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자런 HOPE JAHREN

  다양한 수상경력을 지닌 과학자, 작가, 열정적인 교사이자 75억 인류와 함께 이 행성을 공유하고 있는 지구인,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지구 진화 및 역학 센터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과학예술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하다.

 1969년 미네소타주 오스틴에서 물리학 교수였던 아버지의 딸로 태어났다. 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지질학을 공부했고,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토양과학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아공과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부교수로, 하와이대학에서 정교수로 재직했다. 풀브라이트 상을 세 번 수상했고, 탁월한 역량을 보인 젊은지구물리학자에게 수여하는 제임스 매클웨인 메달을 받았으며,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을 담은 책 《랩걸》은2016년 스미스소니언매거진> ‘최고의 과학책 10‘, 아마존 ‘최고의 책 20‘으로 꼽혔다.

각종 주요 언론 매체의 2017년 보도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는 노르웨이다. 그곳을 생각하면 기차 철로 건너편의 꽁꽁 얼어붙은 야외 벤치에 앉은 한 남자가 청어를 꺼내 들고 턱수염을 헤치며 먹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노르웨이 인구는 500만 명으로 미국 애틀랜타시 일대의 인구보다도 적은데, 추위 속에서 늦은 시간 오는기차를 기다리는 일만 없다면 나 역시 여기서 꽤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인정한다. - P79

노르웨이 문화에서 살모 살라르Salmo salar 라는 물고기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어로는 ‘대서양 연어Atlantic salmon 라고 불리고 노르웨이에서는
그저 ‘라크스 Laks‘라고 알려진 살모 살라르는 모든 훌륭한바이킹처럼 갖은 풍상을 겪은 여행자라 할 수 있다. 민물에서 부화해 곤충과 유충을 먹이로 삼는데, 태어난 첫날부터열정적인 사냥꾼이다. 성체가 되면 북해로 향해 오징어와장어, 새우, 청어를 따라다니며 잡아먹고 길이 1미터, 무게45 킬로그램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으로 커진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토르(북유럽 신화에서 전쟁과 농업을 주관하는 천둥의신 - 옮긴이)의 힘과 프레이야(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과 풍요의 여신 - 옮긴이)의 열정을 모두 갖추게 되고, 물살을 헤치고강을 거슬러 올라 다음 세대 탐험가 물고기를 탄생시키기위해 원래의 기원인 민물로 돌아간다. - P81

1990년은 노르웨이뿐 아니라 전 세계 어업에 중요한변곡점이었다. 1990년과 지금 이 순간 사이 전 세계 해산물 생산량은 두 배가 되었는데,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의 양은 변함이 없다. 현재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물고기의 절반이상은 양식장에서 키운 것이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인류의 식량 생산 능력이 놀랍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5장과 6장에서 본 곡류 및 육류 분야의 생산 증가가 어업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 P87

해초로 만든 하이드로콜로이드는 내가 아이였을 때는 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의 탄생에 일조했다. 몇 년 동안 누군가가 먹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일련의 음식들 말이다. 개봉되면 이 음식들은 밀폐되었던 그날과 거의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 그 결과 수백 미터만 가면 나오는 편의점과 자동판매기에서 캔디, 케이크, 파이, 도넛 등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1969년 또 다른 화학물질이 발명되어 우리가 먹고 마시는방식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비타민이나 미네랄, 기타 영양소가 전혀 들어 있지 않고 그저 칼로리뿐인 물질. 그것이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삶을 참을 수 없이 달콤하게 만들어놓았다. - P92

때때로 나는 아버지가 그리워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할정도가 되곤 한다.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지금도 가끔은 너무 힘들어서 아버지가 정말 세상을 떠나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아버지는 2016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와 세 오빠와 내가 병실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은 아버지를 둘러싸고 앉아 있었고, 의사가 기관지에 삽입한 호흡기를 떼어내는 동안 침대로 다가가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숨소리가 점점 불규칙해지더니 마침내 멈추었고, 간호사가마지막으로 심전도 모니터를 끄고 플러그를 뽑으며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았다.
- P93

