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트 라인 - 보이지 않는 균열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
라구람 G. 라잔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11년 2월
절판


당시 모든 사람은 리스크 분산으로 미국 대형 은행들의 리스크가 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래프와 도표들은 지난 10년 동안 은행권의 리스크 노출 수위가 오히려 더 높아졌음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

은행은 위험 수위가 높은 대출 상품을 대차대조표에서 계속 털어냈다. 따라서 당연히 좀 더 안전해졌어야 옳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분석 끝에 나는 경제학자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세테리스 파리부스, 즉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수를 나 자신도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서 증권화 과정이 아무런 변화 없이 동일한 조건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가정을 했기 때문에 은행권이 더 안전해졌을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이 믿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더 상세한 연구에 매달린 결과 나는 규제완와 및 증권화 같은 금융혁신이 경쟁을 증대시켰고, 경쟁 증대가 은행 최고 경영자들로 하여금 더 복잡한 형태의 리스크를 감수하도록 부추겼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13쪽

닷컴 버블 붕괴로 미국 경제가 둔화되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즉 FRB는 금리를 급격하게 인하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그런 조치를 취하면 특히 금리에 민감한 기업의 투자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실 원칙대로라면 FRB의 금리 인하 조치로 미국 기업의 투자는 증가했어야 옳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은 닷컴 붐 시기에 이미 지나치게 투자를 많이 한 상태여서 새로운 투자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기업 대신 금리인하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쪽은 일반 소비자들이었다. 금리가 인하되자 소비자들은 너도 나도 주택 구매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주택분야에 대한 투자 또한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주택 분야에 대한 투자 또한 대폭 늘어났다. 주택 수요의 상당 부분은 과거에 신용이 너무 낮거나 불량해서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저소득 계측 - 이른바 서브프라임과 Alt-A 대상자 - 에서 나왔다. 과거에는 막혀있던 이들 계층에 대한 대출 문호가 열렸기 때문이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자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은 금리가 더 저렴한 모기지 대출로 갈아타거나(그렇게 해서 부도를 피하거나)-20쪽

, 주택 가격이 오른 만큼 추가 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자동차와 텔레비젼 세트 등을 장만했다. 물론 그들 중 상당수는 대출금은 천천히 나중에 갚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빌려주겠다며 미국 대출자들 앞에 줄은 선 그 돈 중 일부는 미국에 상품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동시에 국내 소비 촉진을 통해 금고를 가득 채운 국가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다시 말해,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 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에게 빌려준 돈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 사는 치과 의사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었다.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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