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한 한쌍
닐 사이먼 지음, 강인환 옮김 / 청목(청목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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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나라 출판업계에서 푸대접받는 작가에 대해 고개가 갸우뚱거려질 때가 가끔 있는데 아직은 출판시장이나 독서시장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독자의 편식과 다양하지 못한 취향, 몇 년만 지나면 구닥다리로 치부하는 경향 등이 맞물려서 그런 결과가 빚어지는 것 같다.

닐 사이먼의 작품은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닐 사이먼의 다소 미국적인 작품성향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그다지 궁합이 잘 맞지 않을 수 있는데다 희곡, 그것도 코미디 장르의 작가라 더욱 외면받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지금 검색을 해보니 닐 사이먼의 작품은 거의다가 절판 아니면 품절이다. 이전에 그의 작품을 몇 편 구해놓은 게 정말 다행이라고 느낀다.

우리나라에서 희곡은 셰익스피어와 브레히트 등 몇몇 작가의 작품과 널리 알려진 작품 몇 개를 빼곤 그 리스트가 너무나 빈약하다. 이는 대형서점이나 도서관도 마찬가지이다. 나 자신이 대단한 연극팬은 아니지만 연극은 영화와 뮤지컬, 그리고 각종 공연작품의 어머니다. 마치 음악에서 블루스가 록과 재즈, 리듬앤블루스, 소울의 어머니인 것처럼. 희곡시장의 빈약함은 바로 우리 정서의 빈약함을 대변한다. 예전 포도원희곡선집 같은 훌륭한 기획이 아쉬울 뿐이다.

이 책은 4편의 작품([희한한 한쌍],[굿 닥터],[플라자 스위트],[나는 영화배우가 되고싶어])이 실려있다. 그의 작품이 늘 그렇듯이 유머와 위트가 뛰어난 작가의 작품세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물론 닐 사이먼은 위대한 작가라기보다는 글재주가 뛰어난 보다 대중적 성향의 작가이지만 독특한 소재, 재치있는 대사와 코믹한 상황설정 속에 그려지는 페이소스는 그러나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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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이야기 Be The Reds
얀 룰프스 지음, 양희승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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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히딩크의 자서전 가지고는 얘기가 모자랐던가? 물론 별 내용과 고민없이 스포츠신문 기사 짜깁기한듯한 월드컵이야기들이 한바탕 판쳤던 마당에 그래도 국가대표팀 기술분석관이었던 사람의 직접적인 경험담은 꽤 흥미롭게 느껴지지만. 하지만 글쓰는 실력이 그리 탁월치는 않고, 번역도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내용이야 모르고 있던 에피소드 몇 개 추가하는 것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이 책에는 월드컵 자체에 대한 이야기 외에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나라 사회와 축구협회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어쩌면 이 부분이 이 책의 핵심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제목이 한국어판용으로는 그다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스포츠신문을 비롯한 언론에 대한 불만도 여기저기 보인다. 우리나라 체육계와 스포츠언론에 불만이 많은 분들은 조금 속이 풀릴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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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문화읽기 - 아름다운 땅, 깍쟁이 나라
이해성 지음 / 학민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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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웬만하면 책을 끝까지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반 조금 더 읽다가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불과 1년동안 경험해본 나라에 대해 마치 꽤나 심도있는 분석이라도 하는 양 책 표지나 머리말에 쓰고 있지만 책 어디에서도 도대체 현지문화에 적응하려는, 혹은 현지인과 동화되고자 하는 노력은 전혀 보이질 않고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방식대로, 외국인이나 이방인의 눈으로만 보고 경험한 편협한 내용과 스스로 느끼는 인종차별이라는 자격지심만 가득할 뿐이다. 사진자료는 도대체 이게 가족소개사진인지 캐나다소개사진인지 모를 정도며,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외국이라는 저자 개인의 한계를 여기저기서 나타내고 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당하거나 유색인종이 불리한 일을 보면 모두다 유색인종 차별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몰아붙이고 (국립공원가서 고사리 뜯는게 캐나다 현지인의 눈으로 보면 명백한 자연훼손인데, 그걸 가지고 '백인이' 화를 냈다고 유색인종 차별 운운하는 게 진정한 지식인이 가져야 할 시각일까? 그리고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하니 토론토대학 교환교수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한국에서나 통할 사고방식으로 대처하는 게 캐나다에서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캐나다의 현지 문화와 사람들과 동화하는 건 전혀 관심밖이며, 아무리 좋은 걸 봐도 색안경을 끼고 보고(캐나다의 운전과 교통에 대한 내용 참조), 오로지 캐나다의 환상적인 자연만 볼만하다는 식의 평가다.

저자 정도의 지식인이 이렇게 편견과 선입견으로 가득찬 내용으로 책 한 권 덜렁 내버리는 그 얄팍한 태도에 기가 질린다. 외국나가보니 결론은 역시 우리나라 자연과 우리나라 음식이 최고네 하는 얄팍하고 유치한 한국사랑만 남아있을 뿐이다. 어느 사회에나 그 사회의 주류가 있고 그 사회가 갖춘 시스템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어쨌거나 캐나다라는 나라 자체를 세운 건 백인들인데 그럼 주류사회가 백인들 아니고 누구겠는가?

한편 난 백인 캐나다인들이 유색인종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도 많이 봤고(사실 이건 특히 젊은 층에선 자연스런 일이다.), 애인사이인 것도 봤고, 결혼하는 것도 봤고, 유색인종을 입양해서 키우는 것도 봤다. 나 스스로도 경험한 일이다. 또 한편으로는 하류층 백인 캐나다인들도 많이 봤다. 물론 알게모르게 당한 인종차별도 있었다. 하지만 인종차별 없는 나라가 이 세상에 있는가? 그나마 캐나다는 이민이 건국과 사회발전의 토대가 된 나라라 여러 민족의 다양한 문화를 인정해주는 편이고 이것이 캐나다가 미국과 다른 점이다.

