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원 인생 -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
안수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4월
구판절판


자녀를 공부시켜 가난을 벗는 시절이 있었다. 그 모형은 어느덧 과거형이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생의 75.1%가 사교육을 받았다. 이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31만원이다. 성적이 상위 10%인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7.7%에 육박한다. 하위 20%는 절반이 사교육을 못 받았다.

갈수록 계층 간의 벽이 견고해진다. 식당 아줌마의 아들딸들이 다시 식당일을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가 다시 비정규직 노동의 수렁에 빠진다.

가난한 중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낙오'하지 않고 '탈출'할 수 있을까? 약해지는 육신을 고된 노동은 봐주지 않는다.
-58쪽

빈곤을 쳇바퀴 도는 '뫼비우스의 띠'는 영철의 가족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직 한달 동안 A마트에서 지냈을 뿐인데도 나는 그런 이야기를 끝없이 들었다. 끝없이 여기에 적을 수 있다. 뫼비우스의 띠 위에서면 오직 한가지 법칙만 통한다.

미래는 과거에 의해 무력화된다.
-122쪽

식약청 단속반의 현미경에 잡힌 그 미생물은 돼지를 기른 사람, 도축한 사람, 포장한 사람, 보관한 사람, 그리고 진열한 사람을 거치며 증식했을 것이다. 포장지에 찍힌 유통기한에 따라, 정해진 보관온도 아래, 밀봉된 돼지고기를 목이 쉬도록 구워가며 팔았을 뿐인 마트 노동자에게 그 일은 불가항력이다.

식약청이 제 할 일을 하고, 업주가 제 사업의 활로를 찾는 동안, 마트 노동자는 제 하던 일을 통째로 잃어버린다. 영업정지 처분은 먹이 사슬을 따라 마트 노동자의 실직으로 가중처벌된다. 식약청 단속으로 문을 닫게 된 대형마트는 지끔껏 없었다.

그런데 오늘 집어간 돼지고기에서 대장균과 타르와 아질산염이 검출되면, 내 이익 누가 지켜줄까?

......

투명인간이 되어 마트에서 일한 뒤에야 나는 의자가 절실한 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몸으로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129쪽

'노동'의 목적이 노동이 될 순 없다. 그러나 종종 헷갈린다. 밤 9시 야근을 마치고 집에 가면 항상 10가 넘어싿. 들어가면 대체 할 수 있는게 없다. 8시간 뒤엔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 말곤 없다.

막장 노동자의 여가가 더 적은 이유가 있다. 대체로 일터가 멀다. 공장은 더 값싼 부지를 찾아 점점 더 멀리 간다. 본래 내가 사는 경기 성남의 공단 역시 도시의 가장자리에 있어, 거주 시민들도 보통 40~50분 통근 시간을 감수해야 했으나 이마저도 하나둘 근처 광주로 이전했다. -272쪽

밤 9시 퇴근을 알리는 종이 친다. 여기저기서 "휴~" 소리가 낮게 퍼진다. 오늘 산 자는 내일 다시 온다. 일을 그만둘 즈음 새벽은 차가와졌다.

출근길마다 보았다. 새벽이 사람을 깨우지 않는다. 사람이 언제나 새벽을 깨운다. 그런데도 악몽을 좀체 깨지질 않는다.

어떻게 해야할까. 답을 알수 없으나 그 몫은 위정자에 달렸고 경영진에 달렸으며, 나머지가 노동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273쪽

독자 : 많은 이들이 그 구조를 넘어서는 길을 찾아주기를 기대하더라.

안수찬 : 기사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을 보고 '이렇게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 생각을 오래 품다 보면, 막상 그렇게 살게 되었을 때 그 부당함을 절감하고 행동하게 될 것이다. 대안을 보고 싶다는 독자도 있었는데, 굳이 변명하자면, 교육.빈곤 대물림.일자리.실업복지.주택.육아.의료.노조 등을 한 두름에 꿰뚫을 수 있는 간단하고 강력한 대안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문제를 단순화해 풀어나가는 건 오히려 무책임하다는 생각이다.

