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라, 아티스트처럼 - 죽어 있던 생각을 아이디어로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10가지 방법
오스틴 클레온 지음, 노진희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뭐랄까. 그냥 그 자체로 톡 쏘는 하나의 비타민C 캔디 같다. 딱딱하고 어려운 문장이 없고 글 중간마다 작가가 직접 그려 넣은 일러스트도 잘 그렸다기보다는 마치 이 책의 존재를 증명해주듯 개성적인. 크기도 작아서 독자에 따라서는 작은 가방에 넣어 다니며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는 맛도 있을 듯싶다. 일단 제본에 공을 좀 들인 흔적이 묻어난다. 글꼴이며 편집이며 모든 것을 원서와 최대한 흡사하게 현지화했다. 특히 글꼴은 직접 손글씨로 쓴 것 같은데 출판사의 이런 정성을 보면 독자로서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들이 마음에 든다. 대개 이런 부류의 책은 영적 기운이니 내면의 움직임이니 하는 추상적인 경우가 많지 않은가. 우선 저자 오스틴 클레온의 ‘창작론’부터가 확 와 닿는다. 제목이 말하듯 훔치라는 것. 세상에 오리지널 따위는 없다는 것. 모든 예술가는 그들이 존경하던 이들의 창작물을 훔친 일종의 도둑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모든 창작물은 ‘무’에서 탄생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당신이 존경하는 사상가들이 추앙했던 인물 셋을 찾아 그들을 공부하고 또 그들이 추앙했던 사상가를 찾아 공부하는 과정을 거듭하는 ‘가계도 그리기’를 권한다. 이런 건 따지고 보면 우리가 누군가를 소위 ‘팔 때’ 거치는 흔한 과정 아닌가? 그런데 작가는 이런 것 하나까지도 일러스트를 그려 보여주는 구체적인 방식을 제시한다.




그렇다고 표절을 권하는 것은 절대 아닌 게, 저자가 말하는 도둑질도 엄연히 착한 도둑질(카피)과 나쁜 도둑질(표절)로 나뉘기 때문이다. 저자는 표절은 조작이지만 카피는 일종의 역설계(逆設計)라는 것을 강조하며 도둑질도 급이 다르다는 자신의 창작론을 확고히 한다. 그러면서 이 또한 도표로 그려 넣어주는 세심함까지 보인다. 내겐 이런 부분이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와 닿았다. 이외에도 나만의 칭찬 폴더 만들기, 도메인 갖기, 아티스트인 척 해보기, 낮잠 자기 등 일견 사소해 보이지만 창작자로서는 따라서 해볼 만한 깨알 같은 조언들을 아낌없이 퍼준다. 나는 무언가 큰 성취를 이뤄서 유명해진 사람이 해주는 조언도 좋지만 이렇게 그저 나와 같은 처지에서 나보다 한 발 정도만 앞서 걷는, 어찌 보면 ‘친구’ 같은 이들이 해주는 조언에 더 감응할 때가 많다. 오스틴 클레온은 바로 그런 ‘친구’ 같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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