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
김지룡 지음 / 명진출판사 / 1998년 5월
평점 :
절판


일본문화는 항상 우리의 동경과 호기심과 비판의 대상이었다.일본대중이 역사왜곡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대해 잘 모르듯 우리나라 대중도 일본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일본 아니메와 망가의 세례를 받고 자라난 내 또래세대 역시 일본과 그 문화에 대해서는 복잡미묘한 태도를 갖는다. 일본의 침략과 지배를 겪은 우리네라 조금만 민감한 얘기만 나오면 대부분의 사람은 일본에 대해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열이 올라오는 것이 우리 기본 정서지만서도, 우리의 부모세대는 일본산 밥솥과 전자제품에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내왔고 우리 세대는 일본산 아니메, 망가, 전자오락 등에 흠뻑 젖어있는 모순된 모습을 보여왔다.사람따라, 혹은 취향따라 극과 극을 달리는 일본문화에 대한 생각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일본에 대해 항상 물음표를 붙여왔다.

이 책은 일본의 대중문화, 즉 일본의 대중음악,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문학에 대해 분석함과 동시에 이를 비즈니스적인 시각에서 풀어쓰고 있다. 나온지 한참 되긴 했지만서도 당시엔 이정도의 일본 문화에 대한 책이 드물었으며 지금 읽어봐도 그다out-of-date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일본문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칭송도, 비판도 없다. 깊이가 없다는 말이 있을 수 있으나 대중문화에 대한 논의는 그 깊이가 정도를 지나치면 핵심에서 벗어나기 쉽다. 그렇다고 내용이 얄팍한 것도 아니다.

사실 이 책은 그 내용만큼이나 저자가 무척 흥미로운 사람이다. 책에 따르면 작가는 6살 때 만화를 읽기 위해 한글을 독학으로 익혔고 초등학교 6학년때 촌지교사에 대해 느낀 살의(!)로 인해 중3수준의 화학지식을 갖추었고 중3때에는 도서관의 야한 중국기담전집을 읽으려고 한문을 마스터했고 고등학교때 팝송마니아가 되어 '록 아티스트 대사전'을 통째로 암기한 덕분에 수만 개의 영어문장이 입력되었다. 작가는 이렇게 공부를 해서 서울대에 가게 된 것이다.그래서 작가의 시각은 엘리트나 석학의 아카데믹한 논리와 서술이 아니라 일반인의 눈이면서도 새롭고도 '재미'가 있는 시각이기에 더욱 와닿는 점이 많으며 저절로 머리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많은 것이다.

'선정성'과 '폭력성'을 단골 논거로 삼아 일본 문화에 대한 모든 결론을 '저질'과 '문화적 침략'으로 끝맺는 이런 식의 히스테리는 문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거기엔 왜 일본의 문화 상품이 전 세계를 지배할 정도로 재미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 나름의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이런 '건설적인' 고민의 흔적은 전혀 없다. 물론 일본의 오락 상품 중에 질이 낮은 상품, 문제 있는 상품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질인 것은 오히려 소수다. 우수한 상품이 많았으니까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음란하고 폭력적인 것만으로 세계 시장에 호소할 수는 없다. 그렇게 세계가 만만한가? (241쪽)절판되기엔 아까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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