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의 99%는 실천이다 - 한국의 젊은 부자들 실천편
박용석 지음 / 토네이도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재테크 책은 서평을 쓰기가 조금 그렇다.

방법을 줄줄이 적기도 그렇고, 그래 결심했어 이렇게 해보는거야로 넓은 공백을 다 채우기도 어렵다.

 

날개 첫 페이지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재테크는 실력이 아니라 실천이다.' 흠..나의 약점이다.

 

'자신이 쌓은 투자 정보와 재테크 지식을 단순히 교양과 상식 수준에 머물게 하는 사람에게 부자의 길은 너무도 멀다. 중요한 건 실천이다.'  저자가 서문에 쓴 이 글은 나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지금까지 나는 조금 더 공부하고 시작해야지하는 단계에만 머물러 왔다.  

그리고,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이 상품은 이래서, 저 상품은 저래서 나빠 이렇게 평가하기에 바빴다. 장점만 있는 상품이 없는데도 단점만 보았으니...

 

예를 들면, 변액연금이나 변액보험은 한치앞을 모르는데 몇십년을 어떻게 내다보고 주식시장과 연계해서 보험을 들어... 보험은 미래의 위험을 대비해서 가입하는 거니까 안전성이 생명인데 말이 되나..., 설계사수당이니 사업비니 등등으로 보험료가 줄줄 새는데  연금으로 가입하면 손해지...

  ELS같은 상품은 가입해보니 지나치게 복잡한 구조에 상승장에서는 모르지만 한번 삐걱하면 미끄러지는 우리 장에서는. ..정기예금보다 조금 높은 수익에 비해서 위험도가 높고, 해보니 피곤하네. 차라리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게 낫겠다...

  적립식펀드도 가입해보니, 상승하고 있을 때는 모르겠는데, 장이 박스에서 오르락 내리락하면 별 재미가 없겠어. 이러면서, 얼마 들었던것도 목표수익만큼만 먹고 빠졌다.

그래도, 적립식펀드는 장점이 많아서, 다시 가입해야겠어...

결론은 위의 세 상품에 가입한 상품이 지금 현재 하나도 없다.

 

이 책을 읽고, 남편에게 위안화가 아직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위안화를 좀 사볼까? 출장갈 때 홍콩에 주식계좌하나 트는건 어떨까? 아니면, 슈로더나 피델리티 같은데서 운용하는 중국펀드는? 

요즘 고민이다. 베트남이 좋다는데, 아직 방법을 찾지는 못했고, 해외펀드는 너무 많이 올랐고...환위험도 있고...이걸 사 말어

 

저자는 주로 부동산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의 취약부분인 부동산. 겁부터 나는 부동산.

그리고, 너무 많이 올라버린 부동산을 어찌하리요~

백만장자란  일반인이 좀처럼 도달할 수 없는 아주 큰 부자를 의미했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선 그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던 백만불보다 더 비싼 아파트가 허다하다. 부자가 어찌나 많은지...

 

일단 좌절하며 덤으로 온 "한국의 젊은 부자들"을 읽었고, 조금은 비열한 방법으로 부를 거머쥔 사람에 대해선 좋지 않은 기분도 들었다.

'법망에만 걸리지 않았지, 좋지 않은(? 혹은 교묘한? )방법으로 부자가 된 자들이 있으니, 자, 여러분도 이렇게 해보시죠.' 하는 느낌을 받았다면, 어이없었다면, 정당한 경우도 있었지만 꼭 그렇게까지 해서 부자가 되어야 하나를 생각했다면 나의 삐딱함인가.

 

사견이지만, 나는 경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있다. 벼랑끝에 몰린 가난한 자들의 목숨같은 집을 저렴한 방법으로 취하고, 떠나고 싶지 않은 그들을 억지로 내보내야 하는 일련의 과정 때문이다. 떠난 자의 한숨과 눈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 집에서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요즘 부동산 및 여러 금융지식 관련 책을 동시다발로 읽다보니 출처가 불분명하지만 기억에 남는 부분은, 가전제품을 살 때도 여기저기 물어보고 가격비교싸이트에서 비교해보고 결정을 하면서, 수천 수억이 오가는 금융,부동산에서는 전문가가 추천해 주어서, 남이 좋다니까 공부하지도 않고 덜컥 투자해버리는게 말이 되냐는 글은 두고두고 새겨둘 일이다.