임인택 : 쉬운 완결을 제시받고 위로받으려는 일종의 '대안 콤플렉스'가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내가 일한 공장에는 오후 5시 30분 때때로 퇴근버스가 없었다. 대안은 '퇴근버스를 만들라'다. 그런 걸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노동 OTL'자체가 1차적인 대안이다.
-29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헬프 - The Help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실화가 가진 힘을 직접 맛보시라....묵직한 감동은 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 이성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성적 신호의 비밀
오기 오가스 & 사이 가담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0월
절판


여자들의 생물학적 장식은 여자들에게만 있는 특이한 성분인 '지노이드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노이드 지방은 임신과 수유를 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해준다. 여자들에게도 남자들처럼 안드로이드 지방이 있기는 하다. 단, 지노이드 지방은 자녀를 양육할 때만 활용되는 반면, 안드로이드 지방은 일상적인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또 안드로이드 지방은 몸통과 복부, 그리고 체내에 쌓이는 반면, 지노이드 지방은 가슴, 엉덩이, 허벅지에 저장된다.

여자들의 몸이 이 지노이드 지방을 최대로 모으는 때는 바로 사춘기이다. 그래서 10대 소녀들의 몸이 그렇게 근사한 것이다. 생식과 관련한 여자의 장기적 가치는 에스트로겐과 지노이드 지방을 바탕으로 한 이 생물학적 장식물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나는 만큼, 남자들에게는 어린 나이에 그러한 생물학적 장식을 갖고 있는 것이 가장 강력한 시각적 신호로 보이는 것이다.

심지어 에스트로겐 성분이 발의 성장을 제한한다는 증거가 나와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작은 발은 여자의 건강과 이후 순탄한 자녀 양육을 알리는 또 하나의 간접적 지표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118쪽

남자들의 성욕 소프트웨어 역시 다양한 시각적 신호에 융통성 있게 반응하게 되어 있다. 우리가 설탕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을 찾게 되듯이, 남자들 역시 젊은 시절 자기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자들의 특정 신체 부위에 각인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이상적인 초콜릿이라는 관념을 미리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는 것처럼, 남자들도 이상적인 가슴에 대한 '시각 틀'을 미리 타고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보다 수많은 초콜릿이 달콤함이라는 미각 신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남자의 두뇌는 '가슴'이라는 시각적 신호를 가진 각양각색의 자극에 융통성 있게 반응한다. 따라서 여체의 자극에 일찍 노출되었는데 그것이 남자가 본래 가지고 있는 시각적 신호에 부합할 경우, 신체 부위에 대한 실로 다양한 기호가 생겨날 수 있다.
-122쪽

그래서 지난 몇 년간 대형 제약 회사들은 전략을 바꾼 상태이다. 성욕 장애를 약으로 해결하려면 두뇌 자체에 약효가 있어야 하고, 또 의식적인 기제와 연관되어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그들도 깨달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비아그라를 발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성 성욕 개선제로 가장 촉망받는 약도 다른 질환을 치료하려다 우연히 만들어졌다.

독일의 제약 회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은 원래 효과가 빠른 항우울제를 만들려고 했다. 일명 플리반세린이라고 하는 그 약은 임상 실험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하고 말았는데, 그것이 여성 피험자들의 성욕을 급격히 향상시킨다는 것을 연구진이 밝혀낸 것이다.

그렇다면 폴리반세린이 목표로 삼은 것은 두뇌의 어느 부분이었을까? 바로 감정의 '의식'처리와 관련된 부분들이었다. 여자들의 몸이 아니라 의식적인 정신을 자극함으로써 작용하는 셈이다.
-141쪽

왜 여자들은 몸과 마음이 이렇게 따로 노는 것일까? 남자와 섹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여자는 장기적인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식의 고려는 의식적으로 일어나기보다는,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십만 년에 걸쳐 진화해온 소프트웨어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섹스를 하면 여자는 본질적으로 삶을 뒤바꾸는 투자를 감행해야 할 수도 있다. 임신하여 아이를 낳아 젖을 먹이고 10년이 넘게 양육에 매달려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시간과 자원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엉뚱한 작자와 섹스를 했다간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남자가 그녀를 버리면 홀로 아이를 키우며 온갖 고초를 헤쳐가야 할 수도 있다. 알고 보니 그 남자가 잔악한 사람이라면, 그녀나 이이들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또 약하거나 무능력한 사람인 경우에는 여러 가지 위협이 닥치는 상황에서 그녀를 지켜주지 못할 수 있다.

