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징비록 - 역사가 던지는 뼈아픈 경고장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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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던 우리나라가 수백년동안 호시탐탐 노리던 일본에게 나라를 뺏기는 치욕을 당하고 광복이 된지 이제 반세기가 조금 지났다. 대륙의 중국이나 한때 세계 최강국이었던 몽골에게도 수십년을 버티면서 결코 굴하지 않았던 그 나라가 아니던가. 그것에 비하면 별로 저항다운 저항도 못해보고 나라가 망하고 말았다. 당시 조선은 일제가 아니라고 해도 망해가고 있었기에 그런 저항도 못했던 것이다. 이제와서 그것을 원통하게 여긴들 뭐하겠는가. 이제는 다시 그런 굴욕을 겪지 않기 위해 어떻게 왜 그렇게 나라가 망하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다시는 그런일을 겪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교육이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 하나가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너무 시험위주로 공부하다보니 역사 자체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 그리고 역사가 긴 만큼 배울꺼가 많아서 왕조사 위주로 짧게 짧게 외우는거밖에 안한다. 그러니 맥락도 모르고 뜻도 모르고 역사에서 배우는것도 적다. 배우는 시간은 짧고 5000년의 역사를 알려고 하니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 역사에 멋진면이 있는것도 잘 모르고 반대로 망국의 역사도 잘 모른다. 개인적으로 조선망국사랑 독립운동사를 독립된 교과로 해서 자세히 다루었음 좋겠다. 실패를 알아야 그것을 대비하고 또 독립운동이 어떤건가를 알아야 그 어려움을 알수 있지 않겠는가.

 

이 책은 그중에서 왜 조선이 망해서 지금까지도 그 영향하에 있는가에 대한 고찰로 조선이 혁신하지 못하고 있을때 다른 나라는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우리가 어떤 이유로 뒤쳐지고 일본은 어떻게 발전을 해서 우리를 침략하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 실패의 역사를 알자고 하는건데 지은이는 우리가 서양이나 일본과 격차가 생기게 된 기점을 1453년으로 보고 있다. 그때를 기준으로 우리는 망국의 길로 나아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453년 서양에서는 오스만제국이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에 입성한 해이다. 그리고 혁명적인 사고인 지동설이 발표가 되었고 일본에서는 서양에서 철포를 들여오게 된다. 그리고 운명의 조선은 그때 서원이 세워진다. 서양이나 일본은 혁신적인 발명이나 이론이 정립이 되는데 조선은 성리학의 세계로 더 빠져들어가게 된다. 지은이는 이 차이가 결국 1910년의 치욕을 겪게 되는 기준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좀 비약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이때 이후로 서양은 지리상의 발견을 하면서 국부를 키우게 되고 일본은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서양문물을 자기화하면서 국력을 키워나가는데 조선은 공리공론적인 이론에만 치우치게 된다는 말이다.

 

지은이는 조선 세종때의 눈부신 과학 발전을 소개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축소가 되고 결국에는 사라져버리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때 만든 기구가 수백년동안 방치되다가 그 운용법을 잃어버려서 작동하는 법을 모르는 상태가 되는것도 있었는데 참 한심할 뿐이었다. 기술이란것이 갈수록 좋아져야 하는데 어찌 수백년전의 기술에도 못미칠수가 있을까.

 

이에 반해서 서양은 차츰차츰 기술을 발달하게 되어서 나중에 산업혁명으로 단숨에 동양을 앞서게 되었고 조금씩 서양 기술을 들여오던 일본은 조총을 대량생산, 실제 전투에서도 씀으로써 기존의 전쟁 양상 자체를 바꿔버렸다. 그것을 바탕으로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것을 보면 그때까지도 우리에게 어느정도의 자산이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을 비롯해서 여러 신식 무기들을 보면 확실히 그때는 과거의 전통이 있었고 그런 전체적인 역량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뿐, 말싸움만 하다가 병자호란이 일어났고 어쨌든 평화시대가 도래했지만 더욱 더 성리학 위주의 나라가 되면서 시대를 타지 못했던 것이 결국 망국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싶다.

 

책은 여러가지 면에서 서양 및 일본과 당시 조선을 비교하면서 인식이나 제도면에서 하나씩 뒤쳐진것이 수년이 쌓여서 뒤쳐지게 되는 과정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것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기에 이런일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다음에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할수있으니까.

 

책은 흥미롭게 잘 쓰여졌지만 이 책만 읽으면 안될꺼 같다. 분명 우리역사에는 자랑할만한 일도 많고 승리의 일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오랜 세월을 나라로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의 찬란한 역사도 알면서 이 책의 내용처럼 우리의 못한 점을 안다면 균형있게 역사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은이는 지금 이 시대를 구한말과 비슷하다면서 일본과의 현상황에 대해서 우리의 잘못인양 비판하고 있는데 비록 그 부분은 책에서 한 문장밖에 안되지만 그 주장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현재의 상황을 만든 것은 분명 일본 잘못이고 우리가 이 시점에서 어떻게 대응하는가는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는데 지금 대응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가 예나 지금이나 열강들에게 둘러쌓여서 어려움을 겪을 상황이기에 어떤 정권 탓을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지금 우리의 국력은 구한말이 아니다. 그때보다 훨씬 쎄진 국력이다. 물론 섬세하게 운용해야겠지만 지나친 패배주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책에서 은근하게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지은이가 그만큼 우리나라를 걱정하고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생각해서 쓴 글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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