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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한중일 세계사 5 - 열도의 게임 ㅣ 본격 한중일 세계사 5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평점 :
지난날 우리가 왜놈의 발아래 수십년간 고초를 겪었던 것은 힘없고 어리석었기 때문인 것이 큰 이유다. 수백년간의 평화속에서 노론일당정치와 세도정치로 이어지는 정치의 난맥상으로 나라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었고 그 순간 세계는 발전하고 있었다. 발전할 기회를 놓치고 준비를 덜 한 댓가로 우리가 치욕을 당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비록 우리가 늦게 대응을 하긴 했어도 당시 조선은 수백년동안 왕조를 이어온 저력이 있었고 우리 민족 자체는 이땅에서 수천년을 살아왔다. 조금 느리긴 해도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대처를 했다면 역사는 또 달라졌을지 모른다.
불행히도 우리의 대처는 미흡했고 무엇보다 당시 국제 정세가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비슷하게 영국과 프랑스의 세력에 둘러쌓여서 나라의 존망이 경각에 달렸던 태국은 실질적으로는 많은 것을 빼았겼다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독립을 유지할 수 있었다. 대체 당시 정세가 어떠했길래 우리가 망국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었던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사실 태국보다는 더 상황이 복잡하긴 했다. 우리를 노리는 강국은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의 정세를 올바르게 살펴야 앞으로 또 그런일을 당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점에서 이 시리즈는 당시 우리를 둘러싼 한중일 세 나라의 상황을 면밀하게 설명하고 있다. 각 나라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고 거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대처는 어떠했는가를 같이 생각해보는 것이 당시의 정황을 올바르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시리즈가 벌써 5번째에 이르렀다. 우리가 아직 미몽에 빠져있을 동안 중국과 일본은 나름 다른 세계와 연결을 하고 있었고 그 결과 좋던 나쁘던 다르게 역사가 흘러가고 있었다. 책은 우선 중국의 사정을 다룬다. 한때 중국을 집어삼킬듯이 불같이 일어났던 태평천국의 난이 드디어 평정이 된다. 난의 주인공인 홍수전과 고위 인사들이 처형이 되고 이 난을 평정하는데 큰 공을 세운 이홍장이 중국 최대 군벌이 된다. 수천만명이 죽은 이 전쟁에서 그래도 성과가 있다면 각종 서양 문물이 들어와서 후일 양무운동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난에서 보인 서양 세력의 위력을 청조정이 충분히 느꼈을텐데 이미 청은 그것을 주체적으로 소화할만큼의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한편 일본은 전통적으로 허수아비인 왕과 실질적인 통치자인 막부가 허물어질려고 하고 있었다. 이른바 존왕양이 사상이 막부를 몰아낼려고 했기 때문이다. 서로간의 타협점이 필요할 시기. 천황가와 막부는 서로 손을 잡기로 한다. 바로 고메이 천황의 이복 여동생인 가즈노미야 지카고와 막부의 이에모치가 정략적인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권위와 권력이 합쳐졌으니 실질적인 힘을 갖고 정국을 다스릴 수 있을꺼 같았는데 이미 막부의 시대는 끝이 날려고 하고 있었기에 존왕양이파의 세력은 수그러지지 않았다.
테러와 암살등이 일어나고 영국 공사관을 습격하기도 한다. 자신감이 생겼을까. 조슈 번이 영국에 싸움을 걸었고 결과는 그냥 박살. 그들이 그동안 자기식으로 쌓아온 온갖 문물과 시설들이 파괴된다. 그제서야 자신들이 우물안 개구리란것을 깨닫고 더욱더 적극적으로 서양의 문물을 배우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사쓰마 번이 영국 함대와 싸워서 이겼다는 것이다. 지형지물을 잘 이용했기도 하고 영국군이 적을 가볍게 본 탓도 있을 것이다. 단순한 전투의 승리일뿐 전체적인 정국을 바꿀수는 없었지만 서양세력이 일본을 보는 눈을 무력한 청과는 다르게 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책은 막부냐 천황이냐의 세력다툼에 이어서 조슈의 부상과 그것을 진압하려는 세력 등 치열한 난투를 벌이는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끝이 난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천황 중심의 군국주의 체제로 정비되어 가는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마 그것은 다음호에 나올듯.
만화로 보니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역사적인 사실들은 간단하지가 않다. 상당히 많은 내용이 있어서 그림만 보면 안되고 천천히 보면서 여러 사건들을 이어야 이해가 잘된다. 짧은 기간에 비교적 사건이 많았던 일본 정치판을 만화라는 형식으로 차근차근 잘 설명하고 있어서 좋았다. 일본이 어떤식으로 개화를 하고 그 속에서 발전하게 되었는가를 살펴 보는것은 그것이 나중에 제국주의로 발전해서 우리를 침략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흐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이 시리즈를 통해서 명확히 알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