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로 산다는 것 - 왕권과 신권의 대립 속 실제로 조선을 이끌어간 신하들의 이야기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일반적으로 조선은 왕권과 신권이 끊임없이 부딪쳤던 시기인데 세종시기처럼 조화롭던 시절도 있고 조선 후기처럼 신권이 더 강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어찌보면 신하의 나라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은 신하를 참모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왕의 국정을 보좌한다는 점에서 참모라고 한거 같다. 이 책에서는 조선 시대를 통틀어서 의미있는 여러 참모들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조선 역사의 한 모습을 알 수 있게 한다.

 

우선 조선의 건국자 정도전의 이야기가 나온다. 조선을 개창한 것은 무력을 가진 이성계였지만 그 조선이 500년이라는 긴 세월을 버티게 나라의 틀을 만든 것은 정도전이었다. 그는 이성계를 설득해서 고려를 유지하는 대신 새로운 왕조를 만들게 하였는데 그 모든 계획이 정도전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런데 그는 나라를 오래 가게 하는 것은 신권이 강해야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성계의 아들인 이방원과는 대립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실질적인 힘을 가진 이방원에 의해서 제거되고 그의 이름은 왕조 내내 배척이 되었지만 그가 남긴 국가 통치 체계는 그대로 이어져갔다. 정도전이야말로 참모를 넘어선 풍운의 혁명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이어서 조선 초기의 명신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하륜과 황희 등은 어수선한 조선 초기의 조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했다. 그리고 신숙주에 대해서는 우리가 많이들 알고 있는 변절자의 모습도 있지만 좀더 객관적으로 그가 어떠한 능력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실 신숙주만한 머리를 가진 사람이 세종의 부탁대로 어린 단종편에 섰다면 역사는 더 좋게 흘러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임진왜란때는 역시 류성룡을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다. 최근 드라마도 있었고 그가 남긴 '징비록'은 후세에 많은 교훈을 주었다. 그는 이순신등 여러 뛰어난 장수들을 천거하였고 무엇보다 혼란스런 조정에서 중심을 잡고 왜적에 대항하는 긴 세월을 버텨냈다. 때로 결단력이 약하다는 소리도 듣긴 했어도 그의 유연한 정치술이 그 전란의 소용돌이에서 빛이 났음은 부인할수 없다.

 

허균은 참 안타까운 삶을 살았던거 같다. 기질 자체가 자유스러웠지만 그 능력은 당대의 기재라고 할만했다. 우리가 잘 아는 홍길동전을 짓기도 했지만 시문에도 능하고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고 무엇보다 외교적인 능력이 뛰어나서 나라에 큰 보탬이 되었다. 그런데 그는 그 능력을 당시 임금인 광해군을 바르게 인도하는데 쓰지 않고 이이첨이라는 간신에 붙어서 나라를 농단하는데 힘을 실어줌으로써 그 자체로 그의 삶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후에 역적모의로 죽게 되는데 그가 차라리 진짜 혁명이라도 실행했다면 더 허균다웠을것이다.

 

조선 후기에는 역시 정약용을 기억해야 한다. 조선조에서 몇손가락에 들 정도의 천재로 정조 대왕의 신임을 얻어서 수원성을 설계하는 등 실학의 바탕위에 괜찮은 관료로 성장했다. 만일 정조 대왕이 좀 더 살았더라면 그의 능력도 더 꽃피웠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최대 후원자인 정조의 급서로 정약용의 삶도 바뀌게 되었는데 긴 세월 유배를 떠나게 되고  그 속에서 조선 후기 최대의 저작물들이 탄생하게 된다. 그가 남긴 목민심서를 비롯한 많은 책들이 우리 문화를 살찌우는 역할을 하긴 했으나 역시 그가 유배를 가지 않고 현실 정치에서 활약을 했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는 인물들도 나왔지만 잘 몰랐거나 역사적 사실을 미약하게 알고 있었던 인물들도 있어서 새롭게 알게 되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여기에 소개된 인물 말고도 조선의 역사를 꽃피게 한 여러 인물들이 있겠지만 이 책에 있는 정도의 참모들을 아는것도 조선 역사의 흐름을 아는데 도움이 될 듯 하다. 책은 그리 어렵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었고 중간 중간에 오자가 있는것이 아쉬웠지만 부담없이 참모들을 통해서 조선의 역사를 다른 방향에서 들여다볼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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