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미술감상의 진정한 출발점은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시각적,조형적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미술관이 어른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또 교육 정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놓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세상의 모든 미술작품을 그와 관련된 지식을 다 습득한 후에 감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술가나 미술 전문인들도 그런 지식을 다 갖추고 있지는 않다.
미술감상은 '지금 여기', 내가 가진 것 위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내가 진정한 내 느낌의 주인이 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미술감상은 나를 진정한 주체로 세우는 일이며, 그런 연후에야 우리의 감상능력을 확대하려는 다양한 지적노력도 의미를 얻게 된다.
자신의 느낌대로 보는 것만 즐기고 그에 맞춰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한다면 안목의 깊이와 폭을 확장하는 데 곧 한계가 올 것이다. 미술작품을 보는 것이 익숙해지고 스스로 느낌의 주체가 됐다고 생각된다면, 그 다음에는 지적인 성취에 반드시 시간을 바칠 일이다. -15쪽
그림 속의 이미지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짧은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어서 별다른 의식을 하지 못하지만, 우리 안에서는 이런저런 판단이 내려지고 그것을 대상에 투사하여 일종의 자기확신으로 그림을 소화해낸다.
우리는 이런 과정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는 그림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인상파의 그림이 현대의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그림이 된 데에는 이런 과정이 원활하고 유기적으로 이뤄지도록 한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보는 사람이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그림을 해석하게 한다는 말이다. -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