 

이 책을 다 읽고 우리집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작성했다. 현재상태 낙제점이다.

'잃지 않는 것도 실력이다. 분위기가 나쁠 땐, 엎드려 있는게 최선이다.' 그동안의 나의 생각이었다.

그러다 보니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품은 없으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고, 너무 오랫동안 엎드려 있었더니 행동하는 법을 잊었다. 이제 슬슬 기지개를 켜야 할 때인지, 더 기다려야 하는지를 판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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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과 조지 소로스의 투자 습관
마크 티어 지음, 박진곤.손태건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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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름..워렌 버핏과 조지 소로스.

투자의 대가들에게서 배우는 투자습관은 참 유용하다. 밑줄 칠 내용이 너무 많아서 책이 지저분해질까봐 하나도 밑줄을 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읽고보니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수능시험에서 일등한 학생에게 비결이 뭐냐고 물으면, 학교수업에 충실했다는 뻔한 답처럼, 책에 나오는 투자대가들의 투자습관도 뻔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어려운 것!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재무관리 수업시간에 배웠던 분산투자의 원칙.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너무 많이 들어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이 말에 의문이 생겼다.

사회에 나와서 주식투자를 해보니,분산투자를 하면, 관심이 분산되더라. 또한, 이 곳에서 수익을 내도 저 곳에서 손실을 내니 수익의 총합은 제로에 가깝더라. 이럴려면, 무엇하러 주식투자를 하나 편하게 은행에 넣어두지.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두번째로, 5%이하로 떨어지면 손절매하라. 이런 내용의 책을 읽고 그대로 따라했다가 크게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우량주라면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 두가지 의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투자의 대가들은 확실한 것에 몰빵(?)을 하더라. 이게 위험이 높아보이지만, 책을 읽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일반인과 다른점은 그런 종목을 만나기 전까지 끊임없이 공부하고, 시장상황을 체크하고,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미리 검토하여 옳다 싶으면 투자를 하니, 위험해 보이지만 사실은 위험이 제거된거나 마찬가지였다. 확실한 것을 찾을 때까지 공부하고, 기다리고, 자금을 준비해 놓으면 되는거였다.

 

손절매에선, 둘의 투자방식이 엇갈린다. 워렌버핏의 투자스타일은 삼성전자같이 우량하지만 저평가되어있는 주식을 발견하여 그 주식이 제 값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구입한 주식의 가격이 계속 떨어진다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투자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자신의 투자결정이 옳기 때문에 잠시의 조정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기다릴 것이다.

소로스는, 환투기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에, 자신이 선택한 종목이 구입 후에 떨어진다면, 저가매수의 기회로 삼아 더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둘 다 일리가 있지만, 워렌버핏의 방법이 나에겐 더 맞는 것 같았다. 워낙 심장이 약하다 보니, 떨어지는데, 추가로 매수할 자신이 없다.

 

주식투자의 경험이 일천하지만, 두 번의 아쉬운 실패가 있었다. 물론  손해를 본 건 아니었지만, 저 손절매하라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바람에 삼성전자를 손절매했다.(이런 바보..12만원하던게 지금은 60만원이다.) 하이닉스역시...그게 몇 년사이에 2~300원 하던 것이 지금은 2만원이 넘나보다.(내가 미쵸..다.)

진득하게 기다리는 법도, 가치투자도 모르던 시절의 좌충우돌 투자경험이다. 그럼, 지금은? 너무 올랐다를 외치며, 아직도 기회만 엿보고 있다. 그래도, 그때와 다른 점은 열심히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게 주식투자같다. 소로스의 말처럼, Mr.마켓은 조울증을 앓는 환자같다. 그러니, 시장이 어찌 변할지를 알겠는가?

