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 -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의 결정적 순간들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
마이클 돕스 지음, 허승철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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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미소 대립은 매일 뜨는 태양처럼 늘 존재하는 상황이었고 그것이 흔들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북한과 현실적으로 대립하고 있어서 많이 의식하지 않아서 그렇지 미소 냉전은 지구 멸망 끝까지 갈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냉전이 끝났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초기 자본주의의 여러가지 큰 문제점으로 인해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는 어찌 보면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었다. 막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인간이 아닌 자본가의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든 그것을 타파하기 위한 사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마르크스의 공산주의 이론이고 이것이 실제적으로 출연한 것은 바로 소련이다. 러시아 황실의 무능과 폭정으로 혁명이 일어나고 결국 붉은 군대가 소련을 세웠을 때 모든 세상은 곧 공산화가 될꺼라 믿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오래갈 수 없는 상상의 체제였다. 인간 기본의 의식인 '욕망'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소련이라는 덩치 큰 국가에서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련이었기에 그나마 버틴 거지 아니면 벌써 무너졌을 것이다. 이 체제는 처음에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어서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성을 존중하지 않는 시스템은 결국 모두에게 불만을 갖게 하고 그것이 합쳐질때 무너지게 되어 있다.


이 책은 그런 소련의 냉전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망하게 되는지에 대한 상세한 다큐멘터리다. 이미 시리즈 1편과 2편을 통해서 냉전의 시작과 중간을 잘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은 시리즈의 마지막으로 냉전이 끝나기 전 시점부터 끝날때 까지를 알려주고 있다.


미국이 70년대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져서 허우적 대다가 겨우 겨우 발을 빼는 것을 봤으면서도 소련은 똑같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 문제는 소련은 소련이지 미국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군사력이 강해도 기본적으로 미국에 비해서 재정적인 면이 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밑도 끝도 없는 전쟁에 휘말리게 된 소련은 이 전쟁으로 인해서 수많은 사상자와 함께 체제 붕괴의 서막을 열게 되었다.


한편 점점 더 서방과의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고 전쟁으로 인해서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이 난국을 타개 하기 위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소련 최고 지도자인 서기장은 흐루시초프 이후로 늙은 통치자들이 지배했는데 소련 몰락의 기세를 막을 능력은 없었다. 그중 안드로포프가 개혁의 뜻을 보이긴 했지만 얼마 못가 사망하고 실제적인 개혁은 고르바쵸프의 시대가 와서야 이루어졌다. 농업쪽에서 일도 했었던 고르바쵸프는 소련의 생산성이 형편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소련의 안에서 부터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소련의 앞날은 개방과 개혁뿐이라고 여겼던 이 젊은 서기장은 미국과 군축을 협상하고 여러 서방세계와 협력을 다짐했다. 절대로 교류하지 않을 것 같았던 우리나라와도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서울 올림픽에 참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소련을 살리기 위해서 개방을 했던 것인데 결국 그것 때문에 해체가 되고 말았다는 것을. 


수 십년 동안 인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 이론을 말살했던 소련에서 급속한 개방 개혁은 다른 결과를 일으켰다. 폴란드는 자유 노조를 결성하고 공산당을 몰아낼려고 했고 다른 동구권 국가들도 소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기지개를 펼치게 되었다. 서방의 지원으로 경제를 살리려고 했지만 이미 망가진 소비에트식 경제는 소생하기 어려웠고 모든 사람들에게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고르바쵸프에 반감을 가진 공산당 내부와 군부의 협력으로 반란이 일어난다. 하루아침에 고르바쵸프는 실각하고 옛 체제로 돌아가는 듯 싶었다.


그러나 비록 경제 재건에 실패를 하긴 했지만 고르바쵸프가 뿌린 개방 의식은 소련 국민들이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게 했다. 옐친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반란을 진압하게 되었고 고르바쵸프는 돌아왔지만 옛날의 힘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1991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공식적으로 세계 최초이자 최대의 공산주의 국가가 종말을 맞게 된다. 


책은 미소 냉전이라는 큰 틀에서 소련이 어떻게 변모해나가고 어떻게 몰락하게 되었는지를 흥미롭게 잘 설명해주고 있다. 지은이가 소련 주재 미국 기자인데 역사의 순간에서 직접 겪은 일들과 여러가지 자료들을 잘 배합 해서 바로 앞에서 보는 듯이 상세하게 잘 재현해 냈다.

냉전이라는 오랜 기간의 일들을 한번에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여러가지 알아야 할 사실들이 많아서 쉽게 알 수 없는 역사인데 기자답게 중요한 핵심적인 일들을 중심으로 현장감있게 잘 표현을 해서 냉전 시대는 어떠했는지를 잘 알 수 있게 했다. 제정 러시아를 이은 소련 이라는 나라의 역사를 딱딱하게 나열하는 역사책이 아니라 어떨때는 르포같고 어떨때는 다큐같은 느낌을 주면서 소비에트 냉전의 시작과 끝을 잘 풀어낸 역작이다. 번역도 매끄러워서 이 시절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시리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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