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2 :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 - 오아시스 도시의 숙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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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의 두번째 이야기는 본격적인 막고굴 탐사에 나선다. 그런데 막고굴이 하루 이틀만에 볼수 있는 곳인가. 그 수많은 굴과 유적들을 생각하면 한달을 본다고 해서 다 볼수 있을까 싶다. 작가도 그것이 아쉬워서 두차례 답사를 했다고 한다. 그것이 1부이고 2부에서는 이 많은 유적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는가를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서구와 일본의 약탈에 가까운 밀반입으로 생겨난 것임을 이야기하고 있고 3부에서는 실크로드의 관문으로서의 돈황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돈황을 기점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 이야기가 이어진다.

 

우선 막고굴을 탐사한다. 사실 막고굴은 수백개의 석굴이 있고 넓이만도 만 5천평에 가깝고 벽화는 총 길이가 25킬로미터에 불상은 2천여구가 있다고 한다. 아마 지은이 혼자서 시간도 많고 돈도 많았다면 다 보고 싶었을것이다. 하지만 시간적인 제약과 일행이 있기 때문에 그중에서 몇개 중요한 부분만 답사를 하고 왔다. 몇개를 보긴 봤지만 아쉬움이 있을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만 봐도 이 유산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알수 있게 한다.

 

그중에서 328굴 초당시대 석굴을 답사했을때 보살상은 참 생동감이 느껴졌다. 공양보살상이라고 하는데 법의 자락의 주름과 끝선 처리가 자연스러우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주었다. 이밖에도 북주시대 성당시대 석굴을 답사하는데 전부 독창적이면서도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유려한 미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책은 계속해서 여러 석굴을 보여주고 있는데 지은이는 어떻게 이 많은 석굴이 조성되었는지를 설명하는데 그것은 일종의 신심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승려뿐만 아니라 일반 신도나 관리들까지 자기들의 신심을 나타내는 것도 있고 또 긴 사막 여행을 무사히 마치게 해달라는 뜻으로 하나씩 하나씩 만들다보니 그야말로 석굴천지가 된 것이다. 우리가 산에 올라서 어느 지점에 돌탑을 쌓는거나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찬란한 유산이 어떻게 알려지게 되었을까. 이것이 조성되고 번성을 했지만 어느 순간에 쇠락해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어떻게 그것을 발굴해냈을까. 그것은 안타깝게도 도둑놈들 때문이었다. 유명한 유물이나 유적이 도굴꾼들에 의해서 발견되는 경우가 왕왕있는데 이것도 그런 경우라고 할수 있다. 시대는 1900년대 전후. 이때는 청나라의 힘이 약해질대로 약해지고 외국의 침략에 대비하기에도 벅찬 시대였다. 당연히 중앙에서 지방에 대한 통제도 느긋할때 이 고굴이 있던 신강성으로 외국의 각축전이 시작되었다. 지리적인 요충지였던 여기에 러시아, 프랑스, 영국이 막대한 경비를 들여서 이 지역을 탐사하다가 막고굴에서 돈황문서가 엄청나게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이제 막고굴은 벌거벗겨진거나 다름없었다. 여러 인물들에 의해서 때로는 훔치고 때로는 아주 적은 돈으로 사면서 엄청난 양의 유물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사실 이때 이 지역을 관장하던 관리나 주민이 결사적으로 막았으면 손실이 적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당시만 해도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들은 인지하지 못했고 자발적으로 유물을 푼돈에 파는 경우까지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개화 이후에 그런일이 있었기에 공감이 가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여러 도둑들이 있지만 인상적인 사람이라면 프랑스의 펠리오였다. 28세의 청년이었던 그는 언어의 천재라서 각종 아시아 언어에 능통한 동양학 서지학자였다. 한마디로 보는 눈이 있었다는 점. 게다가 사교술이 있어서 장경동 안으로 들어가서 자신이 직접 중요하다고 여겨진 5000점을 골라서 갖고 갔다는 점이다.

 

그래서 돈황문서의 엑기스는 프랑스에 다 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란다. 돈황문서를 검토하는 펠리오의 사진을 보니 고문서가 엄청나게 쌓여있음을 보여준다. 이 눈밝은 학자에 의해서 발견된 많은 중요 문서들이 빛을 보게 된것이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가늠이 안된다. 문서상으로만 존재했던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밝혀내었기 때문에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도둑놈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여러 도둑들이 있지만 우리와 관련되는 인물로는 오타니가 있다. 그는 12년간 3차에 걸쳐서 실크로드를 여러 곳 탐험해서 약 6천점에 달하는 유물을 갖고 갔다고 한다. 그중의 일부가 당시 조선총독부박물관에 약 1700점이 소장되었고 이것이 해방 후에 우리가 그대로 소장하게 된 것이다. 그는 그 이외에도 합법을 가장한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많은 유물을 수집해서 이른바 오타니 컬렉션을 만들게 된다. 그가 없었으면 그 유물이 우리손에 고스란히 있었을까를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3부에서는 돈황의 지리적인 면을 이야기한다. 뭔가 여행기같은 느낌을 주면서 이곳을 중심으로 여러 요충지를 설명하고 있다. 설명중에 나오는 서하가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징기스칸과 싸워서 진건 진건데 자기를 죽게 했다고 그 민족을 다 죽이라고 했다니 어이가 없다. 자신들의 독창적인 문화와 문자가 있었던 서하가 그렇게 허망하게 멸족당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에도 살아남아 중국을 견제하는 중앙아시아의 대국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번 책도 여전히 잘 읽힌다. 작가 특유의 흡입력있는 문장 서술로 처음 보는 내용이라고 해도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된다. 아쉬운것은 막고굴 하나만 해도 몇권 분량의 내용이 나올텐데 몇개의 석굴을 답사하고 한권에 다 담으려니 더 알고 싶은데 억지로 끊은게 되 버린 것이다. 그래도 막고굴에 대한 생생한 답사는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3권에서는 또 어느 옛 도시를 가게 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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