과일과 꿀은 지난 1,000여 년 동안 인간의 음식을 달콤하게 만들어주었다. 중세 시대 상인들은 햇살이 내리쬐는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사탕수수로부터 건조한 형태의 설탕을 정제하고 결정화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유럽의 자갈 토양에서 캐낸 사탕무로도 설탕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식탁에서 사용하는 흑설탕, 황설탕, 백설탕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설탕은 수크로스sucrose 라 불리는 정제된 합성물질이다.
양 날개로 나는 나비처럼 설탕은 두 가지 화학물질이결합해 만들어진다. 한쪽 날개는 포도당(글루코스)이고 다른쪽 날개는 과당(프럭토스)이다. 사탕수수 혹은 사탕무로부터정제된 이 ‘나비‘는 미국인들이 1950년대에 2킬로그램들이 봉투째로 사서 집으로 향해 식료품 저장고에 보관하던기본 식품으로, 오늘날의 미국 식습관에서는 더 이상 지배적인 당류 형태가 아니다. - P99

우리가 먹는 음식의 양으로 10퍼센트는 몸속에서 고체 상태의 폐기물로 존재하게 된다. 물론이폐기물은 완전히 변형된 상태로, 먹은 것을 소화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큰 도움을 주는 박테리아를 함유하고 있다. 건강하게 잘 살려면 장 안에 이런 박테리아가 엄청나게 많이 존재해야 하지만, 아주 적은 수라도 박테리아가 입 근처로 올라오면 심하게 아플 수도 있다. 평균적인 성인은 매주 1킬로그램에이르는 대변과 15리터의 소변을 만들어내는데, 이런 노폐물은 만들어진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운반되어 어느정도는 즉시 무독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세인트폴의 30만 주민은 매일 36톤의 대변과 55만리터의 소변을 만들어낸다. 이런 인간의 배설물 양을 가늠하기 위해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익숙한 시각적인 비교법을 이번엔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럴 수가 없을것 같다.  - P107

농장에서 재배된 식재료가 식탁의 포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는 음식이 낭비되는 수많은 단계가 있을 것이다.
채소는 너무 크다고 혹은 너무 작다고 거절당하고, 곡물은컨베이어벨트로 운반되는 와중에 쏟아져 내리고, 우유는트럭으로 운반되는 도중 상해버리고, 과일은 진열장에서물러 터지고, 고기는 포장된 채 유통기간을 넘겨버리고, 저너 뷔페 음식 중 남은 것은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더 많이먹을수록 더 많이 버리게 된다. 1970년에 미국인은 매일평균 150그램의 음식을 버렸다. 오늘날 이 수치는 300그램으로 늘어났다. 미국 가정에서 최근 매일 쓰레기 매립지로보내지는 것의 20퍼센트는 먹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음식물이다.
미국 슈퍼마켓의 효율성을 분석한 경영 컨설턴트는트럭 일곱 대중 한 대꼴로 신선 식품이 버려지고 있다고추정했다. 짐 내리는 곳으로 들어간 트럭은 싣고 있던 나무 상자를 내린다. 그 안에 있는, 포장되지 않은 채 담겨 있는 식료품들은 선반에 진열되었다가 나중에 다시 수거되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그 안의 쓰레기는 대형 쓰레기통으로 옮겨진다.  - P111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숫자 자체만 보아도 알 수있다. 엄청난 양의 식품이 다가 썩어가지만 그 이상의 문제가 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에는 엄청난 비극이 담겨있다. 매일 거의 10억 명이 배를 곯는 동안 또 다른 10억명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망쳐버린다. 우리는 먹을 의도가 전혀 없는 음식에 숲과 깨끗한 물과 연료를 걸고 도박을 하는데, 매번 그 도박에서 지고 있다. 우리 입맛에 봉사하기 위해이 지구에서 짧은 시간 머물다 가는 셀 수없이 많은 식물과 동물을 무의미하게 멸종시켜버렸다.
절반쯤 먹다 버린 음식을 쓰레기통에서 발견하면 도대체 왜 우리가 땅을 갈았는가 생각하게 된다. 왜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잡초를 솎아냈을까? 왜 수확기를 몰고 탈곡기를 돌리고 저장고를 채웠을까?  - P112

