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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들의 참모
신영란 지음 / 아이템비즈 / 2019년 12월
평점 :
권신은 권력을 가진 신하를 말한다. 그런데 권신이 그 권력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왕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참모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간신이자 역적이 될 수도 있다. 역사상의 수많은 권신들을 통해서 그들이 결국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잘 알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고려와 조선의 역사를 보면 훌륭한 군주 곁에는 좋은 참모가 있었고 나라를 망치게 하는 군주 곁에는 군주의 눈을 흐리게 하는 간신들이 있었다. 좋은 신하가 있으면 역사가 발전하게 되지만 그 반대일때는 역사가 후퇴하거나 왕조의 운명이 흔들리는 것이다.
후삼국시대를 끝내고 고려 왕조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좀 더 진전된 시대가 되었음을 말한다. 고려를 세운 태조 왕건은 원래 송악의 토호였다. 후삼국 시대의 강력한 나라였던 후고구려의 왕 궁예의 일등가는 참모였다. 실제로 왕건이 전국을 누비면서 후고구려의 영역을 넓히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궁예는 외부가 아니라 스스로 무너졌고 왕건을 좋은 참모로 활용하지 못하고 패망하고 말았다. 어찌보면 궁예의 그릇이 그것밖에 안된다고 볼 수 있겠지만 왕건의 진가를 못 알아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왕건은 궁예에 의해서 기용되었던 최응과 유금필을 중용함으로써 그들의 충성을 일으켜 세웠다. 궁예처럼 믿지 못하고 능력을 방치한 것이 아니라 덕으로써 그들을 감읍시키고 계속해서 그들에게 믿음을 주었기에 왕건에게 큰 힘이 된 신하들이 된 것이다.
물론 믿음을 주고 의지를 했는데도 배신을 한 신하가 있으니 고려 중기의 이자겸이다. 이자겸은 문종때 명참모였던 이자연의 후손이다. 이자연은 인주 이씨의 전성 시대를 이끌어낸 인물인데 문종이라는 지혜로운 군주 아래에서 영민하게 잘 처신해서 자신은 물론 가문의 영예를 일으킨 사람이다. 그의 후손이 이자연만 했으면 좋았겠지만 이자겸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신임하는 왕을 정성스럽게 모시는게 아니라 스스로 왕처럼 굴다가 기여코 왕이 될려고 했다. 다행히 그의 수하였던 척준경에 의해서 모반이 진압이 되었지만 이때 이후로 고려의 국운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조선 초중기의 최고의 권신이라고 한다면 정도전과 한명회다. 정도전은 그야말로 조선의 설계자다. 이성계의 군부가 고려를 무너뜨리긴 했지만 그 모든 계획에 정도전이 있었다. 그리고 조선이 건국되자 모든 문무의 기초와 궁궐 등 조선 왕조의 체계를 정도전이 다 짜서 실행했고 그것이 조선 내내 이어갔다. 그러나 너무나 욕심을 냈을까. 왕위 계승과 관련해서 순리를 따르지 않고 어린 왕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는데 앞장섬으로써 결국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한다. 정도전은 권신이었지만 간신이 아닌 명참모였지만 마지막의 선택은 아쉬운 점이 있다.
한명회는 한미한 벼슬에 있었지만 수양대군을 도와서 왕을 만들어낸 세조의 최측근이자 당대 최고의 권력가였다. 그는 세조뿐만 아니라 그 뒤를 이은 왕들도 섬기면서 권력을 누렸다. 그의 힘이 워낙 막강했기에 후대의 왕들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는 수양대군을 왕으로 올리는것만 했지 정치를 진보시키지는 않았다. 그저 권력욕에 취했을 뿐이다. 그래서 결국에는 연산군에 의해서 부관참시를 당하게 된다. 그는 능력을 권력을 쌓는데만 썼을뿐 백성을 위하거나 덕을 쌓는데 쓰지 못했기에 그런 치욕을 당하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고려와 조선의 여러 권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중요한 인물들을 위주로 엄선해서 역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대략적으로 들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책에서는 그들의 업적을 중심으로 그들이 어떻게 군주를 대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때로는 충신으로 때로는 간신으로 남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을 대한 왕들이다. 세종대왕같은 명군이었다면 그들은 최소한 간신은 되지 않았을꺼고 고려의 의종이나 조선의 연산군처럼 암군이었다면 마음먹기에 따라서 최악의 간신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리 잘난 신하라고 해도 그들이 섬긴 왕에 의해서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은 왕조 시대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책은 어렵지 않게 잘 쓰여졌다. 고려와 조선의 중심되는 인물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역사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해서 좋다. 아주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라서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도 흥미롭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중간 중간 오타가 있는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