-142쪽

따라서 이 모든 잠재적 리스크를 신중히 감안해 조심히 체로 걸러야만 하는 것이 여자의 성욕이다......모계의 조상들이 대대로 충동의 가지를 끊이지 않고 쳐낸 결과 여자들은 지구 상에서 가장 정교한 신경 소프트웨를 두뇌 속에 지니게 되었다. 이 시스템으로 여자들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많은 정보를 밝혀내고,정밀하게 조사하고, 평가한다. -143쪽

10대 여자 아이 가운데 친구에게 매일 휴대전화로 전화하는 아이들은 59퍼센트에 이르는 반면, 남자 아이들은 그 비율이 42퍼센트에 불과하다.

사회성을 담당하는 탐정은 주로 전전두엽을 비롯해 두뇌의 전두엽에 자리 잡고 있다. 전두엽에서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은 여자들이 더 크며, 사춘기 동안에도 남자 아이들보다 여자 아이들이 이 부분의 성장이 빠르다. 또 여자들은 언어의 중추와 피질 하부의 보상시스템이 더 잘 연결되어 있는데, 이는 말하는 활동이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큰 보상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여자의 두뇌는 대뇌피질 두 개의 연관성이 더 좋아서, 일부 신경학자드은 이를 보고 여자의 두뇌가 더 효과적으로 언어를 처리하고 조성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무엇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사회성 장애인 자폐증은 남자들이 앓을 가능성이 더 높다. 장래가 촉망되는 한 연구자는 두뇌가 '고도로 남성화'되는 바람에 자폐증이 생기는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남자의 두뇌에는 사회성 소프트웨어가 덜 발달되어 있다고 강조한다.
-152쪽

그렇다면 여자의 두뇌는 왜 이렇게 매사에 조심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일까? 역사적으로 살펴봤을 때 여자들은 자손을 생산할 확률이 아주 높다. 실제로도 오늘날 인구의 조상은 여자들이 남자에 비해 두배가 많다. 인류 역사 전반을 보면 여자는 80퍼센트가 자손을 생산한 반면, 남자는 40퍼센트밖에 자손을 생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DNA분석 결과 밝혀졌다.

이는 상당수 남자가 여러 여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뜻도 되지만, 남자 가운데 절반도 넘는 사람들이 자식을 '하나도 두지 않았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155쪽

남자들은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며 매사에 조심할 경우 자녀를 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옛날에 살았던 남자들은 대부분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조상이 아니다. 다 자신이 살던 때에 대가 끊긴 것이다. 따라서 남자들이 자손을 생상한다는 것은 위험을 감행할 필요가 있는 일이었다......배를 타고 미지의 곳을 향해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물에 빠져 죽거나 살해당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집에만 있으면 웬만해서는 자식을 낳지 않게 된다. 우리는 위험을 감행한 남자들의 자손인 셈이다.

한편 여자들의 경우에는 역사 대대로 자손을 낳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자식 생산의 생물학적인 구조로 봤을 때 여자가 미지의 세계로 배를 타고 나가는 등의 모험을 감행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었다.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고, 야만인들에게 살해당할 수도 있고, 병에 걸릴수도 있으니 말이다. 여자들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친절하게 지내며 매사에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면 남자들이 알아서 찾아와 섹스를 부탁할 것이고, 아기를 낳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하게 남는 문제는 바로 그 중에서 최선을 고르는 것이었다.
-156쪽