우리는 이런 노동에 삶을 허비하고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집을 떠나 일을 하고 또 일하고 일하는 것은, 이런 공급의 엄청난 전 세계적 연결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이루어낸 모든 것의 40퍼센트를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은 자라나고 우리 몸은 시들어가고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찾아온죽음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시간을 쓰고 있다. 음식물을 쓰레기 매립지에 던져 넣을 때 우리는 그냥칼로리 덩어리를 던져 넣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른 사람의생명을 던져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풍요에 대한 무자비한 추구에 이끌린 결과, 우리가 공허하고 소모적이고명백한 빈곤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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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약속
로맹 가리 지음, 심민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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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았다.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

  오래전에 읽은 책을 다시 꺼내서 읽는다. 처음 읽었을 때 '로맹 가리'를 향한 찬탄으로 보이지 않았던 어머니의 조바심과 아들을 향한 기대치가 너무 뚜렷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여러 의미로 ‘엄마‘를 생각한다. - 근래 들어 아니 에르노의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로 오래 앓던 어머니를 보낸 작가를 읽었고, 시몬느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으로 평생을 불화한 엄마를 떠나보내는 작가의 심경을 고스란히 느꼈다.

  여러 버전의 ‘프랑스‘ 또한 생각한다. - 요즘 계속 읽은 책들을 통해 물론 소설들이긴 하지만 '에릭 제거'의 [라스트 듀얼]로 중세 프랑스를, '에밀 졸라'의 [패주]로 프로이센과 전쟁을 치르며 패배하는 1870년대의 프랑스를, [집구석들]로 그 이전 시절의 부르주아의 몰락을, '프랑스와즈 사강'의 [패배의 신호]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려는 자유 영혼들을 만나고 '아니 에르노'의 여러 권의 책을 통해 거기 사는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고 '프랑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으로 근 현대 프랑스의 철학이나 사회성을 엿본 것이 시작이겠지만.

  ˝끝났다. ˝로 시작하는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은 ˝나는 살아냈다. ˝로 마무리된다. 장소는 빅서 해안이고, 그 특별한 장소는 곧 어머니다. 자신이 완성한 그 모든 것이(자신까지도 포함해서), 곧 어머니였고 어머니 때문에 가능했다고 로맹 가리는 역설한다.

  영화를 보는 중에도 그렇고 책을 읽으면서도 덩달아 바쁘고 고단했다. 도무지 쉼이 없는 일상의 연속이다. 아무리 프랑스인이라고 가슴 가득 바람을 집어넣고 자세 반듯하게 기립해도 망명자의 고단함이 꾹꾹 눌러찍은 스탬프 도장 같아 짠했다. 진짜들은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진짜처럼 보여야 하는 아류들은 확인받을 무언가가 자꾸 필요한 법이다. 무엇이 그토록 프랑스인으로 되려는 이유가 궁금하기는 했다. 그러나 자식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몽땅 내던지는 억척스럽고 강인한 우리 주변의 어머니들을 돌아보아도 그 해답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 아들을 향한 과도한 허세와 집념은 아들을 닦아세웠고 어머니가 원하는 아들이 되려고 고군분투하는 시간들로 로맹은 그의 인생을 채웠다. 어머니의 장래희망이 그의 것이 되고, 어머니의 염원이 그의 것이 되어가는 동안 그는 행복했을까? 단지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서만 살았을까? 그런 의문들도 비행 중에도, 잠을 포기하고 매일 밤 글을 쓰는 로맹의 모습은 그것이 무엇이었든 과정은 치열하고 그 치열함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무엇보다도 나 때문에 걱정은 말아라. 나는 늙은 말이야. 이제까지도 견뎠는데, 조금 더 견딜 수 있다. 모자를 벗어보렴. ˝ 나는 모자를 벗었다. 어머니는 내 이마 위에 손으로 십자 성호를 그었다.

  ˝Blagoslavliayou tiebia——너를 축복한다. ˝

  어머니는 유대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이 문제이다. 어떤 언어로 말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문으로 갔다. 우리는 다시 한번 미소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완전히 마음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

  어머니의 용기 안에 있는 어떤 것이 내게로 옮겨와, 내 안에 영원히 남았다. 지금도 어머니의 용기가 내 안에 깃들어 살며, 절망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내 인생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p282.283

  로맹은 몰랐지만 어머니는 이 작별 의식이 마지막임을 알고 있었다. 저 축복의 기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자식한테 보내는 간절한 기원임은 알겠다. 남평에서 젤로 용감하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내 어머니의 용기가 내게로 옮겨오면 좋겠다. 하긴 우유부단한 노름꾼 한량을 남편으로 둔 엄마의 용기가 없었다면 일곱 명의 자식들은 굶어죽었겠지.

