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자치통감
사마광 지음, 푸챵 엮음, 나진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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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옛날에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고전이 많이 번역이 되는데 이름만 들었던 유명 역사책들이 속속 우리말로 옮겨지고 있다. 그중에서 자치통감은 당대 중국인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선비들이 필독서처럼 읽었던 역사 책 이다. 이 책은 중국 송나라때 문신이던 사마광이 전국 시대부터 당말 5대 송나라초 까지의 역사들을 편년체로 펴낸 책인데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사마광 자신의 평론을 곁들여서 가치 판단에 도움을 주게 만든 특색 있는 책이다.


책은 방대하다. 1300년이 넘는 역사를 기록할려고 하니 그 내용이 어마어마하다. 무려 300만 자 총 294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것을 우리나라 말로 옮긴다면 3-40권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도 정말 좋은 책이긴 하나 너무나 양이 많아서 완독하기가 힘들기에 여러 세기 동안 요약편이 시도되었다. 그런데 그런 책들도 사실 내용이 많아서 그보다 더 축소한 책들도 나왔는데 이번에 나온 책이 그 중의 하나가 되겠다. 많은 내용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의미를 가지는 58편의 이야기로 선별되어서 선보이고 있는데 사실 이 책의 내용만으로도 자치통감이라는 역사책의 향기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지은이인 사마광은 원래 송나라 영종때부터 책 서술을 하면서 재상의 지위에 올랐는데 그 뒤를 이은 신종때 왕안석의 신법을 반대하는 바람에 황제의 미움을 사서 관직을 사양하고 책 저술에 몰두했다고 한다. 그의 인생 후반기는 전부 이 책을 쓰는데 바쳤다. 몸이 쇠약해질 때까지 온 몸을 바친 끝에 이 위대한 저작물이 완성된 것이다.이 책이 완성된 이후로 그야말로 불멸의 책이 되었고 중국 역사 내내 황제들의 필독서가 되었을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도 많은 왕들과 선비들이 읽게 되었으니 그 가치를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책은 연대기순으로 전국시대부터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본 역사책에는 자세하게 전국 시대의 모습이 나타나겠지만 이 책에서는 소진과 장의의 합종연횡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소진의 합종책이 절묘했으나 장의의 뛰어난 말재주로 그것이 와해 되고 만다. 아마 이때 소진의 책략이 끝까지 유지되었다면 통일 제국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끝났을 때가 진이 중국을 통일하게 되는 시금석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책에서는 그런 장의와 소진의 불꽃 튀는 쟁투를 잘 보여주고 있다.


중간에는 진을 이은 실질적인 통일 제국 한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진은 중국 최초의 통일 제국이었지만 내재된 모순이 증폭하면서 2대째 망하고 말았고 그 뒤를 이은 한이 실질적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때 한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대제국이었다. 당대 최고의 나라였고 그때 이룩된 문물이 이후 중국의 근간을 이루게 된다. 책에서는 한제국 시절 서역과의 관계를 다룬 이야기를 싣고 있다.


당은 우리나라 삼국 시대와 밀접한 나라다. 당은 고구려를 침략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자 신라와 힘을 합쳐서 천천히 고구려를 도모하려고 했고 끝내 성공했다. 그 시대를 이은 무측천은 중국 최초의 여황제였는데 그 악명과는 달리 나라를 잘 다스렸다고 한다. 무측천의 이야기는 오늘날에 비추어봐도 흥미로왔다.


왕조별로 인상적인 이야기들을 몇 가지씩 간추렸기에 중국 역사에 대해서 대략적인 왕조 순서를 모른다면 조금 헷갈릴 수도 있을 꺼 같다. 수십권의 내용 중에서 간추렸기에 생략이 많지만 편하게 옛날 이야기를 읽는다고 생각하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으로 자치통감이라는 엄청난 책의 느낌을 느끼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자치통감이란 책이 얼마나 대단한 책인가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기반으로 다른 중국역사책들을 비교해서 읽는다면 역사를 읽는 색다른 경험이 될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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