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나는 내게 상처를 준 선생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그들은 정말로 소중한 것을 내게서 빼앗아 가버렸다. 유일한 복수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지겨운 사람들에게 나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즐겁게 살기는 포기하게 만드는 학창시절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다. 나의 것인데도 불구하고, 나의 것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 많은 것들. 그리고 그것들을 되찾기 위한 힘겨운 투쟁.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빼앗아가는 이들이 없었다면 그렇게 힘들게 투쟁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는 그들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은 것이 없다고 발뺌하고, 훌륭한 어른들만이 맞이할 수 있는 장밋빛 미래만이 그것들을 되찾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세뇌시킨다.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 겐은 자신의 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소리치고 싶다. 그것이 그가 즐거워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는 말하지 못하고, 행동하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 큰 반감이라도 갖은 듯이 또래 친구들이 하지 않는 많은 일들에 도전한다. 그의 도전은 모험이었고, 모든 모험은 위험과 동반한다. 기분 좋은 몸상에 빠져, 자신의 내면에서 들리면 솔직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들리는 소리에 몸을 맡기는 것은 가슴 설레는 즐거움이지만 몽상에서 깨어나 맞이하게 되는 현실은 언제나 냉혹했다. 하지만 냉혹한 권력은 그의 상상력을 지배하지 못한다. 결국에는 상상력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세계, 그와 그의 친구들이 만들어낸 영화와 축제가 무시무시한 권력에도 굴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즐겁게 사는 것은 무엇인가?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왜 죄일까?

 

사실,'즐거움' 이라는 감정을 정의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플라톤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가 느끼는 즐거움은 '즐거움의 이데아' 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감정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있는 즐거움이 그러하듯이 저자의 즐거움도 자아를 향하고, 또 그 자아는 '자아의 이데아'를 향한다. 즉, 그의 즐거움은 삶의 이유이자 목적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자신의 소명을 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을 기만했기 때문에 죄가 될 수 있다. 이제야, 왜 죽는 순간까지 즐겁게 살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지를 알 것만 같다.

저자의 성장기를 배경으로 한 유쾌, 상쾌, 통쾌한 이야기를 보고, 남의 일기장을 훔쳐본 것 마냥 가슴이 설레고 얼굴이 붉어진 이유는 부끄러웠기 때문이리라. 웃음을 선사하기 위한 그의 싸움이 즐겁게 살기 위해 투쟁하는 그의 노력이 거울이 되어 나를 비췄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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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6-11-02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전 그냥 영풍문고 지나가다가 30%할인하길래... 산곤데..; 무라카미류의 다른 작품과는 분위기도 내용도 많이 다른 것 같아서.. 재미있게 봤답니다. :)

미미달 2006-11-04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진짜 별로던데 ;

가시장미 2006-11-05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래요? 미미달님. 오랜만. ^-^ 안봐서 모르겠어요. 으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