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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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길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장소는 태국의 카오산. 배낭여행을 시작하는 사람과 배낭여행을 마치는 모든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곳. 그곳만의 독특한 향취가 태국의 다른 지방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이란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낯선 장기해외여행이라는 걸 하는 여행객들이 생각하는 여행과 생각 그리고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 속에는 인터뷰 당하는 여행객 14명과 마지막에는 인터뷰를 진행했던 글쓴이를 스스로 인터뷰 했다.

여행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15개의 대답들을 쏟아낸다. 각 대답마다 향기가 묻어난다. 그건 아마도 여행이 주는 선물일 듯. 15개의 답변 속에서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들을 만큼 쉬운 답은 없다. 아니 모든 대답이 다 쉬워보인다. 하지만 답들이 가볍지만은 않은 것은 그 답속에 녹아든 그네들만의 깨달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8시30분 출근, 6시 30분 퇴근의 쳇바퀴 도는 일상 속에서 일주일간의 여름휴가를 가는 것마저도 눈치가 보이는게 팍팍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6개월 이상의 아무런 목적없이 떠나는 장기해외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은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되어준다.

바람과 같은 그네들이 쳇바퀴 속의 나의 마음을 흔들고 간다. 솔직히 부럽다. 나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히 솟아난다. 하지만 뒷방에서 우는 아기의 울음과 내가 책임져야 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선뜻 발걸음을 떼기 어려운 현실의 무게를 느낀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카오산이 아주 상업지역이 되더라도, 마눌과 딸과 함께 그곳에 가보고 싶다. 그 곳에서 나도 다른 이들의 들려주는 자유로운 영혼을 만끽해보고 싶다.

무덥고 습한 한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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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나무 2006-07-19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떠나야만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일상에서 벗어나야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땀흘리는 생활 속에서 우린 아름답지 않은가요? 꼭 카오산에 가야만 하는 건 더더욱 아닐 겁니다. 언젠가 한번 자연스레 길 위에서 서성거릴 날이 오면 현실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내시기 바랍니다...


동대장 2006-07-19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기해외여행이란 생소한 단어에 너무나 익숙한 그들이 부러워서 해본 말인데요...뭘...친절한 댓글에 감사 드립니다.
 
아빠 빠빠 - 어린 딸을 가슴에 묻은 한 아버지의 기록
저우궈핑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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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짧은 다큐멘타리 한편을 보고난 느낌이었다. 짧은 영상이 주는 감동이 제법 묵직했다. 그건 아마도 18개월 된 딸을 키우는 아빠이기 때문에 더 진한 감동이었을 것이다. 천상 소시민인지라 우선은 내딸이 건강하게 태어난 것에 다시금 감사를 하게했고, 저 하늘나라로 간 뉴뉴가 그곳에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다큐멘타리의 주인공은 지은이가 45세에 얻은 어린 딸 뉴뉴. 다큐멘타리의 내용은 간단하다. 태어날 때부터 안구암을 가진 딸을 냉정하게 치료하자고 하지 못한 결정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아버지가 서서히 죽어가는 딸에 대한 투병기를 정말이지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후회를 할 수 밖에 없는 힘든 상황 속에서 아버지는 결국 치료를 미루고만다. 평생 장애를 가지고서 힘들게 살아갈 딸을 보기보다는 기적에 희망을 가진 것인데......이 짧은 다큐멘타리를 보는 동안 내가 그의 위치에 있었더라면이라는 가정을 무지하게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그 위치에 있었더라도 다른 결정을 내리긴 힘들었을 것이다. 평생 장애를 가지고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미래와 평생 치료를 받아도 완치가 어려운 질병, 그 사이에서의 위험한 줄타기로 인해 하루하루가 힘들었을테니까 말이다.

환자가 아닌 애정을 가지고 돌봐야하는 하나의 소중한 생명체로 봐야한다는 진부한 말과 함께, 더 높은 의학지식을 가지고서 제발 만에하나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한 위험한 진료행위가 사라져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힘든 아픈 부분을 드러내보여준 지은이와 저 하늘에 머물고 있을 뉴뉴, 그리고 몸으로 뉴뉴를 기억하고 살아갈 위얼 모두에게 애정어린 안부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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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
최병수.김진송 지음 / 현실문화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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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화가에게 말걸다'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머리속에 떠오른 단어가 바로 386이었다.

 

386은 처음에는 최신형 컴퓨터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286과 486 사이에 존재했던 기종으로 당시에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환상(?)의 성능을 갖춘 최신 기종이었다. 물론 486이 출시되면서 구식으로 전락되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386이란 단어가 다른 뜻을 품게 되었다. 80년대 학번, 30대의 일군의 젊은 세대를 기성세대들이 구별지어 부르기 시작하면서 한 세대를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되어버렸다. (물론 이러한 구별짓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대다수가 사용하는 그 단어의 함의에는 동의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386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목수이자 화가인 이 책의 주인공 최병수는 그러한 진퉁 386이 아니다. 그는 전수학교를 다녔을 뿐, 미술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다 연행되면서 경찰에 의해 짝퉁 386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했다 뿐인 그에게 삶의 체험을 통해 체득한 소중한 경험은 그의 미술활동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어준다. 제도권 교육을 뛰쳐나가 몸뚱아리 하나로 밑바닥 세상의 각가지 직업을 몸소 겪어내온 경험이야말로 현장에서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게 해준 원천적인 힘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그 결과, 누가 봐도 피를 끓게 만들었던 "한열이를 살려내라!"라는 그림과 장산곶매 등등 80년대의 치열한 현장의 배경그림을 도맡아 제작하기에 이른다.