 

우리가 흔히 투자에 대해서 생각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고수익을 얻으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과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꼭 새겨들을 말이다.

만원의 투자원금이 있는 사람이 이익을 내서 만오천이 되는 것과 손실을 내서 오천이 되는 것의 차이는 오천이 아니라 만원이다. 만원을 은행의 정기예금에 넣어놓는 것보다 훨씬 못한 결과다. 애써 고생한 보람이 없다. 장기적으론 어떤 투자도 평균적으로 시장이자율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는 어렵다는 시골의사의 말이 떠오른다.

그래서, 두 사람은 투자를 쉬는 것도 투자라고 말한다.

지당한 말씀. 그런데, 나, 너무 오래 쉬고 있다. 그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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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천과 함께 하는 가치투자
강방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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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억을 투자해서 156억을 벌었단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단타매매로 하루에 몇백만원을 벌수있다는 말도 안되는 제목이 얼핏 기억나기도 했지만, 가치투자를 단타로 할 수는 없으니 그 이유나 알자고 읽었다.

 저자는 아주 상식적인 사람이었다. 이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차트나 각종 수식이나, 재무제표에서 가져온 수많은 투자기법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어떻게 투자를 해야하는지를 설명한다.

 나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살 때도 어디가 싼지, 1+1행사는 있는지, 읽고 싶은 책들 중에서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지, 적립금은, 배송은...이 모든 걸 따져서 산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책 값보다 훨씬 많은 돈으로 주식에 투자할 때는 책 살때만큼도 노력을 들이지 않고 덜컥 샀던 적도 있었다. 물론, 남편과 상의해서 종목 선정도 하고, 왜 좋은 회사인지 정도는 물어보고, 어느정도에서 사고 팔아야 하는지 상의하지만...

 저자는 주식은 적은 돈으로, 투자하는 회사와 동업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다라고 말한다. 당연히, 어떤 회사가 좋은지, 재무제표도 살펴보아야 하고, 경쟁회사는 어디인지, 앞으로도 이 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을지, 경영진은 어떤지 등등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내가 거의 매일 하는 일이 있다. 코스피지수, 환율, 관심있는 종목의 주가체크, 카페에 들러 서평읽기, 책읽기이다. 사실 앞의 세가지를 매일 확인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이것도 힘든데, 개별종목을 선정해서 투자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더구나 매수한 종목을 어디쯤에서 팔아야 할지는 더더욱이나 어렵다.  그게 피곤해서, 지금은 그냥 시장의 상황만 파악하는 정도이다.(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무슨 고수쯤 되는 것 같다^^) 

 작가의 많은 글 중에 가계부에 자주 등장하는 제품이 있거나, 처음 등장하는 제품이 있다면 왜 그런지, 그 회사의 주식은 살 만한지 주가와 연계하여 생각하는 연습을 하라는 부분이 좋았다. 내가 신라면만 먹는다면, 생수는 삼다수만 먹는다면 농심을 생각할 것.  이마트만 간다면? 신세계를...처음 디지털 카메라라는 항목이 가계부에 등장했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후지필름은 사양기업이 될까? 디카로 사진을 찍어서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많이들 올리니까 싸이월드를 소유한 SK커뮤니케이션즈(?)를 눈여겨 보아야할까? 등등

 작가가 예를 든 네이버. 처음엔 많은 인터넷 포털들이 경쟁을 했다. 메일이나 카페의 강자였던 다음과 지식검색에서 강했던 네이버. 이 두 회사를 지켜보던 저자는 네이버를 선택했다. 이유는, 네이버가 수익을 창출하는데 더 영리했으며, 매번 좋은 이벤트를 만들어기존회원의 이탈은 줄이고 신입회원은 늘리는 방식으로 네이버의 입지를 넓혔기 때문이란다. 네이버의 직원이 앞으로 더 많이 늘어서 몸집이 무거워지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털어낸다고 하였던가..