  단 한 번도 어머니의 자부심이 되지는 못했어도 오늘의 내 삶은 그분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나는 그분께 빚졌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부탁한 말씀은 완전히는 아니어도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지켜냈다고 오늘은 말할 수 있겠다. '약속'은 중요한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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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4-28 1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산 님 진심 어린 솔직담백한 페이퍼 감동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에게 빚꾸러기이지요. 새삼 표지의 표제 서체를 다시 보게 됩니다. 불안정한,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한 자락 같은…이방인으로서 안착하기 위해 작가로서 성공한 삶이 주어지길 염원한 어머니에게 약속을 지킨 작가의 품성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도 책도 보았는데 갱스부르의 연기도 그렇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많이 읽으셨네요. 특히 아니 에르노의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관심이 갑니다. 읽어봐야겠어요. 에릭 제거의 “라스트 듀얼”도요.

2022-04-28 18:28   좋아요 0 | URL
지금 읽고 있는 호프 자런의 책에 ˝프레이야˝가 등장했는데... 여기서 뵈니 감동입니다^^ 책도 매번 새롭게 읽힌다는 걸, 깨닫고는 한답니다.
 

˝지구와 더불어 사는 우리는 지구와 한 가족이지만 한 번도 가족처럼 따뜻하게 지구의 안녕을 물어본 적이 없다. 우리는 그동안 풍요롭게 식량과 에너지를 지구로부터 얻었으며,
지구는 그저 말없이 모든 것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지구는과연 안녕할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지구의 형편을 비로소
세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은 관측과 실험으로 얻어진 신뢰할 만한 자료를 토대로 검증된 내용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후 연구자들중에 여기에서 다루는 내용을 부정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본다. 또 호프 자런은 과학적인 현상을 자신의 경험과 결합하여 문학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독자들은 책을 읽으며 지구와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어른들뿐 아니라 더 오랜 시간 지구와관계를 맺을 청소년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지구는 무엇을이야기하고 있는가. 귀 기울여 듣고, 그에 응답할 때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 기후과학연구소장

한국어판 서문

나의 모어인 영어로 이 책이 출간된 것은 2020년 3월이었다. 얼마나 흥분했던지. 책 출간을 앞둔 몇 달 동안은디자인을 결정하고 마지막 오탈자를 잡아내느라 정신이없었다. 그 전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길고 긴 자료 조사를하며 행복한 몇 달을 보냈다. 그동안 사무실 창문으로 마당을 내려다보며 가을날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눈보라가 몰아치는 것을, 마지막으로 늘 그렇듯 온 세상이 모두 초록으로 돌아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잠깐씩 백일몽을 꾸는 사이에 데이터를 내려받고 또 내려받으며, 짧다고 할 수 있는내 인생 50년 동안 일어났던 소비와 폐기물, 기후 변화의패턴을 보여주는 각종 수치들을 찾았다.
분석을 통해 정신이 번쩍 드는 결과가 나타났지만 작업은 즐거웠다.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인구가 두 배로 중가하고 식량 생산은 세 배로 증가했으며 에너지 소비는 네배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 이 비율은 훨씬 더 극적이다. 지난 50 년 동안 인구는 60퍼센트 증가했고 에너지 소비는 열배, 화석 연료 사용은 아홉 배 증가했다. 이런 모든 변화가되돌릴 수 없는 심각한 기후 문제를 야기했다고 결론을 내 - P7

우리가 수년간 해오고있던 운전하고 사람 만나고 물전을 사고 비행기를 타고 쇼핑하고 여행하는 일 등의 대다수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적인‘ 일이었다. 좋든 싫든 한 더 좋든 더 나쁘든,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계속하서 익숙해져 있었던 소비의 습관 없이 몇 달을 지내왔고,
대부분은 잘 이겨냈다.
곧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도 다시 문을 열 것이고 나도 일하러 돌아갈 것이다. 조금 거리를 두어야 하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생활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이 책이 한국을 다음 번 행선지로 삼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내가 쓴 책을 누군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 - 아쉽게도로 읽어줄 때의 아름다운 소리, 다른 세상의 소리를상상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나는 이 책이 담고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훨씬 더 강하게 믿게 되었다. 문제를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 어딘가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숨어 있으니까.
- P9