크럼(미국 만화가)은 로맨스 소설을 한 번도 안 읽어봤던 것이 분명하다 로맨스 소설을 한 번이라도 읽어봤다면 여자들은 단순히 착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알파남이지만 '자기에게만큼은' 착하게 구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여자들은 로맨스 남자 주인공들이 코코넛 같기를 원하는 것이다. 겉은 딱딱하고 저칠지만 안은 부드럽고 달콤한 그런 사람 말이다. 하지만 껍질 속의 그 달콤한 열매를 아무나 맛볼 수 있어서는 안 된다. 오로지 여주인공만이 그 단단한 껍질을 부술 수 있다. 남자 주인공은 다른 모두에게는 얼마든지 난폭해질 수 있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주인공에게는 ㄴ부드럽고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187쪽

진화의 독특한 협상 속에서 남자들이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여자들이 다른 동물의 암컷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숙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남자의 두뇌와 고환은 모두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암컷들이 성적으로 문란한 생활을 할 경우 수컷들의 고환이 커지고 두뇌는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은줄무늬윗수염박쥐의 경우 고환이 몸 전체 무게의 8.4퍼센트를 차지하는데 비해, 남자들은 이 비율이 1퍼센트에 그친다. -193쪽

한편 남자들은 흥분을 일으키는 데 어떤 한 가지 신호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패티시즘이 여자들보다 남자들 사이에서 훨씬 흔한 것도 이 때문이리라. 대개 여자들에게는 흥분이 일어나는데 꼭 필요한 한 가지 신호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남자가 기가막히게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돈이 많고 마음이 따뜻한 외과의사라면 충분히 흥분을 느낄 수가 있다. 또 그가 가난한 제비족이라 해도 섹시한 데다 기막히게 멋진 알파나남으로서 한 여자에게만 주체하지 못할 열정을 보인다면, 그 역시 역치를 넘어서지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남자들의 두뇌 소프트웨어가 '또는' 연산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남자들은 별 어려움 없이 흥분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성욕과 관련한 융통성이 그다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반대로 여자들의 두뇌가 '그리고' 연산에 의해 작동된다는 것은 여자들의 성욕 가소성이 훨씬 강하다는 뜻이다.

-228쪽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는 여자들의 성욕이 지닌 가소성에 처음으로 주목한 과학자 중 하나로서 이렇게 강조한다. "여자들의 성욕은 남자들의 성욕보다 가변적이어서 사회적,문화적,상황적 요인에 따라 다양성을 보인다.

하지만 '그리고' 연산이 작용한다는 것은 여자들이 쉽사리 흥분하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족되어야 할 신호가 더 많기 때문이다. 임상심리학자들이 만나는 성욕 및 오르가즘 장애 환자 중에 여자가 남자보다 많은 것도 여기에서 주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여자들은 특별히 얽매이는 신호가 없기 때문에 성적으로 흥분할 때 좀 더 융통성을 보인다. -229쪽

만일 남자들의 시각적 신호가 뉴런의 신체 지도에 연결되어 있는 성적 관심사의 영역으로써 생기는 것이 정말 맞는다고 하면, 왜 게이들은 탄탄한 가슴에 관심을 갖고 이성애 남자들은 풍만한 가슴에 관심을 갖는지 설명된다.

모든 남자는 자기가 가슴 부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이때 어떤 '종류'의 가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가 문제가 되는데, 성별 신호가 이 과정에서 중대한 역항르 하는 것으로 보인다. 태어날 때 성별 신호가 여성성 쪽으로 설정되어 있으면, 이 신호가 관심 영역을 알려주어 여자의 해당 신체 부위를 쳐다보게 만든다. 반면 성별 신호가 남성성 쪽으로 설정되어 있으면, 이 신호는 두뇌에 남자의 해당 신체 부위를 쳐다보로독 지시한다.

시각적 신호에 이렇게 융통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남자들이 그토록 다양한 남녀의 가슴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해명해준다. -258쪽

남장의 시각적 신호가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에 문화가 본질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남미인과 아프리카인이 좋아하는 엉덩이와 미국인과 아일랜드인이 좋아하는 엉덩이가 그토록 크게 차이 나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도 한몫했을 것이다.

