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Travels 쉬 트래블스 1 - 라틴 아메리칸 다이어리 1
박정석 지음 / 효형출판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꽤나 흥미로운 책이다. 여행지역이 일반사람으로선 좀처럼 여행하기 힘든 중남미 지역이라는 것과 작가의 시선 또한 흔히 보는 여행기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래 여러 독자서평을 읽어봐도 대단한 악평에서부터 대단한 호평에까지 극과 극을 달린다는(사실 10개 남짓한 독자서평에서 이토록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는게 상당히 재미있다.)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단, 일반한국인들에게는 상상과 동경과 미지의 대상일 뿐인 중남미를 착실히 공부하던 박사과정을 하루아침에 팽개치고 다녀온 것부터가 뭔가 범상치 않았다. 그러나 이보다도 특이한 것은 작가의 관점인데, 작가는 독립적이다못해 철저한 고립주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여행 내내 이러한 성격이 드러난다. 이는 중남미같이 치안도 부실하고 경제적,정치적 환경도 색다르며 어딘가 불안해보이는 나라들을 여자 홀로 여행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일지도 모르나, 이는 어쨌든 작가의 성격 자체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하긴 이런 성격 없이 어찌 혈혈단신 중남미로 떠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작가와 동년배라 그런지 아니면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왠지 모르게 작가의 이런 성격에 동질감이 가끔씩 느껴졌다. 그러나 작가의 이러한 성격은 여행 도중 맞이하게 되는 현지인 혹은 다른 여행자의 진심어린 마음까지도 부담스럽게 느끼고 결국은 그를 벗어나야만 마음이 홀가분해질 정도니, 좀 삭막하게 말해서 '인간미 결여' 비슷하게도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작가가 특별한 이유없이 적대감을 느꼈던 중미의 국가들 -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과 이유없이 호감을 느끼는 남미국가들-특히 콜롬비아-에 대해 그 적대감과 호감의 근원은 발견하기 어렵다. 본 여행기로만은 그 이유를 파악하기 힘든데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는 작가의 편견일 것이며 이런한 편견은 미지의 세계를 여행할 때 그닥 도움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분별없이 해외여행다니는 사람들을 포함한 어느 누구나 이러한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고 또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러울 수 있을지라도 말이다.

작가의 편견은 작가의 취향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작가는 여행기 전체를 통털어 중남미의 식민지시대 건물들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중남미의 식민지시대 건물들이야 서양, 특히 스페인,포르투갈의 유산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현지문명과 혼합된 건축양식이라기보다는 중세-근대의 서유럽문화의 유산임에 불과한 건물들인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느끼는 서양인(정확히 말하자면 백인)에 대한 묘한 열등감과 열망은 좀더 편견을 떨쳐버리지 못한 일반한국인의 그것에 다름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 책은 흥미진진하다. 개인적으로 여행기를 좋아하지만 이 책만큼 인상깊은 책은 전유성씨의 책밖에 없었다. 전문여행가의 객관적인 여행기에 무의식중에 지쳐버린 나의 의식 속 다른 한편을 깨워준 작가에 감사한다.

사족 하나 : 작가가 사진찍기를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인지 다채로운 중남미의 풍경을 충분히 느낄 수 없어 아쉽다. 물론 사진이 많아지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는 점은 이해하지만서도...여행가서 필름 수백통을 다 쓰고 책 여기저기에 그 노력의 산물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전유성씨의 책과 좋은 대비가 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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