내가 아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는 코로나19를싫어하고 두려워하기도 하며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한국의 위대한 시인 유치환은 희망이 해진 주머니로도 흘러간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원(시의 맥락에서는 시적 화자의 곤궁한 처지에 대한 소회가 담긴 표현이로 읽을 수 있으나, 호프 자런은 영역된 시를 읽으며 이를 좀 더 희망적으로 해석했다. 보내온 원문은 다음과 같다. Hope can flow even into a tornprocket. - 옮긴이), 적어도 한 세대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속도를 늦추고, 손대지 않고 내버려두고, 없이 살게 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할 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 P10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유명 인사들이 지구 환경 변화에 관해 논쟁을 벌여왔다.
90년쯤 전, 전구를 발명한 남자가 자동차를 발명한남자와 타이어를 발명한 남자에게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관해 소개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던 음료를 마시고는 다시 지구에 자동차가 굴러가게 하는 이야기로 돌아가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포드자동차가 만들어 판 3억 대 이상의자동차는 석유 100억 배럴을 태워 없했고 석유를 써서 만드는 타이어 12억 개 이상을 갈아치웠다.
- P17

전 세계 도시들은 계속 팽창할 것이다. 거주가 가능한 모든 대륙에서 사람들은 시골을 떠나 도시로 옮겨 간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도 인구의 80퍼센트는 이미 도시에서 살고 있고 사람들은 계속해서 시골을 뜨고 있다. 전 세계 인구가 여전히 계속 늘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실질적으로 추정해볼 때 세계 인구는 2100년이면 100억 명에 달할 것이다. 더 많은 도시에 더 많은 사람이 살게 되면서 더 많은 풍요로움이 필요해지는데 특히 식량 공급 면이그렇다.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세상 사람이 다 도시로 이주한다면, 남아서 농사를 지을 사람은 누구인가? 답: 거의 아무도 없다. 지금 식량을 키워서 당신과 나를 먹여 살리고있는, 얼마 남지 않은 그들에 대해 다음 장에서 살펴볼 것이다.
- P44

2011년 이후 전 세계 육류 생산량은 연간 3억 톤을 넘었다. 이는 1969년 생산량의 세 배에 해당한다. 그중97퍼센트는 세 종의 가련한 동물이 차지한다. 소와 닭, 돼지는 50년 전에도 전체 육류의 거의 90퍼센트를 차지했다.
이런 증가의 부담을 세 동물이 공평하게 진 것은 아니다.
1969년에 비해 소는 50퍼센트 정도 더 도축되어 소고기생산량은 두 배가 되었고, 돼지는 세 배 더 많이 도축되어네 배 더 많은 돼지고기가, 닭은 여섯 배 더 많이 도살되어열 배 더 많은 닭고기가 생산되었다. 여기에 더해 암탉들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조 개의 알을 낳는데 이는 1969년생산량의 네 배에 이르는 수치다.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21세기는 닭이라는 생물종에게 어두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 P71

우리는 영양실조로 시달리는 8억 명 이상의 인류와 이 지구를 나누어 쓰고 있다. 이들은 ‘일상 활동 유지에 필요한 식이 에너지가 최소 수준 이하‘에 해당하는 이들로,
곧 굶주리고 있는 아이이고, 여성이고, 남성이다. 누군가는아무 이유 없이 이런 상황에서 살아야 하고 또 이런 상황에서 죽어야 한다. 굶주림은 지구의 부족한 공급 능력 때문이 아니라, 생산한 것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우리의 실패로 등장한 문제다. 육류를 생산하느라 사라지는, 지구상의먹을 수 있는 곡물 3분의 1을 빼고도 우리는 여전히 75억인구가 매일 2,900칼로리씩 섭취할 수 있는 양의 음식을생산하고 있다. 이는 USDA가 제시한, 건강한 삶을 위해필요한 1인당 에너지 필요량을 공급하고도 남는 정도다.
- P77

