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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잃어버린 이름, 조선의용군
류종훈 지음 / 가나출판사 / 2018년 12월
평점 :
친일부역자들을 처단하지 않고 수립된 대한 민국 정부는 독재의 질곡 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독립 운동에 대한 제대로된 가치를 부여하지 못했다. 독립 운동을 안했어도 일본의 패망으로 결국 광복되었을꺼라는 헛소리까지 나오는 판이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독립 운동을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해도 우리의 처지는 동일 했을까? 답은 아니다다. 누구도 스스로 움직이는 자를 돕지 않는다. 뭔가 행동을 보여야 거기에 맞는 대응을 하는 것이다.
비록 냉전속 강대국의 대립속에 나라가 두 동강이 났지만 독립 자체는 인정받은터였다. 그것이 단순히 일본의 항복덕분은 아니다. 일본의 항복으로 우리가 기회를 얻긴 했지만 만일 일제때 그냥 순종만 했다면 그렇게 쉽게 해방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일본의 패망이 곧 우리의 광복으로 이어지게 되는 힘은 결국 그 시절 치열하게 독립 운동을 한 덕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쳤기에 2차 대전 승전국들이 우리의 광복을 쉽게 인정한 것이지 단순히 일본이 망했다고 우리를 해방시켜준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럼 우리 독립 운동가들이 쉽게 운동했나? 나라 잃은 처지에서 그렇게 쉽게 할 수가 없다. 특히 국내에서는 일제의 압박으로 힘들었고 많은 부분 혼란스런 만주로 이동해서 독립 운동을 했다. 그렇다고 만주도 쉬운게 아니었는게 일단 우리땅이 아니라서 낯설었고 무엇보다 춥고 배고픈 곳이었다. 그리고 당시 중국이 혼란기여서 왕래는 비교적 어렵지 않았으나 만주로 진출한 일제의 공세로 거기서도 어렵게 독립 운동을 이어간것이다. 그렇게 고생스럽게 그러나 목숨바쳐 나라를 위해서 독립 운동을 한 애국자들을 우리가 알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원통할 일일까.
지난 세월 독립 운동도 제대로 연구되지 못했고 숱하게 많은 독립 운동가들의 존재도 확인하지 못했었다. 더 안타까운것은 남과 북으로 갈려진 시절 사회주의쪽이나 북쪽과 관련된 독립 운동은 아예 어둠속에서 방치되어왔다. 그중의 하나가 조선의용군인데 이 책은 그런 조선의용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조선의용군이라는 단어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존재했었던 곳을 탐사하면서 그들의 흔적을 쫓은 이 책은 참으로 귀하디 귀한 책이다.
조선의용군에서 처음 알아야할 인물은 김원봉이다. 최근 영화에서도 부각된 그 전설의 김원봉말이다. 의열단 단장으로 수많은 의거에 중심에 섰던 그였는데 조선의용군은 그 김원봉이 창설한 군대다. 당시 중국의 협조속에 만들어졌는데 자신들의 영향권아래에 두려는 중국 국민당의 속내때문에 의용대라는 이름으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단순히 군대만 만든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서 여러 간부급 인물들도 만들고 스스로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했다.
이 조선의용군의 운명이 바뀌게 된것은 일본의 중국침략때문이다. 이미 임시정부와 연결되어있던 김원봉은 임시 정부에서 역할을 하면서 중국과의 교섭을 위해서 국민당 정부를 따라갈수밖에 없었다. 당시 중국은 장개석의 국민당정부와 모택동의 공산당이 이른바 국공합작으로 휴전상태였고 공산당은 적극적인 대일항쟁에 뛰어들고 있었다. 우리의 임시 정부는 국민당 정부를 따라 이곳저곳으로 옮기고 있었고 김원봉은 그의 절친한 동지인 윤세주의 영도로 공산당쪽에서 전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제가 주적이었기 때문에 공산당과도 연결되어 전투를 치뤘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훗날 비극이 될지 누가 알았으랴. 임시정부는 1940년대에 광복군을 창설하면서 명실상부한 국군으로 재편되었지만 조선의용군은 그대로 남아 항일 투쟁을 했고 그 뒤에 광복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조선의용군의 주력이 북한 인민군이 되었고 그들이 한국전쟁때 선봉부대로 남침하게 되어서 우리 역사에서 조선의용군의 존재가 그 뒤로 망각되게 되었다.
그렇다고 북한에서 대접을 잘 받은것도 아니다. 처음에야 그들의 방패막이가 될 훌륭한 자원이었지만 북한 김일성체제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도 전부 숙청을 당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남과 북 모두에게 외면당했던 것이다.
지은이는 단편적으로만 남아있던 조선의용군의 실체를 위해서 당시 조성의용군이 움직인 경로를 탐사하는 대장정에 나서서 많은 유적들을 둘러보고 이 책을 썼다. 그때 이후로 8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그때의 흔적도 남아있는 부분이 많았다. 중국 공산당 자체가 항일투쟁을 통해서 민심을 얻었기에 항일투쟁과 관련된 유물 유적은 잘 정비된 덕분에 그 속에서 조선의용군의 흔적도 찾을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의용군의 우리의 독립운동사에서 큰 업적을 남긴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의 세월은 그 업적이 이념의 회오리에서 전부 뭍혀버렸다. 이제는 그들을 찾을때가 되었다. 남도 아니고 북도 아닌 조선의 해방을 위해서 독립 운동한 그 자체를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첫발을 띈 것이나 다름없는 이 책의 가치가 있다. 앞으로 조선의용군에 대한 더 많은 연구를 통해서 어떻게 항일운동을 하게 되었는지를 우리가 알게 될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