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부터 수상했던, 묘한 제목의 69 - 솔직히 제목만으로는 '성'에 대한 야한 이야기겠거니 했다-을 읽었다.  1969년도에  고등학교 3학년인  겐이란 남자아이의 삐딱한 이야기이었다.

그 나이의 남자아이라면  겪었을 삐딱함과 야한 상상사이를 오가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고교생의 이야기.

 "나는 내게 상처를 준 선생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그들은 정말로 소중한 것을 내게서 빼앗아가 버렸다. 유일한 복수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지겨운 사람들에게 나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라는 작가의 글은 주인공 겐만큼이나 엉뚱하다.

 

1969년의 그 시대는 자욱한 담배연기와 섹스폰연주가 있을 것 같은 카페를 연상하게 한다. 웬지 유럽이나 미국영화를 보고, 재즈나 팝송을 들어야 할 것 같은, 서구문화라면 뭐든 다 있어뵈는 그런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도 묘한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 - 물론, 69년도엔 난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고교생 '겐'은 학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혁명을 일으키지만, 그건 부조리에 대항하기 위한 정의로운 투쟁이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냥 우발적으로 벌어진 해프닝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나이의 아이답게 그저 즐거운 퍼포먼스정도로 생각했던 일은 반향을 일으키는 커다란 사건이 된다. 제대로 '질풍노도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엉뚱한 상상을 하긴 하지만 -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기엔 쯧쯧 혀를 차야하는 불량학생이지만-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보기엔 그저 조금 튀는 재밌는 아이인 겐의 모습은 외형상으로는 성인이지만, 아직 머리는 여물지 않은 아이와 어른사이에서 방황하는 그 나이또래의 평범한 아이일뿐이다.   제도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가망없는 불량학생이었을테지만,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에서라면 혹,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시현하는 창조적인 아이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 물론,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니,겐은 유쾌한 무라카미 류로 자라지만..

 

20대를 코 앞에 둔 사춘기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19세 소년의 -요즘이라면 중3쯤에 겪어야 하는거 아닌가? - 엉뚱한 상상과  치기어린 반항심은 사춘기를 지나온, 이젠 기성세대가 되어버린 나에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때는 나도  이유없이 그냥 삐딱하고, 부모님의 말이라면 잔소리쯤으로 여겨 괜히 반발했었지 하는 생각을 떠올린다.

 

책을 읽는 동안, 권상우가 주연한 '말죽거리 잔혹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영화가 떠올랐다는 것 말고는 69는 - 작가의 글처럼,  시대에 순응하는  재미없는 기성세대가 바로 '나'이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 별다른 감흥이나 감동은 없었다.  뭐 이런 게 그리 대단하다구...하는 생각이 들었다는게 내 솔직한 감상평이다.  작가도 삐딱하니, 그의 글을 읽은 독자 하나쯤 삐딱해도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나는 재미없는 사람인가 보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라고 주저없이 쓴 작가의 유쾌한 글을 시시하게 읽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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