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촉오 삼국사 - 중세 봉건시대의 개막, 184-280 역사 모노그래프 4
허쯔취안 지음, 최고호 옮김 / 모노그래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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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설 중에서 가장 많이 읽힌 소설 중의 하나는 삼국지가 아닐까 싶다. 이미 조선 시대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현대에 와서도 여러 작가들에 의해서 출판이 되었었는데 언젠가 입시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엄청나게 팔렸던 적도 있었다. 위,촉,오 세나라의 흥망을 다룬 삼국의 역사를 바탕으로 소설화했는데 매력적인 인물도 많이 나오고 이야기 구조가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어서 한번 책을 잡으면 밤새워 읽는 대표적인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역사책이 아니다. 역사를 바탕으로 했다고 했지 역사서가 아닌 것이다. 원래 이름은 '삼국지연이' 인데 편하게 삼국지 삼국지 하다 보니 사람들은 이 소설이 진짜 역사인냥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소설 삼국지가 그렇다고 엉터리라는 말은 아니다. 과장하거나 생략하거나 하는 부분이 있긴 해도 기본적으로는 정사를 바탕으로 써서 당시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알수는 있다.


그럼 실제 삼국의 역사는 어떨까. 소설 삼국지의 내용이 역사 삼국사의 내용과 얼마나 차이가 날까. 소설 삼국지를 여러 번 읽다 보면 실제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이미 삼국사를 역사적으로 알려주는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위촉오 삼국의 역사 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학자의 책이라서 가치가 있다.


사실 우리가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지만 삼국사는 역사적인 의미로 본다면 큰 의미를 가지는 시대는 아니다. 위촉오가 쟁투한 시기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삼국을 통일한 진 또한 통일 국가로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중국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것이다. 문화가 크게 발달했다거나 위대한 발명을 했다거나 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그 뒤를 이어서 수백년 지속되는 남북조 시대의 선행시대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위진남북조 시대라고 많이 배웠다.


그러나 이 시대만큼 드라마틱한 시대가 또 있었을까. 어찌보면 짧은 시기였기에 한 세대를 아우르면서 그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이다. 100년 남짓한 한 세대의 기간이기 때문에 한번에 읽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이 시기를 다룬 역사서로는 '진수'의 '삼국지'가 유명하다. 어찌보면 이 시대를 대표하는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역사서를 더 보충하는 의미로 책의 내용에 주석을 단 '배송지 주석본 삼국지'가 더 중요한 사료가 아닐까 싶다. 지은이는 이런 여러가지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철저하게 객관적인 입장에서 삼국의 역사를 재현해 낸다.


지은이는 위촉오 삼국사의 시초를 황건적의 난으로 보는데 이 난이 당시 한나라의 붕괴를 재촉하게 되었고 삼국사의 주요 인물들이 이 시기에 나타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소설 삼국지도 이때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시대를 보는 눈이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하겠다.


황건적의 난이 일어난 것은 기본적으로 당시 조정의 무능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황제는 가진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고 오히려 환관이 황제를 등에 입고 전횡을 두르고 있었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나라가 흥할때는 환관이 보이지 않았고 나라가 망할때는 환관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도 그러 했다. 환관이 황제처럼 농단을 부리고 있으니 나라꼴은 엉망이 되고 반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왕조의 망할 운명은 아직 때가 아니었는지 황건적은 진압이 되었다. 그러나 황실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무엇보다 천자가 유력 신하에 의해서 사실상 인질로 잡혀있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바로 조조의 등장이다.


책은 소설에서 봤듯이 황건적의 반란과 그것을 진압하기 위해서 출정한 동탁, 그리고 역적 동탁을 물리치기 위한 지방 군벌들의 봉기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 천하를 놓고 조조와 원소가 벌이는 한판인 관도대전까지 역사적 사실을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어서 강동에 눈을 돌린 조조가 유비와 손권 연합군에게 대패하는 과정까지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에서는 유비군이 결코 약한 군대가 아니었음을 이야기한다.


