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 전쟁의 원인과 평화의 확산
아자 가트 지음, 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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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전쟁'이라는 책을 통해서 전쟁이 인간의 본성인지 그리고 그런 본성으로 어떻게 전쟁을 했으며 어떻게 문명을 이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고찰을 했던 지은이가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따로 책을 낸게 바로 이 전쟁과 평화다.

인간이 역사를 가진 이래로 수많은 전쟁을 치뤄왔고 우리는 그런 전쟁사에 대해서 많이 알아왔는데 정작 왜 전쟁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못한거 같다. 인간은 왜 전쟁을 하고 사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말이다. 


책은 우선 언제부터 싸워왔는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인간이 생겨나서 부터 싸웠는지 아니면 인간이 진화하면서 조금씩 싸워왔는가를 이야기하는데 전쟁의 기원에 대해서 토머스 홉스와 장자크 루소의 두 가지 반대되는 답을 소개하고 있다. 홉스는 국가 이전 상태를 만인 대 만인의 전쟁 상태로 규정했고 평화를 강요하는 권위가 없었던 그 시절에 삶은 '가난하고 험악하고 잔인하고 짧았다'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루소는 인간의 원시적 상태는 근본적으로 평화롭고 선량해서 농업 이전 사유재산이 없던 시절에 싸울 이유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것은 말하자면 본능적으로 싸우는 것을 타고 났느냐 아니면 그 뒤에 진화의 산물로 생겨난 것이냐의 싸움 같다. 책에서는 두 가지 관점에서 모두 여러가지 역사적인 사실을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성악설과 성선설처럼 쉽게 판단 내리기 어렵다.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각각 선호 되는 주장도 달랐다. 나도 옛날에는 인간은 타고날 때부터 착하다는 성선설을 믿었지만 인간의 잔혹함을 알고 나서는 그것이 과연 절대적으로 맞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품어졌다. 책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덜 탐욕스럽고 더 평화롭던 시대에 폭력에 의한 사망률이 현대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인류가 더 발달해서 농업사회가 된 이후로 더 폭력적이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루소의 주장이었지만 인구밀도도 낮고 폭력을 피할 가능성이 큰 옛날에 더 많은 폭력이 있었음을 여러 증거자료로 제시하는데 모든 시대에 걸쳐서 평화로운 때는 전쟁과 폭력에 의해 중단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는데 책은 인류학과 국제관계학에서 보는 전쟁의 원인을 각각 소개하면서 조금 더 가깝게 다가간다. 


그렇다면 그렇게 오랜 세월 선사 시대부터 있어왔던 전쟁은 계속해서 증가 했는가 라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중세 이후에 제국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확실히 전쟁은 많아졌다. 서로 많은 땅을 차지하고 더 많은 부를 얻기 위해서 치열하게 싸웠다. 그러다가 19세기 동안 평화가 증진된다는 생각이 등장했다. 이른바 과거보다 더 이성적인 시대가 되었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역사상 가장 끔찍하고 파괴적인 세계 대전을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겪으면서 그것은 깨지고 말았다. 2차 대전 이후 냉전에 돌입하면서 언젠가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긴 평화'에 돌입하게 되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긴장은 더해갔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바로 '핵무기' 때문이다. 한쪽이 쏘면 다른 한쪽이 쏘게 되고 그러면 그냥 같이 망하는 길이기에 서로 힘의 균형이 일어난 이상 전쟁은 감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으론 세계적으로 산업화가 일어나고 민주주의와 상업주의가 확산되면서 평화가 확산되었다. 책에서는 근대화 평화라고 하는데 민주주의 평화와 함께 자유 무역의 상업화가 가장 큰 중심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지구촌이라고 할만큼 무역을 통해서 서로의 이익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상대가 잘못되면 나도 잘못되게 되는 체제가 된 것이다. 그것이 합쳐져서 결국 전쟁을 통한 이익보다 평화가 주는 이익이 더 크기에 전쟁은 줄어들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과거에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서 만이 더 나은 부를 가질 수 있었던 것에 비해서 지금은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서로가 함께 갈때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일제가 패망하고 광복 이후에 분단이 되고 전쟁을 치룬 뒤 아직 까지 군사 대치 상황에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내용이었다. 지난 시절 우리는 상대에게 지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군대를 키웠다. 그 군대를 키우기 위해서 열심히 경제를 키웠고 그 결과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지금 시점에서는 전쟁은 그동안에 쌓아 온 성과를 한번에 무너뜨리게 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평화란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올 일이란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전쟁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도 종교적인 이유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땅따먹기나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식의 전쟁은 없을 꺼 같다. 그렇게 해서 얻는 이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운 이유가 나타나서 또 다른 전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공산주의가 몰락한 이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퍼지면 퍼질수록 전쟁의 필요성은 줄어들 것이란 생각이 든다. 


책은 읽기 쉽지 않다. 원전이 어려운지 번역을 어렵게 했는지 그리 잘 읽히지 않는다. 처음에 좀 추상적으로 전쟁은 언제 했는가 부터 여러 딱딱한 이론을 설명할 때는 진도가 잘 안나갔는데 중반 이후에 여러 예시가 나오면서 읽기 편해진거 같다. 전쟁을 대비하고 있긴 하지만 전쟁이 왜 일어나는지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잘 안했는데 이 책의 분석을 통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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