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이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아우른 ‘인연의 지도‘처럼 보였다. 여자라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그에겐 책과 사람이 학교였고, 그는 ‘대화보다 더 좋은 가르침은 없다‘라는 깨달음을 일찍이 터득한다. 대화로 영감을 얻고 나면 글쓰기로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말로 큰다. 당신이 존재와 영혼의 확장을 도와주는좋은 대화 상대를 찾는다면, 어서 이 책을 열고 살아 움직이는버지니아 울프를 만나라고 귀띔하고 싶다" -은유 작가
수사네 쿠렌달(Susanne Kuhlendahl)
일러스트레이터. 복잡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내어 사람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매력을 느껴 그래픽 노블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산문 <빵>, 알레산드로 바리코의 《노베첸토》,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 등 예술성 높은 작품을그래픽 노블로 만들었다. 지금은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올랜도》를 준비 중이다.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세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 글이 영원히 기억될 가치를 가질 것인지, 단 몇 시간 만에 잊힐 만한 것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는《큐 가든>에서 이렇게 썼다. 타원형 화단에서 달팽이는 자신의 집 안으로 아주 부드럽게 움직이는것처럼 보였다. 곧 달팽이는부드러운 흙 위에서 움직일 준비를할 것이다. 달팽이가 시든 나뭇잎을 피할지 아니면 처리할지를 결정하기도 전에 비트 잎 사이로 인간의 발이 나타났다.
버지니아는《세월》에서 이렇게 썼다.
침묵은 깊어만 갔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엘리너는 자신의머리 위의 아치형으로휘어진 네모난 천장을 바라보았다. 또 다른대포 소리가 울렸다. 공기가 위로 치솟았다. 이번에는 바로 그들의머리 위에 있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등대로》에서 이렇게 썼다.
이런 신체적 감각을 어떻게 하면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저 너머에 있는 허공을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녀는 거실 너머의 계단을 바라보고 있다. 그곳은 텅 비어 보였다.) 무엇인가를 갈망하지만 얻지 못하는 그녀의 몸은 경직되고, 공허하며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원하고 있지만 얻지 못하는 것 ㅡ 간절하고, 간절하게 원하는 것 ㅡ 아, 쥐어짜는 마음을어떻게 해야 하는가, 원하고 또 끊임없이 원하는 이 마음을!
1937년 4월 27일 버지니아 울프는 라디오에서 자신이 사랑하는 언어에 대해 이야기했다.
언어들, 영어 단어들로 가득한 메아리가 나를일깨우고 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말들은 수 세기 동안 자연을 떠돌았고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사람들의 집과 거리그리고 들판에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그것을 쓸 때 겪는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바꿔 말하자면 우리의 말에는 다른 기억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이죠. 우리가 어떻게 오래된 말들에새로운 쓰임을 부여할 수 있을까요? 말들이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게 하기위해서인가요? 아니면 그 안의 아름다움을 말하기 위해서? 또는 그 안의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인가요?
여기 나 자신은 지금 어떤 대답도 하지 않는다.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는다. 그 어떠한 문장도 꺼내지 않는다. 나는 기다렸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 아무도. 나는 외쳤지만, 그 순간 내가 완전히 패배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이것은 진짜 죽음, 이었다.
1941년 3월 28일 금요일, 버지니아는 레너드에게 두 번째 편지를 썼다.
내 사랑, 당신이 나에게완벽한 행복을 선물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 누구도 당신이 한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는 없을 거예요. 내 말을 믿으세요. 하지만 나는 이것을 절대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요. 나는 당신의 인생을 망치고 있어요. 바로 이 광기 때문에 말이죠. 그 누구도 나를 설득할 수는 없어요. 당신은 일을 할 수 있으니 내가 없다면 훨씬 나은 삶을 살아갈 거예요.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 내가 옳다는 것을보여주는 이 글조차 제대로 쓸 수 없어요. 그래도 꼭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이 병이 나를 덮치기 전까지 우리는 완벽하게 행복했다는 거예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당신 덕분이에요. 그 누구도 당신만큼 잘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우리의 첫날부터 바로 오늘까지.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어요.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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