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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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강자다. 일단 무지막지하게 많은 책을 써서 국내에도 많이 소개되었는데 그 작품들이 편차가 크긴 해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들이 많아서 장르 소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인기 작가다. 그런데 사실 이 작가가 단순히 미스터리 소설 작가라고만 하기에는 그 능력을 잘 모른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미스터리 추리쪽의 책들을 많이 쓴 건 맞지만 그외에 일반적인 책들도 많이 썼는데 오히려 그쪽 책들이 인기있는 경우도 제법 있다. 이 책은 출판사 홍보로는 휴먼 미스터리라고는 하지만 전혀 미스터리같지 않다. 그냥 휴먼 소설이라고나 할까. 글 잘 쓰는 작가의 진가가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을 정도로 재미있으면서도 뭔가를 느끼게 하는 내용이었다.

 

가즈마사와 그의 아내 가오루코는 딸인 미즈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이혼하기로 했는데 어느 날 미즈호에게 불행한 사태가 일어난다. 수영장에 빠져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고 사실상 뇌사 상태가 된 것이다. 그냥 숨만 쉬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 깨어날 수 없는 뇌사 상태의 미즈호를 두고 부부는 장기 기증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런데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러 간 그들에게 미즈호가 반응을 보인다. 미즈호의 손이 움찔한 것이다. 엄마인 가오루코는 장기 기증을 거부하고 집으로 미즈호를 데리고 간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딸을 위해서 끝없는 길을 가기로 한 것이다. 한편 IT 기업을 운영하던 가즈마사는 뇌에서 보내는 신호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기술을 자신의 딸에게 적용할려고 한다. 그 결과 여러 첨단 장치에 의해 숨을 쉴 수 있게 되고 의식이 없지만 전기 자극에 의해서 팔다리를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뇌사상태가 나아진것은 아닌데 엄마인 가오루코는 딸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고 점점 더 집착하게 된다. 과연 미즈호는 어떻게 될까.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어떤 주제던지 이야기를 쉽게 그리고 몰입감있게 쓰는 작가 특유의 글솜씨 덕분에 밝은 이야기가 아니지만 빠르게 잘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책에서 주는 주제는 묵직하다. 사랑이란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책에서는 부모와 어린 자식간의 이야기로 설정이 되었지만 사랑하는 어머니나 사랑하는 연인이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떻게 할까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참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뇌사상태에서 생명 유지 장치를 달고 수년동안 간병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만 '살아'있기는 한 상태의 사랑하는 사람을 그대로 둘 것인지 아니면 보내주는 것이 맞는지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사람이 죽는 다는 것은 머리와 심장이 정지한다는 것인데 뇌사는 그것이 살아있기는 한다는 점에서 꼭 죽었다고 하기도 힘들다. 그렇다고 인간답게 움직일 수는 없으니 살아있다고 하기도 그렇다. 사실 그런 상황에서는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를 것이다. 한편 책에서와 같은 장치를 이용해서 조금 움직이게 하는 것은 어떨까. 잠시는 기쁘겠지만 오래는 못 갈 꺼 같다. 결국 살아난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장기 기증을 할지도 모르겠다.

 

책은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과 광기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실질적으로 죽었는데도 죽지 못하게 하는것은 사랑일지 광기일지. 짙은 여운을 남기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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