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이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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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생 배우고, 알아가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가지만 ‘앎’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해답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인생수업이라는 제목으로 배움과 앎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이 ‘앎’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앎’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가능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할수록 지식이나 정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앎’ 이 중요해진 반면 자신의 경험이나 성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앎’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시대에 도태되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 범람하는 지식의 획득에 혈안 되지 않았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그에 비해 행복해지기 위해서, 사랑하기 위해서, 가슴 뛰는 삶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사람은 드물다.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서 투쟁하고, 더 좋은 위치나 지위를 얻기 위해 투쟁하고,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 중요해질수록 삶에 대한 성찰의 기회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 책은 그런 자들에게 들려주는 현자의 충고이다. 물론 그 충고가 아주 어렵거나, 우리가 전혀 모르고 있는 것들은 아니다. 단지, 알고 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중요한 것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사람들의 회고와 반성을 많이 곁들였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중에는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구나. 나도 이렇게 살다가는 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오겠는데?’라는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그런 두려움이 두려움에서 끝나지 않는다면, 혹은 두려움이 전혀 일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삶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존재한다면, 고개를 끄덕이기 마련이고, 자신의 삶을 반성하기 마련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봤을 만한 것들에 대해, 아니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것들에 대해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두려움을 갖은 자는 이 책을 통해 그 원인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내 두려움의 원인이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닥칠 비슷한 경우를 대비하여, 일반화된 패턴을 바탕으로 저자의 흐름을 쫒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쯤이면 ‘인생수업’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그 수업은 지루하기도 하고, 모호하기도 하고, 다 아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남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와 닿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중간에 서있는 ‘중간자’이다. 그 누구도 ‘인생’의 전부를 논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인생수업’은 오히려 있어서는 안 되는 수업이다. 삶의 이유와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렇다. ‘인생수업’은 불가능하다. ‘인생’을 ‘수업’을 통해 알아간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수업’을 통해 ‘자신’에 대해 탐색할 수는 있을 것이다. 사실, ‘자신’을 아는 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없다. 살면서 내 자신을 들여다보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나의 몸으로, 나의 생각으로, 행하고 느끼고 판단하지만, 정작 내 삶에 주인은 내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목적이 아닌 수단에 너무 많은 의미부여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통해 인생이 아닌 나를 보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내 안에 많은 것들을 수용하게 되었고, 이제는 조금 더 삶을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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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8-06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삶이란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것이라기보다는 잊고 있던, 잃어버리고 있던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구나 싶더군요.

가시장미 2007-08-06 18:10   좋아요 0 | URL
네.. 잉크님. 근데 잉크님 서재에서는 왜 새롭게 배워가는 많은 것들이 느껴질까요? 한 편에 글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님과 이웃으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움이 되기도, 자랑스러움이 되기도 합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