인류는 전에도 지금과 똑같은 혼란에 빠진 적이 있는데, 세계 인구가 40억을 넘을 것이 명백해져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생산량을 늘린 1950년대였다.
이미 지난 세기에 에이스 카드를 사용한 우리에게 위험한일이 닥칠 것임을 알아채야 한다. 과학소설과 달리, 한줄기에 달리는 옥수수 알과 소의 등뼈를 따라 균형 맞춰 자리 잡는 고기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식량이 될 수있는 것들의 생물학적 한계로 곤란에 처해 있다. 얼마 되지않는 고기와 엄청난 양의 배설물을 얻느라 우리가 매년 곡물의 90퍼센트를 가축 사료로 적극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조만간 재고해야 할 것이다.
미래는 상당 부분 불명확하지만, 사람들이 무언가를먹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전체 인구가늘어가고 있기에, 그들을 모두 먹이는 방법을 일찌감치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지금 이 문제를 무시한 채 포크를 손에 들고 고기 한 조각을 더 먹는다면, 매일 세 번씩 손자들보다 우리 자신을 선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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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옮긴이 황현산 
1945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기욤 아폴리네르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받았다. 아폴리네르를 중심으로,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로 대표되는 프랑스 현대시를 연구하는 가운데 〈시적인 것〉, 〈예술적인 것>의 역사와 성질을이해하는 일에 오래 천착했으며, 문학 비평가로도 활약했다. 번역과 관련된여러 문제에도 특별한 관심을 지니고 이와 관련하여 여러 편의 글을 발표하였으며, 한국번역비평학회를 창립, 초대 회장을 맡았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우물에서하늘 보기』, 『밤이 선생이다」, 『잘 표현된 불행」, 『말과 시간의 깊이』, 『아폴리네르-알코올의 시 세계』, 『얼굴 없는 희망」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 『파리의 우울』, 아르튀르 랭보의 『지옥에서 보낸 한철, 기욤 아폴리네르의 『알코올,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드니 디드로의 「라모의 조카,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집』 등이 있다. 2018년 타계했다.

레옹 베르트에게

나는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 데 대해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빈다. 나에게는 그럴 만한 사정이 하나 있다. 내가 이 세상에서 사귄 가장 훌륭한 친구가 바로 이 어른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사정이 있다. 이 어른은 모든 것을, 어린이들을위해 쓴 책까지도 이해할 줄 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사정이 있다. 이 어른은 지금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데, 거기서굶주리며 추위에 떨고 있다. 그를 위로해 주어야 한다. 이모든 사정으로도 부족하다면, 지금은 이 어른이 되어 있는예전의 어린아이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어른들도 처음엔 다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걸 기억하는 어른들은 별로없다.) 그래서 나는 헌사를 이렇게 고친다.

어린이였을 때의 레옹베르트에게 - P7

옛날 옛적, 한 어린 왕자가 자기보다 조금 클까 말까 한별에 살고 있었는데, 그는 친구가 갖고 싶어서……… 삶을이해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식의 이야기가 훨씬 더 진실하게 보였을 것이다.
사람들이 내 책을 가볍게 읽어 버리는 것이 싫어서 하는말이다. 이제 그 추억을 이야기하려니 그만큼 슬프기도 하다. 내 친구가 양을 가지고 떠난 지도 어언 6년이 되었다.
내가 여기에다 그의 모습을 그리려고 애를 쓰는 것은 그 애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친구를 잊어버린다는 것은슬픈 일이다. 누구에게나 다 친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도 숫자밖에는 관심이 없는 어른들처럼 되어 버릴지 모른다. 내가 이제 다시 그림물감 한 갑과 연필 몇 자루를 사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나이에 다시 그림을 시작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여섯 살 적에 속이 보이는 보아뱀과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뱀을 그려 본 것밖에 달리 그려본 것이 없는 처지에! 물론 힘이 닿는 한 그의 모습과 가장많이 닮은 초상화를 그리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성공할 수있을는지 정말 자신이 없다. 어떤 그림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어떤 그림은 영 딴판이다. 키를 어림잡는 데도 좀 서투르다. 이쪽 어린 왕자는 너무 크고 저쪽은 너무 작다.  - P25

