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타임루프 즉, 시간이 계속 이어지면서 끊임없이 다시 살아가는것을 말하는데 그것을 다룬 작품은 많다. 아무래도 시간은 되돌릴수 없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미련이 남은 인간들의 희망이 염원화된 장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사실 재미가 있다. 누구나 그렇게 살아본적은 없지만 내 자신이 그렇게 산다면 어떤 느낌일까. 전에 어떤 영화에서 하루가 끊임없이 재생되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 사람에게는 24시간이 무한 반복되는거였다. 처음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걸 다 하고 살지만 수없이 반복되다보니 삶에 대한 의욕이 사라진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설득력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할수있는건 제한되어있는데 기억은 그대로인채 시간이 무한대라면 또 그것이 계속 반복된다면 하고 싶은걸 마음껏 하며 살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타임루프물은 어찌보면 인간이 꿈꾸는, 그러나 이루어질수 없는 설정을 가지고 이야기하는데 소재 자체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내용을 잘 꾸리지 않으면 금방 식상해질수 있는 한계가 있는 장르다. 다른 타임루프물과는 다른 느낌을 줘야하는데 확실히 이 책은 그런면에서 색다른 재미를 주는 내용이었다. 형식적으로는 타임루프물이지만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철학적인 내용도 담고 있어서다.

 

주인공인 해리는 기차역 화장실에서 태어났다. 태생부터 뭔가 정상적이지 않았는데 어린 시절도 좀 불우한 편이었고 죽을때도 외롭게 세상을 마친다. 그런데 그가 다시 태어났다! 그것도 전생의 기억을 안고서. 뭔가 이상하다고 여긴 그는 정신병원으로 보내지고 끝내 자신을 극복하지 못하고 거기서 자살하고 만다. 그리고 이어지는 환생. 세 번째 환생에서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되면서 왜 이런 살을 살게 되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 여러가지를 배운다. 철학, 의학, 물리학 등등 다시 태어날때마다 다양한 공부를 하게 되지만 원인을 알수가 없고 다만 세상에 자신만이 이런 삶을 사는것은 아니란걸 알게된다.

 

그리고 열한 번째 죽음에 이르렀을때 자신의 삶이 또 한번 바뀌게 된다는것을 알게된다. 그것은 세계 종말과 관련된 어떤 소녀의 전언이었다. 대체 무슨일이지? 자신의 삶이 어떻게 세상을 구하게 된다는건지?

알고보니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 외에도 또 있고 그들이 하나의 연대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과거와 미래를 아는 지라 역사에 개입하면안된다는 주류파와 역사를 바꿀수도 있다는 비주류파의 대립이 있게 된다. 해리는 이 소용돌이의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정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을 하게 된다.

 

이야기는 재미있다. 큰 틀에서 이야기 골격은 복잡한게 아니지만 한두명이 나오는 타임루프 인생들이 아니라 여러명이 나오고 또 그것에 관한 정의로 대립하게 된다는 설정이 독특하면서 이야기를 힘있게 이끌어간다. 초반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삶을 살지만 이내 무한의 삶이 주어진걸 깨달으면서 점차 살아있는 의미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흥미로왔다. 여러번의 삶을 사는 만큼 이야기도 길어서 책이 제법 두껍지만 내용이 재미있어서 진도는 빨리 나가는 편이다. 각 삶에서 내가 주인공이었으면 이렇게 했을텐데하는 생각도 들었고 책 후반부에 주인공이 선택하는것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던 책이었다. 역사에 개입하거나 관망한다는 것이 단순한 선택이 아닌 나름의 가치가 있게 느껴져서 더 현실감있었던거 같다.

 

시간여행같은 이런류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책에 흠뻑빠질수록 내가 이야기속에 있는거 같아서다. 이 책은 그런 느낌이 더 했는데 아마 이야기에 몰입이 잘 되었던거 같다. 실제 이런 삶을 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에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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