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호로 보는 분단의 역사
강응천 지음 / 동녘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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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나라 이름은 대한민국 이고 북한의 나라 이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사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이야 우리가 늘상 써왔으니까 이상할 것이 없는데 왜 북한은 그렇게 긴 나라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어렸을때 궁금했던 적이 있다. 게다가 공산국가인데 왠 민주주의? 그리고 망한 나라인 조선을 맨 앞에 쓴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했었다. 나이가 들어서 대충 그 이유를 알게되었지만 이번에 나온 책은 그런 의문에 대해서 아주 세세하고 차근차근하게 잘 답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제 이 '국호'만 떼어서 국호를 정하는 것에서도 남북 분단의 씨앗이 되었음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나라의 이름을 정하는 것은 쉬운것이 아니다. 나라를 세운 사람들의 이념과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담는다는 점에서 그것을 뜻하는 이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가 건국했을때 이념은 옛고구려를 계승하고 통일 왕국을 세운다는 뜻이 들어가서 그렇게 지은 것이다. 남한의 대한과 북한의 조선도 단순하게 지은것이 아니라 분명한 의미를 가지고 지어진 이름이다.

 

우선 우리의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살펴보면 일단 '대한'은 구한말 대한제국 시절의 그 '대한'에서 따온것이 맞다. 하지만 '한'은 그전에 삼한 시대에 있었던 그 한으로부터 연유가 되었다. 일단 중국으로부터 독립된 나라임을 선포한 대한제국을 잇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민족적인 의미도 있었다. 일제에 의해 빼앗긴 '한'국을 새로 새운다는 의미도 있었다. 그것이 집약되어 나타난 것이 3.1 운동뒤에 결성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이다. 국호를 정할때도 상당한 격론이 있었다고 하니 허투로 지어진 이름은 아니다.

 

그러나 나라가 망한 후 처음으로 세워진 통합된 임시 정부는 독립 방향을 놓고 내분이 일어나고 만다. 당시 임정 주류의 외교론에 맞서서 더 강한 투쟁을 원했던 사람들과의 견해 차이가 심각했던 것이다. 그것에 불을 지핀것이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의 '위임 통치 제안설' 이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이승만이 미국더러 한국을 위임 통치 해달라고 한 것이다. 이것이 폭발하면서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회의가 열였지만 임정을 개혁하자는 개조파와 임정을 대신할 새로운 독립운동의 지도기관을 세우자는 창조파로 나누어져서 끝내 분열되고 말았다.

 

이 분열은 다시 봉합되지 않았고 비타협적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자들은 점점 임정에서 멀어져갔다. 그때부터 단체 이름이나 국호를 '한'이 아닌 '조선'을 주로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1940년대에 김원봉과 일부 좌파세력이 임정에 합류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좌익 계열은 조선을 썼다. 물론 좌익 계열이 대한에 처음부터 거부감을 보인것은 아니다. 처음에 임정이 결성될때도 큰 문제가 없었고 한국인 최초의 사회주의 정당을 창립했을때 이름은 한인사회당이었다. 그 뒤로도 좌우합작을 할때는 대한을 쓰는데 큰 반대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좌익은 우익이 사용하던 한을 버리고 조선 그것도 봉건 왕조였던 조선이라는 이름을 쓰려고 했을까. 그것은 대한제국을 계승할려고 했던 우익에 비해서 좌익은 계승 의식이 없었고 인민대중의 국가를 지향하던 그들에게 당시 조선이라는 이름이 친숙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외로 당시 일제하 민중들에게 대한이라는 이름은 그다지 친숙하지 않았고 일제 전의 왕조였던 조선에 친숙했던 것이다.

 

좌익으로서는 우익에 맞서는 선명성을 가질수 있고 민중에게 더 익숙한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독립 운동에 대한 주도권을 쥐려는 의미도 있었을꺼 같다. 그러나 이렇게 국호에서부터 분열된 모습은 나중에 진짜 분단이 되는 단초가 되었다고도 볼 수가 있다. 치고 박고 싸워도 임정 내에서 했어야 하는데 서로 딴 살림을 차리는 순간 다시 합쳐지기는 쉬운일이 아니었다. 당시 임정을 보면 우익쪽의 민족주의계열이 더 주류였는데 이들이 좌익을 더 포용했다면 독립 운동사는 달라졌을것이고 분단의 역사도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분열된 독립 운동을 했지만 어쨌든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는 것이었다. 어쩌면 독립이 되지 않았을때의 국호 논쟁은 큰 문제가 아닐수 있다. 본격적인 문제는 해방후였다. 남과 북에서 모두 통일된 국가가 아닌 단정을 만들려는 분위기가 이루어졌고 좌우의 분열속에서 통합은 쉽지 않아 보였다. 좌우 합작을 하려는 중도세력은 여운형의 암살을 계기로 급속히 세를 잃었고 김구의 임정이 분단을 막아보려고 애썼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남한에는 이승만이, 북한에는 김일성이 대표가 되는 나라가 각각 세워졌던 것이다. 당시 정세가 미소냉전의 기세가 완연히 강해지고 있었는데 그 소용돌이속에서 끝내 분단이 된 것이다.

 

지은이가 말했듯이 대한이던 조선이던 분단을 가정하고 만든 나라이름이 아니었다. 분명한 것은 통일된 조국을 생각하고 지었던 이름인데 그것이 실패로 돌아가고 각각의 나라 이름이 된 것이 참 안타깝다. 그저 '임시'이름이었는데 그것이 임시가 아니라 70년이 흐른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라이름을 지었던 그들은 이렇게 분단이 오래갈줄 상상했을까.

 

책은 남북한의 국호가 어떻게 정해졌고 또 어떤 맥락에서 정해졌는지 전후 사정을 상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독립운동의 방향 설정에서 비롯된 국호 논쟁이 끝내 분단으로 귀착되었고 그 과정의 논의 과정과 이름의 의의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적고 있다. 내용은 읽기 무난한 수준이나 현대사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질수 있을듯도 하다. 그러나 나라이름 국호를 통해서 복잡한 남북 분단의 역사를 조망할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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