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실하고 평범하게 인풋을 통해 철저히 단계적으로 생각한 끝에 결국 높이 뛸 수 있게 된 것이다. 갑자기 구름 위로 점프한 것이 아니고, 아이디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다. 한순간 하늘을 날만큼 점프했다고 쳐도 분명 그전에는 매일매일 체력훈련을 했고 점프 직전에 맹렬한 속도로 도움닫기를 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p.7

음악적 센스가 있는 사람이 마음을 흔드는 아름다운 목소리의 소유자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노래를 못하는 작곡가나 연주자도 있다. 노래를 못하고, 작곡도 못하고, 악기도 다루지 못한다. 하지만 좋은 노래와 그렇지 못한 노래를 가려들을 수 있는 훌륭한 프로듀서도 있으니 이들은 음악 센스가 있는 사람이다.

p.23

100이 200이 된 물건은 원하지 않는다. 100이 101이 된 것, 기껏 120 정도가 된 것을 본 순간 많은 사람은 ‘신선하다, 오 새로워, 갖고 싶어!’라고 생각한다.

p.50

 내 지론으로는 디자이너는 장인이다. 요구 사항을 아름답게 재현하는 역할을 하며 클라이언트인 기업이 ‘여기는 둥근 편이 좋을 것 같은데’라고 하면 가장 아름다운 동그라미를 만든다.
 "여기, 정말 동그라미가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사각형은 어떻습니까?"라고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그 기업의 경영전략을 함께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p.61

 최근 벌레에 빠진 아들이 만든 빵은 공벌레 빵으로 공벌레 모양을 상당히 잘 재현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도저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작품이 되었다. 나는 휴대전화로 아들이 보낸 사진을 보면서 ‘인간은 시각이 몇 퍼센트네 어쩌네 하지만 역시 결국은 순간적으로 사물을 보고 판단한다’고 다시금 깨달았다. (…)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아무리 편리한 것을 만들어도 보이는 방법을 통제할 수 없다면 그 상품은 결코 사람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보이는 방법의 통제야말로 기업이건 사람이건 상품이건 브랜드의 힘을 높여준다.

p.63

지식이라는 것은 종이이고, 센스는 그림이다. 종이가 크면 클수록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자유롭고 대범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p.73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A라는 것과 자기가 본 적 있는 B를 붙여서 C를 탄생시킨다. 이 작업을 높은 타율로 성공하면 우수한 크리에이터가 될 것이다. 아무도 제로에서 갑자기 C를 만들지 못한다.

p.79

학생 때부터 ‘평범한 스웨터를 입었는데 무척 센스 있는 멋쟁이’라고 느껴지는 A군이 있다고 치자. 그는 별생각 없이 ‘평범한 스웨터’를 골랐을 텐데 이상하게 센스가 좋다고 옷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명백히 다르다. A군은 사실 열심히 패션을 공부해서 옷이나 그때 유행하는 아이템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자신의 체형, 개성, 분위기 등 객관적인 정보도 확실히 알고 있어서 두 지식을 합쳐서 옷을 고르는 것이다.

p.92

 ‘센스 있는 가구를 고르고 싶은데 고를 수가 없다’는 사람은 원래 인테리어에 딱히 대단한 지식이 없다. 그런데 인테리어 가게 몇 군데를 보고 기껏 5~6권의 잡지를 읽은 정도로 "난 도저히 모르겠어"라고 말한다. 그러나 휙 보기만 해도 센스 있는 가구를 고르는 사람은 아마도 인테리어 잡지를 100권이나 200권은 읽었을 것이다. 어쩌면 가게를 돌아보고 인테리어를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며 그에 필적할 정도의 정보를 얻었을 것이다. (…)
 센스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자기가 사실은 얼마나 정보를 모으지 않았는지, 자신이 가진 객관적인 정보가 얼마나 적은지를 우선 자각하자. 아무리 짧은 시간 내에 사물을 최적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의 센스는 감각이 아니라 막대한 지식의 축적이다. 센스란 다시 말해 연구를 통해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결코, 타고난 재능이 아니다.

p.96

팔리는 물건에는 반드시 ‘시즐(sizzzle)’이 존재한다. 시즐이란 본래 ‘고기가 지글지글 구워지는 모습’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이다. 광고업계에서는 맛있어 보이게 연출하는 것을 가리킨다. 나는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하는데 ‘그 물건다움’을 시즐이라고 표현한다.

