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경찰 - 포도청을 통해 바라본 조선인의 삶
허남오 지음 / 가람기획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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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경찰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일 때만 좋을 뿐 가까와서 좋을 것 없는 존재다. 직업이 안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좋은 일로 경찰을 자주 만날 일은 없기에 경찰을 자주 만난다는 것은 그만큼 안 좋은 일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광복 이후에 새로운 민주 공화국의 경찰이 생겼지만 그 근간은 일제 시대에 있었던 치안 제도를 그대로 이어 받은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경찰 제도가 없었겠는가. 경찰이라는 조직은 근대 이후로 체계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비슷한 제도는 있었다. 일제에 의해서 명맥이 끊겼지만 전 시대인 조선에는 포도청이라는 사법 기관이 있었던 것이다.


이미 드라마나 문학 작품등에 많이 나와서 포도청이나 포도 대장 이런 것에 낯설지는 않다. 그러나 이 포도청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기능을 했는지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조선 시대의 경찰 조직이 어떠했는가를 살피면서 그 속에서 당대인들의 삶을 엿보는 기회를 주고 있다.


우선 책은 철종때 포도청 습격 사건을 통해서 당시 사회를 살펴 보고 있다. 궁궐을 수리하기 위해서 전국에서 목수들을 불러 모았는데 일종의 상납 관계에서 문제가 생겨서 목수들이 경찰을 때려 잡는 일이 생겼던 것이다. 기세 등등 했던 일당들에게 눌려서 처음에는 달아났지만 결국 포졸들을 동원해서 주모자를 잡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선이 건국하고 가장 긴급했던 것은 왕궁의 방비였을 것이다. 혁명을 일으킨 만큼 그것에 불만을 품은 자들이 궁궐로 향했을 것인데 그것을 막기 위해서 초기의 경찰 조직이 생겨났다. 곧 정국이 안정되면서 민생을 살피기 위해서 포도청이라는 정식 경찰 조직이 이어졌던 것이다. 당시에는 도둑이 극성을 부렸는데 이것을 그대로 두면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기에 당시 조정으로써는 이 도둑을 잡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것을 통해서 순찰을 도는 제도도 생겨났고 궁궐을 수비함과 동시에 당시 서울인 한양의 치안을 방비하면서 경찰의 체계가 잡혀 갔던 것이다.


서울에는 포도청이 있었고 지방에는 중영청이 있어서 각 수령과 함께 사법 기관으로써의 기능을 했지만 사실 포도청은 서울과 그 인근지방에 국한된 기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포도청의 존재 의의가 지금 같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왕권을 수호하기 위해서였기에 일단 한양을 잘 지키는게 일순위였다. 서울은 한성부라는 지금의 특별시청같은 조직이 있었는데 한성부에서도 치안을 담당했는데 한성부보다 포도청이 좀 더 전문적인 수사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는 임시적인 성격이 강했던 포도청이 어떻게 상설 기관이 되었는지를 과정을 잘 알려주고 있는데 오늘날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분야에서 임무를 이행했다. 오늘날로 치면 일반 경찰에다가 사법경찰 ,경제경찰, 풍속경찰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백성들과 밀접한 곳에 있었던 것이다. 


포도청은 구한말 근대식 경무청으로 제도가 바뀌게 된다. 옛 제도를 근대식으로 잘 바꾸었는데 만일 일제가 없었다면 전국적으로 더 나은 경찰 제도가 확립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제가 침략하면서 포도청으로 시작해서 경무청으로 이어진 조선의 경찰 조직은 끝나고 말았고 우리나라는 일본식의 경시청이 생기면서 경찰에 대한 악랄한 이미지가 생겨나게 되었다. 사실 경찰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는 일제때 만들어진 것은 맞지만 그걸 그대로 이어온 것은 지난 시절 독재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했던 지금의 경찰이다. 경찰이 스스로 독립하지 못하고 정권의 향배에 따라 가서 일제를 청산하지 못하고 최근에 들어서야 어느 정도 이미지가 회복된 것이다.


책은 사실 읽기 쉽지 않다. 지은이가 경찰 출신인데 조선 시대 경찰 조직을 상세하게 잘 설명하긴 하지만 각 장이 따로 떨어져 있는 느낌을 주고 건조한 문장이라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다. 몇가지 일화들로 읽는 재미를 느끼도록 했지만 내용 자체가 조금 어렵다. 하지만 1800년대에야 생겨났던 서양의 근대적인 경찰 제도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수 백년전에 상설 경찰 조직이 있었다는 점에서 조선의 경찰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를 주고 있다. 경찰 제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조선 경찰의 역사를 살필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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