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로 보는 이탈리아 기행 - 세계 인문 기행 2 세계인문기행 2
다나카 치세코 지음, 정선이 옮김 / 예담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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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담출판사에서 나오는 일련의 기행문들(사실 시리즈라는 걸 표방하고 있는건 아니다.)은 다소 일관성은 없을지라도 그 깔끔한 편집과 신뢰감가는 저자 선정때문에 항상 사고 싶은 책 목록에 올려놓게 만든다.

이탈리아에 대한 이 책의 저자는 다나카 치세코라는 일본의 영화평론가인데 저자소개에도 나와있듯이 이탈리아에 대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섭렵한 '이탈리아오타쿠'로 보인다. 덕분에 아주 좋은 이탈리아 여행가이드를 한 명 만난 셈이다.

이 책은 어디 가면 무얼 봐야되고, 유명한 식당은 어디고, 미술관은 어디고, 이 건축물의 건축시기는 언제고 하는 식의 관광정보는 없다. 저자는 대표적인 이탈리아의 도시들-피렌체, 밀라노, 로마, 나폴리, 베네치아, 시칠리아-을 중심으로 챕터를 나누고 각 도시나 지방의 사회, 문화, 예술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각 지방마다, 그리고 각 도시마다 특징이 분명하여 이렇게 각자 이야기를 쏟아놓는 것이 재미만점이다.

저자는 특히 일반적으로 흔히 알려진 건축물이나 역사적 유물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보다는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과 문화예술에 많은 페이지를 할당하고 있다.

저자가 영화평론가인 탓에 각 지방 묘사의 주요모티프는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영화들(흔들리는 대지, 무방비 도시, 자전거 도둑 등)이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전망 좋은 방, 로마의 휴일)과 대표적인 이탈리아 영화들(펠리니나 파솔리니,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작품이 개봉된 난니 모레티감독의 영화들)이 되는 경우가 많고 그 외에 경제적격차로 인한 남북이탈리아의 문제, 마피아세력, 정치적 상황, 과거의 영광과 오늘의 대비 등 이탈리아의 많은 것을 아우르고 있다. 이해를 도와주는 사진자료 역시 풍부하여 시적만족도 또한 높여준다.

단순한 관광안내 정보책자가 아닌, 이탈리아를 가봤던 사람이나 안가본 사람 모두에게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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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잘랐을까
메이슨 브라운 지음, 이상욱 옮김 / 21세기북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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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혹시라도 제목이 헷갈려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사려다 이 책을 사신 분은 없을지 모르겠다.^^ 이 책은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 대한 패러디요, 비판서요, 그림자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신랄하며, 냉소적이고, 냉혹하고 심지어는 지저분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 반면에 우리네 현실세계를 냉정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사실 '변화' 자체보다는 현대사회의 삭막한 현실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글쓰기 컨셉과 패턴을 빌려온 냉혹한 어른용 우화니까. 사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변화에 대한 건전한 사고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긴 하지만 약간은 뜬구름잡는 식의, 좀 차갑게 말한다면 정부나 기업의 홍보책자같은 면도 없지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이와 유사한 주제를 가진 책들이 갑자기 많이 출판되고 베스트셀러 목록에 자주 올라가는 게 개인적으로는 그닥 반갑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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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의 9가지 오해와 편견
이영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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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평소 영화를 많이 보면서 늘상 궁금해했던 역사상의 공동체들이 있었다. 일부는 이런저런 책이나 자료 등을 통해 그 역사와 특성 등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자료가 많지 않아 늘 지적욕구에 굶주려있었다. 이 책은 실로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하였으며 책장을 넘겨본 순간 바로 내가 찾던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서술되는 집단의 카테고리는 다음과 같다. 히피, 집시, 아랍인과 유태인, 아메리카 인디언, 동성애, 마피아, IRA와 아일랜드, 스페인 내전과 보스니아 내전, 달라이 라마, 간디, 에바 페론

저자는 특히 이들 집단들에 대해 영화가 왜곡해놓은 잘못된 이미지를 타파하고자 한다. 일반대중에게 영화라는 강력한 미디어의 힘으로 하나의 공동체 혹은 한 사회를 철저히 왜곡하는 작금의 시대에서는 비판적이고 자주적인 학습이 필수적이다.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고 편견에 치우친 영화만큼 역사나 사회의 왜곡에 이바지하는 매체도 드물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영화들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얘는 좋은 놈, 쟤는 나쁜 놈'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주입당하고 있다.