아! 어린 왕자, 너의 초라하고 쓸쓸한 생활을 나는 이렇게 조금씩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네 마음을 달래 주는 것이라곤 아늑하게 해가 저무는 풍경밖에 없었다. 나흘째 되는 날 아침, 나는 너의 말을 듣고 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 너는 이렇게 말했지.
「난해넘이가 정말 좋아. 지금 해넘이를 보러 가요…….」「하지만 기다려야 하는데…….」「기다리다니, 뭘?」「해가 지기를 기다려야지.」너는 처음에 아주 놀란 얼굴을 하더니, 곧 네 자신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리고 너는 말했지.
「나는 아직도 내 별에 있는 건 줄 알았어.」그렇다. 미국이 한낮이면 누구나 다 알다시피 프랑스에서는 해가 저문다. 해가 저무는 것을 보려면 단 1분 동안에라스로 갈 수만 있으면 될 텐데, 불행히도 프랑스는 너 - P33

무 멀리 떨어져 있지. 그러나 그처럼 작은 너의 별에서는의자를 몇 걸음 당겨 놓으면 그만이었지. 그래서 넌 네가원할 때마다 석양을 바라보곤 했었지…….
「어느 날 난 마흔네 번이나 해넘이를 보았어!」그리고 잠시 후 이렇게 덧붙였지.
「아저씨도 알 거야……. 그렇게도 슬플 때는 누구나 해가 저무는 게 보고 싶지.」「마흔네 번 해넘이를 본 날, 그렇다면 너는 그만큼 슬펐단 말이냐?」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 P34

수백만 년 전부터 꽃들은 가시를 만들어 있어,
년 전부터 양은 바로 그 꽃들을 먹어 왔고, 그런데 외 불이 아무 소용도 없는 가시를 만드느라 그렇게 고생을 하는지 알아보려는 것이 그래 중요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과 꽃들의 전쟁은 중요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그 뚱뚱하고 시뻘건 어른의 덧셈보다 더 중요하고 진지한 일이 아니란 말이야? 내 별을 떠나선 어디를 가도 찾아볼 수 없는 이세상에 단 한 송이밖에 없는 꽃을 생각해 봐. 어느 날 아침조그만 양이 멋도 모르고 이렇게 단숨에 없애 버릴지도 모르는 그 꽃을 내가 사랑한다고 해봐. 그런데 그게 중요한일이 아니란 말이야?」그는 얼굴이 빨개져 가지고 다시 말을 이었다.
「수백만 또 수백만이 넘는 별들 속에 그런 종류로는 단한 송이밖에 없는 꽃을 누군기가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별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할 거야. 저 하늘 어딘가에내 꽃이 있겠지.……….) 이렇게 혼자 말하겠지. 그런데 양이그 꽃을 먹어 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그에겐 그 모든 별들이 갑자기 꺼져 버리는 것 같을 거야! 그래도 그게 중요한일이 아니란 말이야!」 - P38

그를 조용히 흔들어 달랬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네가 사랑하는 꽃은 이제 위험하지 않아……. 양의 입에우도록 내가 부리망을 하나 그려 줄게….. 네 꽃을 위해 내가 갑옷도 하나 그려 줄게………. 내가….」 나는 더 이상 무엇을 말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난 내가 아주서툰 것 같았다. 어떻게 해야 그를 달랠 수 있는지, 어디를가야 그의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는지…… 나는 알 수 없없었다. 눈물의 나라, 그건 그렇게도 신비롭다.
- P39

「내 생활은 단조로워,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고 닭들은 모두 그게 그거고, 시람들도 모두 그게 그거고,
그래서 난 좀 지겨워. 그러나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을 받은 듯 환해질 거야. 모든 발자국 소리와는 다.
르게 들릴 발자국 소리를 나는 듣게 될 거야. 다른 발자국소리는 나를 땅속에 숨게 하지. 네 발자국 소리는 음악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그리고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내게 아무 소용이 없어. 밀밭을 보아도 떠오르는 게 없어. 그래서 슬퍼! 그러나 네 머리칼은 금빛이야. 그래서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날 거야. 밀은, 금빛이어서, 너를 생각나게 할거야. 그래서 나는 밀밭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될 거고…」여우는 입을 다물고 오랫동안 어린 왕자를 바라보았다.
「제발……… 나를 길들여줘!」 여우가 말했다.
「그러고는 싶은데,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시간이 없어. 나는 친구들을 찾아야 하고 알아야 할 것도 많고.」「자기가 길들인 것밖에는 알 수 없는 거야.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이제 어느 것도 알 시간이 없어. 그들은 미리만들어진 것을 모두 상점에서 사지. 그러나 친구를 파는상인은 없어. 그래서 사람들은 친구가 없지. 네가 친구로갖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줘!」 - P94