남자라면 누구나 본래부터 엉덩이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있지만, 정확이 어떤 종류의 엉덩이를 좋아하는냐는 문화마다 다르다. 즉 여자들 몸이 속해 있는 문화에 따라서는 물론, 몸을 보여주는 문화의 방식에 따라 선호가 달라진다.
-259쪽

여자들이 배란 주기에서 임신할 수 있는 날은 고작 5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여자들은 포유류 암컷이면서도 특이하게 불임 기간을 모두 포함해 배란 주기 내내 섹스를 할 용의를 보인다.

생물학자들은 불임기간에도 섹스를 하려는 여자들의 이런 의사를 '확장된 성욕'이라 부른다.

많은 종족의 경우, 이 확장된 성욕은 자연선택에서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여자들이 섹스를 담보로 남자들에게서 갖가지 자원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침팬지 암컷이 배란 주기 때 엉덩이를 빨갛게 부풀려 성욕을 표시하는 것은 약 12일 정도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임신할 수 있는 날은 3일에 불과하다......더 정확히 말하면 암컷의 엉덩이가 부풀어 있는 내내 교미는 수컷이 요구하지만, 임신 가능성이 낮은 남ㄹ에는 암컷들이 먼저 교미에 나서는 경우가 많고 수컷이 교미를 요구할 때도 덜 저항한다. 다시 말해 임신할 가능성이 없을 때 암컷이 성적으로더 적극적인 것이다.
-281쪽

확장된 성욕으로 인해 암컷들은 신기할 정도로 다양한 행동 패턴을 보인다. 여자들이나 그녀들의 자매 유인원들 모두 배란 기간에 두가지의 전혀 다른 '양상'으로 성적 관심사를 나타낸다. 그래고 양상이 달라질 때마다 성호하는 성적 신호도 달라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배란 기간에는 '단기적 관심사'가 나타나는 반면 비배란기에는 '장기적 관심사'를 드러낸다....배란기가 아닐 때 여자들은 음식, 보호, 자녀 양육 등과 같은 비유전적인 이득을 제공해줄 용의와 능력이 있는 남자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배란기가 되면 미스 마플은 돌연 단타 매매자로 변모한다. 이제는 외모가 출중하고 사회적으로 지배적 위치에 있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남자들을 특별히 더 선호하는 것이다.
-283쪽

일련의 뇌 영상법 연구에 따르면, 여자의 두뇌가 남자의 시각적인 외관을 처리하는 속도는 남자의 두뇌가 여자의 외관을 처리하는 속도와 똑같다고 한다. 남자든 여자든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외관을 접하면 성적 흥분을 담당하는 피질 하부의 회로가 자극을 받는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 자동적이고 무의식적인 이 반응이 섹스를 원하는 의식적 욕망으로 변하기 전에 먼저 탐정 사무소의 개입이 일어난다.

여자의 두뇌에 작용하는 '그리고' 연산 때문에 탐정 사무소는 다른 요소들을 따지게 되고, 그리고 나서야 여자들은 비로소 주관적 흥분이 일어날 수 있는 지점에 이른다. 여자 중에서 이미지 하나만 보면서 자위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여자들이 성적인 상상력의 날개를 펼칠 수 있으려면, 턱시도 차림의 이 방탕한 남자가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순진무구한 남미 하녀의 치마를 들치고 있는 것인지 그 심리적인 신호부터 갖춰야 한다.
-292쪽

그런데 여자들에게 막강한 힘을 발위하는 시각적 신호 중에 테스토스테론과 관계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키'이다.

아무래도 여자들에게 큰 키는 NFL이나 NBA에서 큰 키가 하는 역할과 똑같은 듯하다. 키가 크다는 것은 신체적 경쟁에서 다른 남자를 더 잘 앞지를 수 있다는 뜻이 되니 말이다.
-294쪽

"BSDM의 핵심은 자진해서 권력을 주고 받는데 있어요." BSDM의 열렬한 여성 애호가 티우의 설명이다.

..............

