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
김호기.박태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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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현대사는 출발부터 불안했다. 그것은 일제의 패망을 우리 손으로 이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남한만의 단독 정부수립과 이어지는 6.25 전쟁으로 인해 역사를 한쪽으로만 보게되는 악순환이 되었던 것이다. 수십년간 이어진 냉전과 북한의 실질적인 존재로 진실에 가려진 가짜가 진실인양 행세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제 시대는 냉전이 해체되고 우리의 국력이 북한을 압도하게 되면서 진실을 보는 여유가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지난 세월 진리라고 여겼던 것에 의문을 가지게 되고 또 그것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틀이 다양해진 것이다.

 

이 책은 지난 우리 현대사의 많은 사건중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고 또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을 모아서 다시 한번 그 의미를 생각해보는 장이다. 알려진 사실들도 있지만 한쪽으로 잘못된 것을 진실로 알고 있었던 것을도 많다.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이니 이해가 가긴 하지만 어찌보면 서글펐던 우리의 현대사이기도 하다.

 

책은 시대별로 4개의 장으로 나누어서 이야기한다. 정부수립부터 박정희의 쿠데타가 있기 전, 그리고 박정희 시대, 민주화 시대, 외환위기 이후의 시대로 나누어서 각 시대별로 대표적인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1장에서 먼저 나오는 것은 반탁운동이다. 해방이 되고 미국과 소련이 우리나라를 바로 독립시키지 않고 강대국에 의한 신탁 통치를 구상했는데 우익진영은 반대, 좌익진영은 찬성을 했다는 것이 이때까지 가장 보편적인 내용이다.

 

특히 소련의 사주를 받은 조선공산당을 비롯한 좌익세력이 민족에게 죄를 지은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것의 이면을 보면 당시 미국과 소련에게 우리 나라는 큰 관심국가가 아니었다. 적당히 관리하다가 적당한 시기에 독립을 시킨다는 기본 얼개만 나와있었던 것인데 이것이 좌우의 대립으로 격화되면서 우리끼리의 내부 분쟁이 되버렸다는 것이다. 사실 일제로부터 광복을 했는데 다시 누군가에게 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용납될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을 세밀하게 조율하지 못했던 미소의 책임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당시 좌와 우로 나누어서 국력을 하나로 뭉치지 못했던 우리의 문제가 더 크지 않을까.

 

박정희 시대는 집권 기간이 긴 만큼 빛도 그림자도 짙다. 우선 기본적으로 5.16에 대한 성격 논쟁이 있을수 있다. 지난 시절 그것은 '혁명'이었다. 프랑스 혁명처럼 기존의 불합리한것을 바꾸는 혁명. 그러나 시대가 흐를수록 단순한 반란의 의미인 쿠데타로 많이 불리고 있다. 그럼 이것의 진짜 성격은 무엇일까. 책에서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권력을 찬탈한 점에서 쿠데타가 맞지만 당시 혼란스런 정국을 바로잡고 불합리한것을 개선할려고 했기에 혁명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는 해석을 한다.

 

사실 당시 민주당 정부가 정국을 제대로 주도하지 못하긴 했다. 북한이 언제 다시 도발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중앙 정부의 힘은 제대로 펼쳐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5.16이 일어났을때 생각보다 저항이 적었던 점도 있다. 그리고 당시 쿠데타세력이 여러가지 사회적인 비리를 고칠려고 노력했던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고쳐졌다면 혁명이었겠으나 그것이 죄다 흐지부지 되고 오히려 정권을 민정으로 이양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불법적인 사건을 일으켰으니 혁명으로써의 성격은 빛이 바랬다고 할수 있다. 구국의 일념으로 혁명을 일으켰으나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 쿠데타로 내려앉았다는게 대략적인 해석이 아닐까 싶다.

 

민주화시대의 논쟁은 처음에 광주항쟁이 나오는데 이것은 지금까지도 일부 반민주세력에게 폄하되고 있는 사건이다. 전두환시절 광주항쟁에 대한 정확한 사실은 뭍혀있었다. 6.29 선언으로 제6공화국이 들어서고 민주투사였던 김영삼정부 그리고 최초의 정권교체로 김대중정부까지 들어섰지만 역사적인 진실은 아직까지도 나오고 있다. 책에서는 서술되지 않았지만 최신 사실은 전두환이 광주 시민에게 발포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항쟁이 일어난지 20여년이 흘렀는데도 아직 완벽한 사실적 규명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데 지난 독재정권시절의 허황된 조작을 아직도 믿고 있는 이들이 국회에까지 있는 것이 문제다. 사실 이것이 논쟁꺼리가 될것인가. 역사적 사실이고 그동안 보수정권조차도 인정했던 것인데 그것을 부정하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 어이없을 뿐이다. 증인과 증거가 사라지기전에 총체적인 진실이 규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책에서는 이밖에도 총 40개의 역사적인 논쟁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제목은 논쟁이지만 이황과 기대승의 '사단칠정 논쟁' 처럼 한가지로 딱 규정할 수 없는 이론을 서로 치열하게 논리적으로 싸운다는것보다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발굴해서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는 것의 내용이 더 많다. 창비대 문지 논쟁이나 신세대 논쟁 같은것이 제목에 합당할꺼 같고 1부와 2부의 내용은 그동안 잘못 알려졌던 역사를 바르게 알아가는 의미가 더 큰거 같다란 생각이 든다.

 

각 논쟁의 내용이 그리 길지 않아서 깊이있게 알아가기에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다르게 알고 있었던 것들을 바르게 아는 기회가 있었고 또 내가 제대로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저쪽에서 주장하는 바를 새롭게 의미하는 기회도 좋았던 거 같다. 겉으로봐서 100% 사실인것처럼 보여도 그 이면에 존재하는 다른 사실이란것이 있기에 이렇게 한 주제를 놓고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해석하는 논쟁이 필요한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이런 책을 읽으면서 역사와 사회를 보는 눈을 넓힐수 있는 기회란 점에서도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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