 암튼, 저자는 관심있는 회사를 오랫동안 공부하고, 분석해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투자를 하고- 비록 중간에 조정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기다려서 - 언제쯤 팔아야 할지도 미리 기준을 정해 놓았다.  과거에 나는 어떠했는가...종목은 남편이 알려주는 종목 중에서 과거의 주가와 거래량 등을 보고 낮은 가격대라고 판단하면 사고, 주가가 매입단가보다 몇%오르면(대략 10~30%) 매도했다. 뭐..그래서, 이익이 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초심자의 행운이었지 싶다. 한국사람이 주식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오를 때는 짧게 보유해서 수익실현을 조금밖에 못하고, 불량주식을 너무 오래 보유해서 손해를 많이 본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르는 주식을 오래 보유해야 주가도 오르고 배당도 받는 것. 이것이 바로 가치투자이겠지.

 저자의 회사를 광고하는 듯한 내용이 중간중간에 있어서 거슬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저자가 풀어쓴 내용은 쉬우면서도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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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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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제목부터 수상했던, 묘한 제목의 69 - 솔직히 제목만으로는 '성'에 대한 야한 이야기겠거니 했다-을 읽었다.  1969년도에  고등학교 3학년인  겐이란 남자아이의 삐딱한 이야기이었다.

그 나이의 남자아이라면  겪었을 삐딱함과 야한 상상사이를 오가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고교생의 이야기.

 "나는 내게 상처를 준 선생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그들은 정말로 소중한 것을 내게서 빼앗아가 버렸다. 유일한 복수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지겨운 사람들에게 나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라는 작가의 글은 주인공 겐만큼이나 엉뚱하다.

 

1969년의 그 시대는 자욱한 담배연기와 섹스폰연주가 있을 것 같은 카페를 연상하게 한다. 웬지 유럽이나 미국영화를 보고, 재즈나 팝송을 들어야 할 것 같은, 서구문화라면 뭐든 다 있어뵈는 그런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도 묘한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 물론, 69년도엔 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고교생 '겐'은 학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혁명을 일으키지만, 그건 부조리에 대항하기 위한 정의로운 투쟁이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냥 우발적으로 벌어진 해프닝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나이의 아이답게 그저 즐거운 퍼포먼스정도로 생각했던 일은 반향을 일으키는 커다란 사건이 된다. 제대로 '질풍노도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엉뚱한 상상을 하긴 하지만 -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기엔 쯧쯧 혀를 차야하는 불량학생이지만-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보기엔 그저 조금 튀는 재밌는 아이인 겐의 모습은 외형상으로는 성인이지만, 아직 머리는 여물지 않은 아이와 어른사이에서 방황하는 그 나이또래의 평범한 아이일뿐이다.   제도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가망없는 불량학생이었을테지만,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에서라면 혹,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시현하는 창조적인 아이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 물론,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니,겐은 유쾌한 무라카미 류로 자라지만..

 

20대를 코 앞에 둔 사춘기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19세 소년의 -요즘이라면 중3쯤에 겪어야 하는거 아닌가? - 엉뚱한 상상과  치기어린 반항심은 사춘기를 지나온, 이젠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나에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때는 나도  이유없이 그냥 삐딱하고, 부모님의 말이라면 잔소리쯤으로 여겨 괜히 반발했었지 하는 생각을 떠올린다.

 

책을 읽는 동안, 권상우가 주연한 '말죽거리 잔혹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영화가 떠올랐다는 것 말고는 69는 - 작가의 글처럼,  시대에 순응하는  재미없는 기성세대가 바로 '나'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 별다른 감흥이나 감동은 없었다.  뭐 이런 게 그리 대단하다구...하는 생각이 들었다는게 내 솔직한 감상평이다.  작가도 삐딱하니, 그의 글을 읽은 독자 하나쯤 삐딱해도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나는 재미없는 사람인가 보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라고 주저없이 쓴 작가의 유쾌한 글을 시시하게 읽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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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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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씨의 사랑이야기는 정말 놀랍다. 그는 분명 남자인데, 나도 모르는 여자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안다. 