p.99

 ‘왕도’란 제품에 따라서는 ‘기본적인 것’,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
 왕도는 그 제품다운 시즐을 반드시 포함하고 있다. 왕도의 지위를 확립하기까지 개량되고 세련되어졌으며, ‘그 제품다움’을 연마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시즐을 갖고 있으므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기본이 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왕도의 제품은 이미 ‘최적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
 그래서 왕도를 안다면 그 분야의 제품을 최적화할 때 필요한 지표가 생긴다.

p.101

유행하는 상품에 대한 지식 수집에 착수하자. 왕도의 정반대가 유행이다. 유행하는 것들은 대부분 일회성이다. 그러나 왕도와 유행, 두 가지를 다 알면 지식의 폭을 단숨에 넓힐 수 있다.

p.105

유행을 깨닫는 방법으로 가장 효율적인 것은 잡지이다. (…) 나는 평소 여성지, 남성지, 라이프스타일지에 경제지 등 한 달에 몇 십 권이 넘는 잡지를 읽으며, 여기서 얻은 지식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인터넷은 신속성은 있지만 유행에 관한 정보는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잡지에는 정밀히 조사한 정보가 실려 있다. 여러 권의 잡지를 읽다 보면 유행의 흐름이 보인다.

p.105

 대부분의 클라이언트 사이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나 디자이너의 ‘감각’ 혹은 ‘센스’를 믿고 일을 의뢰하는 풍조가 있다. "제 감각으로는 이 안이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통한다.
 그러나 센스가 지식의 축적인 이상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웃풋은 있을 수 없다. 자신의 센스로 만든 아이디어에 대하여 제대로 말로 설명하고 클라이언트든 소비자든 마음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지식과 공명시킨다. 이것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일이며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다.

p.115

 각각 좋아하는 것에 대해 ‘왜 그것이 좋은지’ 이유를 쓴다.
 파란색을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어린 시절 방영했던 TV 프로그램 《비밀특공대 고레인저》(특촬 드라마, 1975년 4월 ~ 1977년 3월까지 TV방영)의 아오(블루)레인저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아오레인저의 정보도 메모한다. (…)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파란색을 좋아함’이 아니라 ‘고레인저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깊은 정보가 숨어 있는 것은 이 부분이기 때문이다.
 ‘선호’를 더욱 깊게 파고들면 진정한 답이 숨어 있다. 이는 자기 자신이나 시장조사에도 해당한다.

p.147

 자신의 호불호를 제외하고 일단 그 잔을 ‘누가, 언제, 어디서 사용하는지’를 설정하자. 그런 다음 이 세 가지를 깊이 파고든다.
 ‘누가’를 파고들 경우, 가령 ‘누구’를 25세 여성으로 설정했다고 ‘25세 여성‘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안 된다. 나이가 같아도 다양한 사람이 있으므로 그중에서 어떤 것을 생각하고, 어떤 상품을 선호하며,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 그 잔을 구매할 25세 여성인지를 검증해야 한다. (…)
 ‘누가, 언제, 어디에서 사용하는지’ 대상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일은 센스를 최적화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세 가지 원칙임을 기억하자.

p.149 ~ 151

 가본 적 없는 장소에 가는 것, 자신과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욕조에 반대로 앉는 것, 버스 정류장을 바꾸는 것, 백화점에서 사소한 ‘조사’를 하는 것, 이는 모두 ‘여행’이다. 여행이라는 공부는 느끼는 힘을 키워주는 가장 훌륭한 것이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 즉 비일상이다.
 거꾸로 뒤집어보면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같은 환경 속에 있다면 일상성이 강해 여행의 요소가 한없이 낮아진다.
 해외여행을 떠날 필요도 없고, 어딘가 먼 동네에 가지 않아도 된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여행을 오늘부터 시작해보길 바란다.

p.161

그 나라의 서점에 가면 그 나라 민주화 정도와 국민의 이해 수준을 바로 알 수 있다. 국민에게 얼마만큼 지식을 개방하고 있는지가 진열된 책에서 보인다. 국민이 다양성을 지닌 나라일수록 성공한 사람이나 발명가가 태어난다. 그 가능성을 만드는 커다란 요소의 하나는 지식의 개방이다.

p.162

어른이 되면 지식은 노력으로 익힐 수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 같은 감수성을 유지한다면 노력하지 않아도 지식을 자연스레 흡수할 수 있다. (…)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어느 사이에 갑옷을 입은 것처럼 자신이라는 존재를 단단하고 굳게 만든다. 그 결과, 발상의 폭을 스스로 제한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른의 지성을 갖추고 유아성을 높인다면 지식과 발상 양쪽이 풍요로워진다.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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