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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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을 (지금도) 잘 모른다. 이름만 들어봤지 단 한 번도 그가 쓴 책을 읽은 적이 없었다. 일부러 읽지 않은 건 아니고 인연이 닿지 않아서, 딱히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게 그는 연애 소설 작가 정도의 이미지가 전부였으니까. 그러다 제작년 즈음 강렬한 북 트레일러 한 편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늘날 뉴스에 대해 조용히 읊조리는 저자 알랭 드 보통의 내레이션과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몽환적인 화면들. 흡사 한 편의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의 그 트레일러에 매료되어 어떤 책인지도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냅다 주문을 해버렸던 기억이 난다. 나는 한 마디로 알랭 드 보통의 영업에 당한 것이다.


핑계를 좀 대보자면 정말 잘 만든 북 트레일러였다. 흔히 책 한 권 출판되면 대충 급조되는 그런 영상물들과는 다르게 러닝타임이 무려 3분 16초(?)에 달하는, 공을 좀들인 ‘작품’에 가까웠단 말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나처럼 트레일러만 보고 책을 사들인 사람도 적지 않으리라(라고 나를 위안해본다). 책을 읽고 저자에 대해 좀 알아보았다. 연애 소설 작가로만 단순히 알고 있었는데 착각이었다. 커리어 스펙트럼이 꽤 넓다. 문학을 비롯한 철학, 종교, 역사, 건축 등 다방면에서 두루 활동하는 ‘운동가’에 가까운 느낌. 실제 지금도 그는 여러 사회 운동에 몸을 담고 있다. 그런 그가 뉴스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공유했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뉴스의 시대』를 살아간다. 그런데 정작 이것을 어떻게 소비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도 한동안 떠들썩했던 종편 채널 문제와 더불어 지난 대선 터졌던 국정원 댓글 사건 같은 큼지막한 일들을 경험하며 어렴풋하게나마 이 뉴스라는 것이 ‘진실’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구나 정도는 많이들 알게 되었을 성싶다. 그러나 내 성향에 맞는 뉴스를 선택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 그렇다고 뉴스를 끊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뉴스 없이는 살지 못하는 현대인들. 뉴스가 변하지 않으면 시청자가 변할 수밖에 없다.




권력을 공고히 하길 소망하는 당대의 독재자는 뉴스 통제 같은 눈에 빤히 보이는 사악한 짓을 저지를 필요가 없다. 그 또는 그녀는 언론으로 하여금 닥치는 대로 단신을 흘려보내게만 하면 된다. 뉴스의 가짓수는 엄청나되 사건의 배경이 되는 맥락에 대한 설명은 거의 하지 않고, 뉴스 속 의제를 지속적으로 바꾸며, 살인자들과 영화배우들의 화려한 행각에 대한 기사를 끊임없이 갱신하여 사방에 뿌림으로써, 바로 조금 전 긴급해 보였던 사안들이 현실과 계속 관계를 맺은 채 진행중이라는 인식을 대중이 갖지 않도록 조처하기만 하면 된다.


p.36



이 책은 쏟아지는 정보에 휩쓸리지 않고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법 즉, ‘뉴스 항해술’과 같다.대소사에 대해 떠들면서도 정작 ‘뉴스 자신’은 말하지 않는 것이 바로 뉴스라는 촌철살인으로 도입부를 여는 게 인상 깊다. 이어서 정치, 해외, 경제, 유명인, 재난, 소비자 정보, 여섯 가지로 뉴스의 범주를 크게 나누고 미디어라는 망망대해를 좀 더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항해술을 공유한다. 낮게 읊조리던 트레일러 속 알랭 드 보통의 목소리가 책에서도 죽 이어진다. 때문인지 좀 심심한 면이 있다. 마치 두꺼운 철학서적을 한 권 펼쳐 놓은 기분도 들고. 다만, 재미로 치장한 가벼운 교양 몇 권 읽는 것보다 이런 책도 가끔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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