유비가 확실한 근거지가 없이 여기저기 떠돌긴 했지만 휘하에 거느리는 장졸이 적지 않았고 형주의 정통 후계자인 유기의 지원도 받았기에 손권군에 비해서 손색이 없었던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는 손권이 군대를 대고 전략은 제갈공명이 만든 것처럼 나오지만 실제로는 거의 공평하게 군대를 동원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적벽대전에서 승리하고 형주 남부를 차지한 것은 유비의 노력때문이지 손권이 빌려줘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부 땅을 빌려주긴 했어도 소설에서처럼 아무런 공도 없는데 빼앗은것은 아님을 알려주고 있다.


책에서는 대략적으로 소설의 사건 순서와 비슷하게 전개시키고 있어서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내용을 떠올리면서 비교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소설적인 내용을 빼고 일어난 사실들만을 쓰고 있어서 빠르게 읽어내려갈 수가 있는 것이다. 각 인물은 소설에서 너무 치켜세우거나 평가절하한 부분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제갈공명은 중국 역사상 최고의 재상중의 한 명으로 일컬어진다. 지은이도 공명이 대단한 능력자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군사적인 책략가는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실제로 유비가 죽기 전까지 군사적인 일은 유비가 다 결단을 했지 공명이 개입하는 것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유비가 죽고 난 후에 행정적인 것과 군사적인 것을 모두 공명이 행사했다. 


그러나 사실 공명이 여러번의 북벌을 단행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음을 볼때 대단한 군사 전략가는 아니었음을 알 수가 있다. 한나라가 들어설때 유방에게는 군사로써는 장량이 있었고 행정으로써는 소하가 있었다. 전쟁은 단순히 전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후방 지원이 매우 중요한데 공명은 장량이기 보다는 소하스타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부하를 잘 발탁하고 적재적소에 쓰는 능력은 유비에 떨어진다.


소설 삼국지에 비해서 역사 삼국사가 아주 많이 다른 것은 아니다.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 사용된 것을 걷어내고 보면 역사적 사실에 많이 따라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소설은 소설일뿐 소설로 역사를 보면 안된다. 사람만 좋아보이던 유비가 사실은 대단한 능력자였고 관우는 형주를 지킬 능력이 안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유비의 촉이 약했기 때문이다. 유비와 공명의 노력에 의해 어찌해서 삼국 정립은 이루었으나 실제로 오와 촉을 합친 국력은 위에 한참 못미쳤다.


촉의 유비와 오의 손권 당대에는 세상이 안정되어 사람들이 그래도 살기가 좋았다. 그러나 그들 사후에 오와 촉에는 무능한 군주들이 이어져서 세상은 혼란스러웠다. 조조의 위는 결국 황제를 찬탈하지만 그 또한 오래가지 못하고 사마씨에게 넘어갔고 삼국을 통일한 사마씨의 진도 결국 무너지고 만다. 삼국의 안정된 정립기와 짧은 통일기는 백성들에게 살기 좋은 시절이었다. 지은이는 촉과 오의 성립이 과연 백성들에게 얼마나 좋은 일이었을지에 대한 의문을 은연중에 내비치는것 같다. 정통의 왕조가 일찍 통일을 했다면 백성들이 더 평화롭게 살았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는 건 아닌가도 싶다. 


책은 방대하다. 비록 100년 남짓의 시기를 다룬다고 해도 위촉오 각 왕조별로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고 여러가지 지도와 관련 자료를 싣고 있어서 내용이 제법 길다. 소설 삼국지를 읽었던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책이다. 소설에서는 이랬는데 실제로는 어떻다라는 것을 잘 알 수가 있다. 삼국의 역사와 관련해서 여러 책이 있지만 삼국사 통사로는 이만한 책도 없을 꺼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 삼국지 내용을 아는 사람이라면 무난히 읽을 내용이지만 모르는 사람이라면 쉽게 읽히는 것은 아니고 중간 난이도 정도의 읽기 같다. 책 편집이나 번역도 괜찮은 편이고 책 뒤에 있는 연표와 찾아보기 등의 부록이 알차다. 옮긴이의 해설도 좋으니 그것까지 다 읽으면 좋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195684)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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