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 살해사건 - 은고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때 백제가 제일 먼저 무너졌다. 어릴때는 그냥 백제 의자왕의 실정때문에 국력이 쇠한걸로 알았지만 사실은 백제 국력을 넘는 당나라와 신라 연합 세력에 의해서 멸망당했던 것이다. 역사 기록에 의하면 의자왕은 능력도 있고 싸움에도 능한 왕이어서 신라는 그저 공격을 방어하는데만 급급했다고 한다.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서 당과 손을 잡은것이고 당의 대규모 군대의 침공과 함께 잘 훈련된 신라 김유신 군대의 후방 지원으로 인해서 결국 백제는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의자왕에게 숨겨진 한 인물이 있었는것은 아는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은고다. 의자왕의 왕비이자 백제의 마지막 왕비. 그녀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크게 알려진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백제 왕국의 막후에서 큰 영향력을 끼친 여인으로 새롭게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그냥 단순히 왕국이 멸망하고 당으로 끌려간 한 인물이 아니라 백제 부흥을 위해서 사력을 다한 철의 여인으로 그려진다.

 

때는 654년. 당시 백제는 사비로 천도하면서 백제라는 이름이 아닌 남부여라는 국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부여는 백제의 근원이 되는 나라. 그 나라를 잇고 새로운 국가를 만든다는 뜻에서 남부여라고 이름을 짓긴했으나 당시 남부여는 몇개의 유력한 씨족들이 나름의 세력을 유지하면서 국력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있었다. 신라가 골품제의 한계속에서도 화랑이라는 조직과 김유신이라는 걸출한 군부지도자로 똘똘 뭉쳐있던 반면에 남부여는 왕권이 그리 강하지 못했던 것이다. 은고는 그런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 원로귀족인 좌평 흥수를 비롯하여 여러 노대신들의 힘을 빼기 시작한다. 그 자리를 유능하면서 젊은 장군들을 기용함으로써 신라와의 쟁투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한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도 압도적인 전력의 적 앞에서는 힘이 부칠수밖에 없었다. 당과 신라의 협공으로 인해서 결국 왕국은 멸망에 이르게 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의자왕과 함께 수천명이 저 멀리 당까지 끌려가게 된다. 하지만 거기에서 은고는 수완을 발휘한다. 당시 중국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무측천의 환심을 사면서 백제의 부흥을 위해서 마지막 결단을 내리게 된다.

 

책은 백제말 은고라는 막후의 한 여인을 중심으로 나라의 존망을 건 분투를 그린 소설인데 빈약한 사료를 역사적인 상상력으로 잘 채워서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당시 상황에 맞는 호칭이나 지명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지은이는 충청도를 중심으로 해서 그 인근까지 지역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는 작가답게 향토색 짙게 잘 이야기하고 있다.

 

아쉬운건 은고가 막후에서 영향력이 있었다고 해도 당시의 왕인 의자왕이 그렇게 허수아비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책에서는 너무 존재가 미약해서 역사적인 사실과 동떨어진면이 있다. 그리고 대화를 서술할때 ~지요가 자주 나와서 자연스럽지 않은 면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대화체에 좀더 수정이 필요할꺼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