이튿날 어린 왕자가 다시 왔다.
같은 시간에 왔으면 더 좋았을걸. 여우가 말했다.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질 거야. 4시가 되면,
벌써, 나는 안달이 나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온다면, 몇 시에 마음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을 거야….. 의례가 필요해.」「의례가 뭐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도 모두들 너무 잊고 있는 것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이를테면 사냥꾼들에게도 의례가있지.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 처녀들하고 춤을 춘단다.
그래서 목요일은 경이로운 날이지! 나는 포도밭까지 산책을 나가지. 만일에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모든 날이 다 그게 그거고, 내게는 휴일이 없을 거야.」 - P95

나는 물론이라고 대답하고 딜빛 아래 주름을 짓고는 모래 언덕들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사막이 아름다워」 그가 덧붙였다.
사실이다. 나는 늘 사막을 좋아했다. 모래 언덕 위에 앉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정적 속에 빛나는 어떤 것이 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린 왕자가 말했다. 「어딘가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나는 모래밭이 왜 그처럼 신비롭게 빛나는지 문득 깨달았다. 어렸을 때 나는 고가(古家)에서 살았다. 전해 오는 이야기로는 그 집에 보물이 묻혀 있다고 했다. 물론 아무도그 보물을 발견하지 못했고, 어쩌면 찾으려 하지도 않았을것이다. 그러나 그 보물이 우리 집 구석구석을 황홀하게만들었다. 우리 집은 그 깊숙한 곳에 비밀을 감추고 있었다…….
「그래.」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집이나 별이나 사막이나 그걸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야!」「아저씨가 내 여우하고 같은 생각이어서 기뻐.」 그가 말했다.
어린 왕자가 잠이 들어 나는 그를 품에 안고 다시 길을걸었다. 나는 감동했다. 부서지기 쉬운 보물을 안고 가는것 같은 느낌이었다. - P106

119창백한 이마, 그 감긴 눈, 바람에 흩날리는 그 머리칼을 바라보며 혼자 생각했다. 내가 여기 보고 있는 것은 껍질에지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그의 반쯤 벌린 입술에 어렴풋이 떠오르는 미소를 보고나는 또 생각했다. 잠든 어린 왕자가 나를 이렇듯 감동하게 만드는 것은, 한 송이 꽃에 바치는 그의 성실한 마음 때문이다. 비록 잠이 들어도 그의 가슴속에서 등불처럼 밝게타오르는 한 송이 장미꽃의 영상이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그가 더욱더 부서지기 쉽다는 걸 알아차렸다.
등불들을 잘 지켜야 한다. 한 줄기 바람에도 꺼질지 모르는….
그리고 나는 이렇게 걸어가 동이 틀 무렵 우물을 발견했다.
- P107

이것은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 풍경이다. 앞면의 풍경과 같은 풍경이지만, 여러분에게 똑똑히 보여 주기 위해 이걸 다시 한번 그렸다. 어린 왕자가 이땅에 나타났다가 사라진 곳이 바로 여기다.
어느 날 아프리카의 사막을 여행하게 되면 이곳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도록 이 풍경을 자세히 보아 두라. 그리고이곳을 지나가게 되거든 제발 서두르지 말고 바로 별 아래서 잠시 기다리라! 그때 한 아이가 여러분에게 다가오면,
그 애가 웃고, 그 애의 머리가 금발이면, 물어도 그 애가 대답하지 않으면, 그 애가 누구인지 여러분은 잘 알리라. 그때는 친절을 베풀어 달라. 이다지도 슬퍼하는 나를 그대로버려두지 말고, 이내 편지를 보내 달라. 그 애가 돌아왔노라고….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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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문제적 인간 15
케이트 커크패트릭 지음, 이세진 옮김 / 교양인 / 202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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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마친 후, 오래 오래 표지의 사진을 보고있게 된다. 읽기 전에 매료된 사진이지만 읽고 난 후엔 그가 보고 있는 저 너머의 시선에 벅차오르는 감동이 담긴다. 이제서야 제대로 시몬느를 만나게 되었다는 자책과 반성도 함께. 미친듯이 공부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삶을 닮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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