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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배심원 ㅣ 스토리콜렉터 72
스티브 캐버나 지음, 서효령 옮김 / 북로드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는 일부 재판에 한해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배심원 재판을 하고 있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배심원에 의한 재판을 하는 나라기 때문에 일찍부터 법정 스릴러물이 많았다. 피고와 원고사이에 잘잘못을 가리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기에 법정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 눈길을 끌었던 것이다. 존 그리샴 같은 작가의 책들은 한번 손에 잡으면 밤에 잠을 못 잘 정도로 몰입감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소재가 떨어졌는데 옛날만큼의 참신하고 잘 읽히는 법정물이 잘 없었는거 같다. 그래서 이 책의 홍보 문구에 유명 장르 소설 작가들의 추천사를 들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는데 왠걸 읽어보니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가 출연한 듯해서 눈이 번쩍 뜨였다.
이 책은 주인공을 바로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구조다. 보통은 사건이 일어나고 그것을 추적해서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라 범인이 처음부터 등장해서 극을 이끌어가는건데 제목에 그 신분에 대한 단서가 있다. 범인이 배심원과 관련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초반에 바로 나오는데 조슈아 케인이라는 살인자는 원래 배심원에 선정되는 사람을 살해하고 그 배심원에 자신이 떡하고 들어간다. 완전 사이코패스 극악무도한 살인자다. 한편으론 대체 이 살인자가 무슨 생각으로 배심원에 들어가서 그 사건에 개입하려고 하는지 궁금해진다.
이 살인자가 배심원으로 참여하게 될 사건은 온갖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는 유명 배우의 살인 사건이었다. 그 배우는 결혼한지 얼마 안되는 자신의 아내와 보디가드를 살인한 죄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많은 증거들이 그가 살인자라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누가 와도 이 판을 뒤집지 못할 분위기의 사건인데 이 사건에 또다른 주인공으로 에디 플린이라는 변호사가 등장한다. 그는 자신이 판단하기에 무죄라고 할 만한 사람만 변호하는 변호사다. 나름 산전수전 온갖 풍상을 다 겪은 사람이라서 조그마한 일에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사건에 대처하는 스타일인데 그가 보기에 이 배우는 무죄다. 그래서 많은 증거들이 배우가 범인이라는 것을 알리는데도 그를 변호하기 위해서 뛰어들게 된다.
케인은 그야말로 완전 범죄를 꿈꾸는 자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은폐할뿐만 아니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만들어서 영원히 사건의 진실이 묻히게 할려는 천재적인 악당이다. 거기에 에디가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이 책은 이 두 사람을 거대한 축으로 치열한 수싸움으로 스릴감을 극대화시키는 소설이다. 아무 관계없는 한 사람을 두고 살인자는 그를 지옥으로 보내려고 하고 변호사는 지옥에서 빼내오려고 한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게 된다.
이야기는 아주 몰입감있고 속도감있게 읽힌다. 오랫만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다고나 할까. 법정 스릴러는 이제 나올만한 소재는 다 나와서 더 이상 나올꺼리가 없다고 봤는데 이 책이 그것을 깨주는거 같다. 판사나 검사 혹은 변호사 경찰이 악당인 경우도 봤고 배심원이 나쁜 경우도 있었지만 악당이 정식 배심원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은 생각도 못했다. 설정 자체가 참신하고 흥미로왔는데 이야기가 흘러가는 과정 또한 재미있게 잘 전개가 되어서 재미있었다.
살인자가 아주 공을 들여서 배심원이 되는 과정을 보니 실제로 그런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막을 수가 있을까도 싶다. 보통은 살인을 저지르고 멀리 달아나지만 이렇게 사건 가까이에 그것도 전혀 의심받지 않을 위치에 있다면 잡기 쉽지 않을꺼 같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기 때문에 잡힌다고 볼 수도 있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잡히지 않을 확률이 높지 아무리 변장을 한다고 해도 근처에 있다가는 언젠가 꼬리를 잡히게 마련이다. 이 책의 범인은 그 수법이 악랄하면서도 천재적이긴 하지만 너무 자신을 과신한거 같다. 하긴 그러니 사이코패스긴 하겠지.
오랫만에 보는 재미있는 스릴러물이었다. 범인과 변호사의 캐릭터도 잘 구축이 되어서 현실감을 높여주었고 주변 등장 인물들도 적절히 잘 배치해서 전체적인 균형미가 좋게 느껴졌던 이야기 구조여서 만족감있게 읽은 책이었다. 지은이가 쓴 다른 작품이 얼른 나오길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