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세계사 - 마흔이 되기 전에 갖춰야 할 역사지식
모토무라 료지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의 역사도 수천년의 역사라서 흐름을 알기가 쉽지 않은데 세계사는 뭐 밑도 끝도 없이 내용이 많다. 굵직굵직한 것만 알아도 다 알기 쉽지 않다. 이럴 때는 내가 관심 있는 부분부터 조금씩 알아간다면 전체적인 것도 서서히 알 수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권으로 세계사를 정리하고 싶다면? 그럴려면 아주 핵심적인 부분만 골라서 전체적인 인류의 역사를 기술 하는 책을 읽으면 된다. 그런 종류의 책은 한 권으로 어느 정도 세계사에 대해서 감을 잡을 수 있겠지만 사실의 나열로 인해 금방 지루해지고 읽기가 재미없어진다.

이번에 나온 책은 세계사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역사적 사실들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은이가 보는 관점에서 역사가 어떻게 흘러 가는가를 설명하고 있어서 좀 덜 지루하면서 흥미를 돋게하는 내용이라서 신선한 세계사다.


우선 지은이는 로마사 전문가다. 로마사에 관해서 여러 저술도 있고 로마의 역사가 인류 문명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책 내용에서도 로마의 역사를 많이 인용을 한다. 로마의 역사가 인류사의 축소판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지은이의 생각도 이해는 간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지속되었고 그때의 문화가 아직까지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로마의 역사는 중요하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인류 문명의 발전을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총 7가지 핵심 코드를 통해서 그 발전사를 전개시키고 있다. 그것은 관용, 동시대성, 결핍, 대이동, 유일신, 개방성, 현재성이다. 이 일곱개의 관점에서 본다면 로마사가 딱 들어맞는 역사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이 로마사를 적은 것은 아니고. 지은이는 '모든 역사는 현재사다' 라고 한다. 역사는 한 번의 단절도 없이 지금 바로 이 순간으로 이어지고 연결되면서 나아감으로 늘 현재에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도 현재라는 틀에서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맞는 생각인 거 같다.


첫번째로 관용. 책에서는 아시리아와 로마를 이야기한다. 아시리아는 역사상 최초의 제국으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이 아시리아는 그저 정복만 했을 뿐 피지배인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수가 없었고 그들을 혹독하게 다룬 결과 오래 지나지 않아 반란에 의해서 멸망한다. 그것은 어찌보면 상식인데 그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거 같다. 반면에 로마는 처음에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복한 곳의 시민들을 로마 제국의 시민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에게 로마인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광대한 정복지의 모든 사람들이 로마인으로 살아가게 했다는 것은 그만큼 관용이 깊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로마에 충성을 하면서 로마를 더 살찌우게 하고 더 국력이 커지게 했던 것이다.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로마의 이름이 이어진 것은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관용은 개방성과도 연결이 된다. 로마 이전에 찬란한 문명을 일으켰던 그리스가 결국 대제국이 되지 못한 것은 그리스가 폐쇄적인 정책을 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민주주의와 평등은 그들 내부에서만 인정될 뿐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까지 인정하지는 않았는데 로마는 그와 달랐다. 노예를 제외한 모든 자유민에게 로마 시민권을 부여했다고 한다.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정복한 곳의 시민도 다 로마인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로마는 제국으로 나아갔고 그리스는 그저 작은 폴리스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명이 발달하게 된 여러 요인 중에 가장 큰 것은 '결핍'이다. 인간이 모든 것이 풍족하고 안전한 곳에서 살았다면 문명이 발달하는데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인가 부족하고 또 결핍이 되었기에 그것을 얻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문명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것을 발명하게 된다는 말인데 이것은 결핍과도 연관이 된다.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서 ,덜 죽기 위해서 ,더 살기 위해서, 더 안전하기 위해서, 더 편리하기 위해서 등등 부족한 것을 풍족하게 하고 풍족한 것을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니 여러 가지 문물이 발전하게 되었고 전체적인 문화와 문명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책에서는 대규모 '건조화'때문에 결핍이 되었고 건조화와 결핍을 이겨내기 위해서 큰 강 주위에 모여 살게 되고 그것이 도시, 그리고 도시 국가 그리고 큰 국가로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오래전 유인원이라는 거의 동물과 같은 존재에서 도구를 쓰고 생각을 하며 거대한 문명을 일구게 된 인간이 어떻게 역사를 창조하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일곱가지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는데 인류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게 하는 체계라서 흥미로왔다. 인류 문명은 수 천년에 걸쳐서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왔지만 지은이가 말하는 일곱개의 큰 틀에서 열심히 전개되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책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개별적인 중요 세계사를 이야기 하진 않았지만 우리가 세계사를 바라보는 눈을 넓게 해주는 면이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이 책을 기본으로 각 개별 역사를 본다면 더 흥미롭게 세계사를 바라볼 수 있을꺼 같아서 처음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괜찮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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