사람마다 시각이 틀리기에 똑같은 걸 보고도 다르게 느끼는게 당연하긴 하다. 하지만 캐나다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양을 늘어놓는 사람도 문제지만 이런 식으로 얄팍한 지식에 기인한 편견으로 가득찬 시선을 던지는 사람도 대책없긴 마찬가지다. 해외여행을 하거나 해외거주를 할 때에는 열린 마음과 현지에 동화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거나 인정할 생각없이 모든 것에 한국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은 도대체 뭐하러 해외에 나가는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저자가 그런 민감한 유색인종차별에 대한 시각으로 우리나라에서 고통받고 있는 동남아나 다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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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jhn 2007-10-18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이 다시원해지는 서평이네요 ,시원합니다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
김지룡 지음 / 명진출판사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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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화는 항상 우리의 동경과 호기심과 비판의 대상이었다.일본대중이 역사왜곡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대해 잘 모르듯 우리나라 대중도 일본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일본 아니메와 망가의 세례를 받고 자라난 내 또래세대 역시 일본과 그 문화에 대해서는 복잡미묘한 태도를 갖는다. 일본의 침략과 지배를 겪은 우리네라 조금만 민감한 얘기만 나오면 대부분의 사람은 일본에 대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열이 올라오는 것이 우리 기본 정서지만서도, 우리의 부모세대는 일본산 밥솥과 전자제품에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내왔고 우리 세대는 일본산 아니메, 망가, 전자오락 등에 흠뻑 젖어있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왔다.사람따라, 혹은 취향따라 극과 극을 달리는 일본문화에 대한 생각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일본에 대해 항상 물음표를 붙여왔다.

이 책은 일본의 대중문화, 즉 일본의 대중음악,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문학에 대해 분석함과 동시에 이를 비즈니스적인 시각에서 풀어쓰고 있다. 나온지 한참 되긴 했지만서도 당시엔 이정도의 일본 문화에 대한 책이 드물었으며 지금 읽어봐도 그다out-of-date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일본문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칭송도, 비판도 없다. 깊이가 없다는 말이 있을 수 있으나 대중문화에 대한 논의는 그 깊이가 정도를 지나치면 핵심에서 벗어나기 쉽다. 그렇다고 내용이 얄팍한 것도 아니다.

사실 이 책은 그 내용만큼이나 저자가 무척 흥미로운 사람이다. 책에 따르면 작가는 6살 때 만화를 읽기 위해 한글을 독학으로 익혔고 초등학교 6학년때 촌지교사에 대해 느낀 살의(!)로 인해 중3수준의 화학지식을 갖추었고 중3때에는 도서관의 야한 중국기담전집을 읽으려고 한문을 마스터했고 고등학교때 팝송마니아가 되어 '록 아티스트 대사전'을 통째로 암기한 덕분에 수만 개의 영어문장이 입력되었다. 작가는 이렇게 공부를 해서 서울대에 가게 된 것이다.그래서 작가의 시각은 엘리트나 석학의 아카데믹한 논리와 서술이 아니라 일반인의 눈이면서도 새롭고도 '재미'가 있는 시각이기에 더욱 와닿는 점이 많으며 저절로 머리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많은 것이다.

'선정성'과 '폭력성'을 단골 논거로 삼아 일본 문화에 대한 모든 결론을 '저질'과 '문화적 침략'으로 끝맺는 이런 식의 히스테리는 문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거기엔 왜 일본의 문화 상품이 전 세계를 지배할 정도로 재미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 나름의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이런 '건설적인' 고민의 흔적은 전혀 없다. 물론 일본의 오락 상품 중에 질이 낮은 상품, 문제 있는 상품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질인 것은 오히려 소수다. 우수한 상품이 많았으니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음란하고 폭력적인 것만으로 세계 시장에 호소할 수는 없다. 그렇게 세계가 만만한가? (241쪽)절판되기엔 아까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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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 상
존 그리샴 지음, 신현철 옮김 / 북앳북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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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톱니바퀴'라는 제목은 그리샴의 작품중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이후 가장 이해 안되는 번역본 제목이다.법을 어겨 투옥되어 새출발을 하고싶은 전직 판사들과 정치계를 손바닥에 놓고 노는 무소불위의 권력의 핵심 CIA, 이중생활의 대통령후보,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각종 권모술수....그리샴은 이 작품에서 '파트너'에 이어 또 안티히어로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결과는 다시 한번 그다지 신통치 않다. 아직 그의 신작들 - 소환장, 크리스마스 건너뛰기-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레인메이커' 이후 왠지 그의 작품은 점점 흡인력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이 작품에도 나름대로 흥미로운 소재와 빠른 전개,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문제없는 사람들의 속내에 숨겨져있는 진실을 냉소적으로 파헤치는 점은 여전하긴 하나 약간 엉성한 구성에 반전의 묘미가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 캐릭터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없다는게 가장 아쉽다.이제까지 '법'과 '변호사'라는 소재는 그의 작품 자체을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차별화시키고 그 자체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요소였으나 이제 법정의 테두리 밖으로 벗어나려는 그의 노력이 오히려 범작을 만드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이 작품에는 어중간한 냉소만 있을 뿐, '사라진 배심원'같은 뒤통수 치는 결말이나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나 '레인메이커'같이 속시원한 재미나, 혹은 '가스실','타임 투 킬','거리의 변호사'같이 사회에 던지는 진지한 메시지 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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