 

역사의 종언이라는 어느 학자의 건방진(?) 주장이 세상을 횡횡하고, 후일담류의 고백들이 넘쳐났던 시대를 지나,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있는 그에게서 80년대 치열했던 고민과 성찰이 어느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나아가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어 좋다. 더불어 살아가야 함에는 인간과 자연,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목수였다가 관제 '화가'가 되어버린 최병수와 이 글을 쓴 화가였다가 '목수'가 되어버린 김진송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된 점은 덤이었다. 목수와 화가의 건강이 더욱 나아지길 바라면서 소감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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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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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은 경향신문에서 연재하던 특집기사를 모은 책이다.  

이책의 미덕을 꼽으라면 기사를 모아놓은 것이기에 쉽게 읽힌다는 점과 최신 사례를 몇몇 만나볼 수 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신문기사체 문장은 쉽게 읽히나, 한정된 지면에 연재되어야 운명적인 제약으로 인해 세밀한 설명보다는 대표적인 에피소드 나열로 그친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 그러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마련한 각 기사 꼭지 말미의 전문가 평(설명)을 달고 있긴 하지만 그 평도 일정한 수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쉽다. 심지어 어느 기사 꼭지에는 전문가 평이 없기도 하다(진짜 그 부분에는 전문가라고 내세울만한 전문가란 사람을 찾지 못했던 것일까).

책에 대한 아쉬움이 강하게 묻어나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이라는 거창한 주제에 비해 다루고 있는 내용이 너무 얄팍해서 나타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소위말해 세계 일류라는 잣대를 견주어, 그 잣대를 통과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세계일류 상품들과 그러한 상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우리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을 단순히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일류라는 잣대 자체가 우리의 잣대가 아닌 타자의 잣대이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한번 다르게 바라보기에 그칠뿐이다.

역시 특집기사도 기획력의 힘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조금 마니 아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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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외 지음, 김은영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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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을 만큼 복잡한 할인점 매대 위에서 빼어난 자태를 뽐내며 손님들의 간택을 기다리고 있는 식품들. 눈길 한번만 스쳐도 정말로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하다.


하지만 내 아이에게 먹일 식품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면 절대 골라서는 안되는 식품 1순위에 냉큼 올라가 버린다. 침팬지의 엄마로 널리 알려진 제인구달이 고발한 식품공장의 현실은 정말이지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다.


전지식 양계장 속의 알낳는 기계에 불과한 암탉들은 끊임없이 알을 낳기 위해 부리가 잘리워진체 항생제범벅인 사료를 먹어야 하며, 부드러운 육질을 얻기 돌아눕지도 못하는 공간에 가둬져 사료(초식동물임에도 불구하고 고기가 들어간 위험천만한!)만 먹어야 하는 송아지, 멋진 프랑스 요리의 재료가 되기 위해 억지로 쑤셔넣어진 사료 등으로 인해 정상 간 크기의 서너배로 늘어난 간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거위 등등....나열하려면 끝이 안보일 지경이다.


식품공장 제국에서는 근육만 키워 걷기조차 힘든 소와 돼지를 유전공학의 힘을 빌어 탄생시키고 있으며(몸무게조차 지탱하지 못한 관절을 가지고 태어난 죄로 인해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힘들기에 항생제와 기타 호르몬은 기본적으로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제초제가 필요없는 콩과 파종할 종자를 해마다 사게끔 만드는 터미네이터 씨앗개발 등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명제에 충실한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까지 읽다보면 책제목인 희망의 밥상의 밥상을 받을 수 있을까는 의심이 들게끔하는 현실을 직시하는 건 괴롭기 까지 하다.


하지만 영장류를 연구한 제인 구달이 희망의 밥상을 차리는 레시피로 제시한 방법은 바로 ‘한사람 한사람이 차이를 만든다’라는 것이다. 미래를 위한 기부라고 생각해서 좀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된 유기농식품과 고기를 구매하고, 자신이 자주가는 식당 등에 끊임없이 요구해서 유기농 메뉴를 갖추게 하는 것이야말로 희망의 밥상을 받을 수 있게끔 해준다는 것이다.


육식보다는 채식을 당부하는 노과학자는 여전히 왕성한 순회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건강한 비결을 묻는 질문엔 채식과 소식을 꼽는 그녀. 사람은 육식보다는 채식에 더 맞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선 정해진 농지에서 나오는 소출이 더 많은 야채소비에 더 진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내 선택이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내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는 자명하다 할 것이다.


책첫머리에서 만난 멋진 문구로 이글을 마칠까 한다. 


우주 안에는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있을 뿐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것이 먹을거리이다.-우파니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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