 '우리는 사랑일까'라는 문구는 왠지 지금의 사랑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 같아서 싫었다. 선입견이라도 어쩔 수 없다. 의심과 사랑은 공존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신뢰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수긍하므로.  가벼운 시대에 가벼운 사랑을 다루는 듯한 제목이 싫었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는 상관없게 보통씨는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앉아서, 서서, 혹은 엎드려서, 밥을 먹을 때도 끼고 읽게 만들만큼 소설은 내 마음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속내를 잘도 풀어쓴다.  책에 빠졌으니,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내 연애사를 되짚어보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

앨리스가 했던 수많은 고민들, 그는 나를 사랑하는 걸까? 변했을까? 그가 슬쩍 손을 잡았을 때 이걸 뿌리쳐야 하나 마나..등등 수많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앨리스는 파티에서 정말! 멋진 남자를 만난다.  외모부터 - 남자만 여자의 외모를 보는 것은 아니다 - 멋진 그는 유머도 있고 재치도 있으며, 능력도 끝내주는! 한마디로 킹카다. 와우~앨리스는 자신이 그렇게 멋진 남자 에릭과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래서, 웬만하면 에릭에게 자신을 맞추는 착한 여자의 모습으로 사랑을 한다.  보통씨의 견해에 따르면, 앨리스(20x) + 에릭(20y) = 40xy 의 관계에서 -일반적으로는 남자와 여자 20:20의 사랑이 합쳐져서 40의 사랑이 되지만 - 에릭은 10y의 노력만 들여도  엘리스가 나머지 30x를 채워주는 형태의 불균형한 상태로 그들의 사랑은 출발한다. 왜냐하면 앨리스는 '그녀 자신이  더 노력을 들여도 될 만큼 그는 충분히 멋있어' 라고 생각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으므로.

 

그러나, 에릭은 관계가 유기적으로 깊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앨리스가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려고 할 때마다 회피하고 만다. 점점 그들의 사랑은 - 전적으로 앨리스가 생각하기에 - 뭔가가 빠졌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 아니라 자꾸 단절된다는 것이다. 관계는 자꾸 서걱거린다. 그를 만나면 편하지 않다. - 그는 100m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완벽하고 멋진 존재이지만, 보통씨의 표현에 따르면 자세히 보면 알 수 없는 수많은 점으로 이루어진 존재처럼 알면 알수록 그의 마음을 모르겠다. 앨리스는 결국 사랑의 종언을 선언한다.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우울했던 기억들..무엇이 되었든..너무 많은 것을 너무 빠르게 털어놓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에릭과는 안되는 대화가, 감정의 표현이 필립과는 너무도 잘 된다. 편하다. 그래서 그 둘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아마도 순탄한 사랑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서 딴지를 걸고 싶은 것 하나.

나처럼 결혼한 사람이라면, 앨리스와 에릭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는 별로 없는 사이라면 - 감정에 개입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만 빼면 그럭저럭 괜찮은 경우라면- 그럼 어째야 하나. 

그래서 실은 - 지극히 보수적이긴 하지만, 내심- 필립이 아니라 에릭이 발전적으로 변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앨리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거나 불만을 토로해서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저 회피하거나  문제를 수면 아래로 묻어두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결국 혼자 속으로 끓였지 부딪혀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물론 은유적으로 무수히 많은 신호를 보내긴 했지만)에서 에릭이 마지막으로 한 번의 기회를 말했을 때  한 번쯤은 에릭을 믿어보는 것(그렇게 믿기엔 에릭이 그닥 신뢰감을 주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경험담에서 보았을 때의 아쉬움이기도 하다.)

아니다.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싱글이라면 고치기 힘들거나 가망이 없는 에릭보다는 편하고 잘 맞는 필립(이렇게 잘 통하고 편한 사람을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그를 뿌리치는 건 어쩌면 일생의 큰 후회가 될 지도 모르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더더욱)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앨리스와 에릭의 사랑이 삐걱거린다고 그때마다 헤어진다면 필립과 앨리스의 관계가 순탄할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는가. (다른 여자때문에 아내와 헤어지는 경우라면, 또 다른 여자때문에 또다시 헤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보통씨의 견해처럼)

아니다.

그래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줄 아는 필립과 앨리스가 정답이겠지.

아~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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