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림 인문학 - 오늘, 우리를 위한 동양사상의 지혜
박홍순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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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은 그림을 그려도 그냥 그리지 않았다. 그림속에 자신이 생각하는 철학 그리고 알고있는 여러 인문적인 지식들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뜻을 넣어서 표현했던 것이다. 선비들이 그렸던 사군자나 문인화를 보면 그들이 뜻한 바를 그림에 함축해서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림을 보다보면 그 당시 혹은 그림 그린이의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잘 느낄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옛그림을 통해서 인문학에 접근하는 내용이다.

 

사실 인문학이란게 언뜻보면 별로 생산적이지 못한듯한 느낌이 들때도 있다. 자기 주장이 맞다고 말싸움하는거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두리뭉실한 이야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인문학의 아주 작은 면만 본 것이다. 인문학이란것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이루어지는 모든것을 일컫는 말이다. 예를들어 기계 하나를 만들어도 그냥 만들어지는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관점하에서 만들어지는것이다. 그 기계를 왜 만들며 그게 만들어지면 어떤 영향이 있으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등을 생각해보면 된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은 우리가 늘 생각해야하는 부분인데 거창하게 생각하면 어렵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수있는 작은 부분에서 접근하는게 좋다는 점에서 이 책이 의미가 있다. 바로 그림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눈에 쉽게 보이는 도구를 이용해서 인문학적인 관점을 좀 더 쉽게 이야기할수 있는 것이다.

 

책은 크게 3부분으로 나눈다. 나 자신을 찾는 학문의 지혜, 다채로운 우리 삶을 향한 관점을 보는 인생의 지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고전 속 문제의식을 찾는 정치의 지혜이다. 각 부분에는 지은이가 엄선한 여러 그림들이 있고 그 그림들과 관련된 여러 주제들을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1부에서 정선의 '독서여가도'를 보면 옛 선비들이 어떤 마음으로 독서를 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공부만 열심히 하는것이 아니라 편안한 시선으로 화초를 응시하면서 부채로 더위를 달래면서 여유 있게 쉬면서 책을 읽는것을 보여준다. 김홍도의 '사인초상'을 보면 흐트러짐을 허용하지 않는 선비로서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그밖에 책에서는 다양한 그림을 통해서 당대 인물들의 공부란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하는것인지를 이야기하는데 오늘날에 비추어봐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 많다.

 

2부에서는 현재 살고 있는 삶에 대한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책에서는 이백이냐 두보냐 이야기하는데 사실 이백처럼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한둘일까. 유유자적하면서 욕심내지 않고 삶을 즐기는것이 참 좋긴 한데 옛날과 달리 요즘에는 그것이 맨손으로는 쉽지 않는 세상이다. 강희안의 '고수관수도'를 보면 무언가를 이루고 어느정도 내려놓는것이 참 좋은데 그걸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이야기한다.

 

3부는 정치다.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나가야하는가를 이야기하는. 아마 지금시대에 맞는 주제가 아닐런지. 요 몇년 우리삶에 이렇게 정치가 깊숙히 들어온적도 없었을것이다. 그리고 현실은 소수의 위정자가 아니라 다수의 시민이 참여해야함을 깨닫게 했던 시기인데 이 책에서는 역사를 통해서 그것을 더 깨닫게 한다. 김홍도의 '평양감사향연도'를 보면 얼핏 평양감사의 잔치를 그린것같지만 깨알같이 여러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서 부패한 권력, 그리고 그 권력에 기생하기 위한 수많은 날파리들의 향연을 엿볼수있다. 이런것을 소수에게 위임해서는 고칠수 없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것이다.

 

책은 쉽고 재미있게 글을 썼다. 인문학이란게 어떤 하나의 틀로 규정할수있는건 아닌지라 편의상 3부분으로 나누었을뿐 그냥 아무 장이나 펴서 편하게 읽어내려가도 좋을듯하다. 인물과 역사에 대한 짧은 이야기도 흥미로왔고 무엇보다 아는 그림도 있었지만 몰랐던 우리 옛그림을 감상하는 기회도 되었고 두루두루 괜찮게 읽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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