이는 특히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영화의 내러티브나 관객동화작용에 효과적인 서부영화나 전쟁영화에서 많은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을 예로 들어보자. 나 또한 어렸을 때에는 서부영화를 보며 자라와서 무의식중에 '인디언은 더럽고 못된 야만인'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수천년의 세계사에서 이들만큼 불행해진 집단도 없을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던 그들은 불과 1백년도 안되어 땅과 자유를 포함한 모든 것을 빼앗기고 그것도 모자라 전세계인에게 야만인이라는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신대륙 발견'이라는 용어 자체가 서구중심적인 용어 아닌가. 신대륙은 서구인에게나 신대륙이었지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학살과 약탈, 인종청소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사실 위에 적힌 이들은 적어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거나, 잘못된 편견으로 이해되고 있거나, 무관심한 존재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르고 넘어가기에는 뭔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왜 해마다 상당수의 영화들에 이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영화들은 이들에 대해 정확한 묘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관심하지만 세계사의 중요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이제 보다 객관적으로, 편견없이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본 책조차도 완벽한 이해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만 나열한 부분도 눈에 많이 띈다. 그래도 이 책을 다 읽고 다른 자료를 찾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든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그 가치를 빛낸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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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대가 가장 많이 쓰는 영어 Box
백선엽 지음 / 넥서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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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온 나라가 영어병을 앓고 있다. 전통적으로 영어하면 단어숙어 그리고 문법과 독해였던 것이 이제는 영어를 10년 넘게 공부해도 외국인과 만나면 말 한마디 못한다고 해서 구어체 영어 열풍이 불고 있다. 구어체 영어로 꽤 괜찮은 책은 -95년도 정도로 기억하는데- '영어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가 처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이후 이런저런 많은 구어체 영어책이 쏟아져나왔다. 이 책은 깔끔한 디자인과 함께 많은 실용적인 표현들이 들어있다.

나 또한 외국에서 1년 넘게 있으면서 처음엔 몰라서 어리둥절했던 표현들도 많이 들어있고 활용빈도도 표시되어 있으며 간결한 설명과 예문 또한 작가가 신경쓴 듯 하다. 제목과 같이 미국 20대가 많이 쓰는 영어라면 일상생활에서 가장 활동적인 영어라는 이야기고 이 책의 많은 표현들은 미국이나 캐나다에 가서 현지친구들을 사귀는데 즉각 써먹을 수 있는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책엔 굳이 싣지 않아도 될 표현들이 페이지를 잡아먹고 있다.'Can I have some napkins?','How have you been?','What's going on?','Long time no see' 등과 같은 당연히 많이 쓰지만 요즘은 유치원에서부터 배우는 표현들까지 망라한 것은 책사기를 망설이게 한 요인이었다. 사실 이러한 표현들이 전체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영어에 대해서 기초가 전혀 없는 사람이 이 책의 독자일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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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Travels 쉬 트래블스 1 - 라틴 아메리칸 다이어리 1
박정석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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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꽤나 흥미로운 책이다. 여행지역이 일반사람으로선 좀처럼 여행하기 힘든 중남미 지역이라는 것과 작가의 시선 또한 흔히 보는 여행기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래 여러 독자서평을 읽어봐도 대단한 악평에서부터 대단한 호평에까지 극과 극을 달린다는(사실 10개 남짓한 독자서평에서 이토록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는게 상당히 재미있다.)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단, 일반한국인들에게는 상상과 동경과 미지의 대상일 뿐인 중남미를 착실히 공부하던 박사과정을 하루아침에 팽개치고 다녀온 것부터가 뭔가 범상치 않았다. 그러나 이보다도 특이한 것은 작가의 관점인데, 작가는 독립적이다못해 철저한 고립주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여행 내내 이러한 성격이 드러난다. 이는 중남미같이 치안도 부실하고 경제적,정치적 환경도 색다르며 어딘가 불안해보이는 나라들을 여자 홀로 여행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일지도 모르나, 이는 어쨌든 작가의 성격 자체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하긴 이런 성격 없이 어찌 혈혈단신 중남미로 떠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작가와 동년배라 그런지 아니면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왠지 모르게 작가의 이런 성격에 동질감이 가끔씩 느껴졌다. 그러나 작가의 이러한 성격은 여행 도중 맞이하게 되는 현지인 혹은 다른 여행자의 진심어린 마음까지도 부담스럽게 느끼고 결국은 그를 벗어나야만 마음이 홀가분해질 정도니, 좀 삭막하게 말해서 '인간미 결여' 비슷하게도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작가가 특별한 이유없이 적대감을 느꼈던 중미의 국가들 -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과 이유없이 호감을 느끼는 남미국가들-특히 콜롬비아-에 대해 그 적대감과 호감의 근원은 발견하기 어렵다. 본 여행기로만은 그 이유를 파악하기 힘든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는 작가의 편견일 것이며 이런한 편견은 미지의 세계를 여행할 때 그닥 도움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분별없이 해외여행다니는 사람들을 포함한 어느 누구나 이러한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고 또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을지라도 말이다.

작가의 편견은 작가의 취향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작가는 여행기 전체를 통털어 중남미의 식민지시대 건물들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중남미의 식민지시대 건물들이야 서양, 특히 스페인,포르투갈의 유산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현지문명과 혼합된 건축양식이라기보다는 중세-근대의 서유럽문화의 유산임에 불과한 건물들인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느끼는 서양인(정확히 말하자면 백인)에 대한 묘한 열등감과 열망은 좀더 편견을 떨쳐버리지 못한 일반한국인의 그것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 책은 흥미진진하다. 개인적으로 여행기를 좋아하지만 이 책만큼 인상깊은 책은 전유성씨의 책밖에 없었다. 전문여행가의 객관적인 여행기에 무의식중에 지쳐버린 나의 의식 속 다른 한편을 깨워준 작가에 감사한다.

사족 하나 : 작가가 사진찍기를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인지 다채로운 중남미의 풍경을 충분히 느낄 수 없어 아쉽다. 물론 사진이 많아지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는 점은 이해하지만서도...여행가서 필름 수백통을 다 쓰고 책 여기저기에 그 노력의 산물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전유성씨의 책과 좋은 대비가 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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