 그다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었다. 바로 흑인 차별 때문이다. 미국의 역사에서 흑인들은 노예로 존재했었고 긴 세월 동안 그들은 인간성을 무시당해왔다. 그것이 링컨 대통령을 통해서 노예 해방이 되긴 했으나 말 그대로 노예 신분에서 해방된 것 일뿐 여전하게 차별이 행해지고 있었다. 


그것이 케네디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실질적인 민권 의식이 고취되고 관련 법안들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렇게 몇 년 분위기를 만들어갔었더라면 미국 사회는 훨씬 더 발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당시 미국 백인들의 다수는 그런 분위기를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단순한 반대가 아닌 실력 행사로 나타났다. 당시 미국은 인종 차별 문제와 함께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가 사회 운동으로 번져서 명분 없는 전쟁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존슨 대통령은 전쟁 종식에 미온적이었고 그 때문에 수 많은 젊은이들이 이국땅에서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 선거는 다가오고 있었고 로버트 케네디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형의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했고 같은 생각으로 여러 정책을 주장했던 그로써는 형의 암살로 좌절된 형제의 이상을 자신이 완수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편히 살자고 했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지만 시대적 사명이 그를 대선으로 나오게 한 것이다. 


책은 로버트가 대통령 선거에 나오게 되는 과정부터 이야기하는데 형인 케네디 대통령과는 달리 그는 처음에는 대중적인 지지가 그리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사람들이 잘 몰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자신의 생각이 대중들에게 잘 스며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 와중에 베트남 전쟁에 반대한 유진 매카시가 나름의 지지를 받자 자신의 생각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 질 수 있다고 확신한 것 같다. 그를 비난한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매카시의 반응을 보고 출마를 했다고 기회주의자라고 비난 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 대선은 지금과는 다르게 당 지도부가 대통령 후보 경선을 좌지우지 할 수 있었다. 각 지역의 중심 정치인이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당내 기반이 약했던 로버트 케네디로써는 전국을 돌면서 대중 유세를 통해서 자신의 인기를 불러일으키고 이것으로 당지도부를 압박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전국으로 자유 유세를 떠났는데 사실 이것이 쉬운 것이 아니었다. 많은 지역을 방문하면서 유세를 한다는 것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암살을 당할 위험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위험은 얼마 가지 않아 흑백 차별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암살로 나타났다. 로버트가 법무부 장관으로 있을때 그들은 불편한 사이가 된 적도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사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고 있었는데 늘 목숨을 위협 받던 킹 목사가 결국 암살을 당하게 된다. 로버트에게는 큰 동지를 잃은 셈인데 그 보다는 미국 전역에 걸쳐서 흑인들의 소요가 일어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인디애나폴리스의 흑인 거주 지역에서 유세를 할 계획이었는데 아무리 그라고 해도 흑인 폭동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던 급박한 시기였다.


하지만 그는 유세를 강행했고 그 유명한 인디애나폴리스 연설을 통해서 킹 목사를 추도함과 동시에 진정한 정의를 말하며 대의를 호소했다. 전국이 폭력 시위로 얼룩진 가운데 인디에나폴리스에서는 대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소요 사태가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흑인들이 그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이라는 큰 고지를 향해서 차근차근 나아가던 그였다. 늘 암살의 위험이 있다고 했지만 그는 꿋꿋했고 결국에 총탄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때가 1968년이고 미국은 그때 이후로 50년이 흘렀지만 조금의 진전은 있었겠지만 크게 변화하지 못하고 말았다. 로버트 케네디 만큼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대선에 출마한 것 자체가 해프닝 같았던 트럼트가 대통령이 되는 오늘날을 맞이했다. 어떻게 50년동안 로버트 케네디를 잇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의아스러울 정도다.


책은 대통령 후보 선거 기간인 82일간의 극적인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존 F 케네디에 비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로버트 케네디의 면모를 알 수 있게 했고 당시의 급박했던 선거 운동 이야기를 흥미롭게 잘 그려냈다. 원작도 좋겠지만 옮긴이가 미국 현대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잘 알 수 있게 상세한 부가 설명을 통해서 쉽고 재미있게 잘 번역했다. 지난 시기가 아니라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면서 역동적인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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