"복종자는 존경과 신뢰에서 우러나 지배자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거예요. 이런 권력 부여를 '선물'이라고 하고요." BSDM에서 이렇게 권력이 핵심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개인전용 속박 클럽의 이름에 권력이라는 말이 많이 들어가는 것에 여실히 드러난다. -36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폴트 라인 - 보이지 않는 균열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
라구람 G. 라잔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11년 2월
절판


당시 모든 사람은 리스크 분산으로 미국 대형 은행들의 리스크가 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래프와 도표들은 지난 10년 동안 은행권의 리스크 노출 수위가 오히려 더 높아졌음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

은행은 위험 수위가 높은 대출 상품을 대차대조표에서 계속 털어냈다. 따라서 당연히 좀 더 안전해졌어야 옳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분석 끝에 나는 경제학자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세테리스 파리부스, 즉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수를 나 자신도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서 증권화 과정이 아무런 변화 없이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가정을 했기 때문에 은행권이 더 안전해졌을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이 믿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더 상세한 연구에 매달린 결과 나는 규제완와 및 증권화 같은 금융혁신이 경쟁을 증대시켰고, 경쟁 증대가 은행 최고 경영자들로 하여금 더 복잡한 형태의 리스크를 감수하도록 부추겼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13쪽

닷컴 버블 붕괴로 미국 경제가 둔화되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즉 FRB는 금리를 급격하게 인하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그런 조치를 취하면 특히 금리에 민감한 기업의 투자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실 원칙대로라면 FRB의 금리 인하 조치로 미국 기업의 투자는 증가했어야 옳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은 닷컴 붐 시기에 이미 지나치게 투자를 많이 한 상태여서 새로운 투자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기업 대신 금리인하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쪽은 일반 소비자들이었다. 금리가 인하되자 소비자들은 너도 나도 주택 구매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주택분야에 대한 투자 또한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주택 분야에 대한 투자 또한 대폭 늘어났다. 주택 수요의 상당 부분은 과거에 신용이 너무 낮거나 불량해서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저소득 계측 - 이른바 서브프라임과 Alt-A 대상자 - 에서 나왔다. 과거에는 막혀있던 이들 계층에 대한 대출 문호가 열렸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자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은 금리가 더 저렴한 모기지 대출로 갈아타거나(그렇게 해서 부도를 피하거나)-20쪽

, 주택 가격이 오른 만큼 추가 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자동차와 텔레비젼 세트 등을 장만했다. 물론 그들 중 상당수는 대출금은 천천히 나중에 갚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빌려주겠다며 미국 대출자들 앞에 줄은 선 그 돈 중 일부는 미국에 상품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동시에 국내 소비 촉진을 통해 금고를 가득 채운 국가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다시 말해,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에게 빌려준 돈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 사는 치과 의사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었다.

-2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양화 자신 있게 보기 1 - 알찬 이론에서 행복한 감상까지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3년 3월
합본절판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미술감상의 진정한 출발점은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시각적,조형적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미술관이 어른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또 교육 정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놓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세상의 모든 미술작품을 그와 관련된 지식을 다 습득한 후에 감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술가나 미술 전문인들도 그런 지식을 다 갖추고 있지는 않다.

미술감상은 '지금 여기', 내가 가진 것 위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내가 진정한 내 느낌의 주인이 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미술감상은 나를 진정한 주체로 세우는 일이며, 그런 연후에야 우리의 감상능력을 확대하려는 다양한 지적노력도 의미를 얻게 된다.

자신의 느낌대로 보는 것만 즐기고 그에 맞춰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한다면 안목의 깊이와 폭을 확장하는 데 곧 한계가 올 것이다. 미술작품을 보는 것이 익숙해지고 스스로 느낌의 주체가 됐다고 생각된다면, 그 다음에는 지적인 성취에 반드시 시간을 바칠 일이다. -15쪽

그림 속의 이미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어서 별다른 의식을 하지 못하지만, 우리 안에서는 이런저런 판단이 내려지고 그것을 대상에 투사하여 일종의 자기확신으로 그림을 소화해낸다.

우리는 이런 과정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는 그림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인상파의 그림이 현대의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이 된 데에는 이런 과정이 원활하고 유기적으로 이뤄지도록 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보는 사람이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그림을 해석하게 한다는 말이다. -3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