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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디테일, 서울 -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
김지현 글.사진 / 네시간 / 2015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칼럼 한 편으로 우연히 알게 된 작가 김지현. 자주 들르는 다른 모 작가님의 블로그 소개를 통해 그 글을 읽게 되었고 이어 연재분을 엮어 만든 이 책의 존재도 알게 되었다. 현재는 책이 출판된 지 꽤 오래된 상황이라 연재분 일부만 공개되어 있지만 다행히 그 글은 지금도 열람이 가능하다. 사회 통념과는 달리 오늘날 이웃에겐 서로 없는 듯 지내는 것이 곧 배려라는 아이러니하면서도 신선했던 기억. 방송 작가 출신이라 그런가? 어쩜 이리 도시유목민의 감성을 잘 표현해내는지.
저자는 타국을 여행하던 중 그곳 관광지 주민의 권태스러운 표정을 우연하게 목격했다고 한다. 그곳은 객들에게나 별천지이지 발붙이고 살아가는 주민에게는 그저 익숙한 ‘우리 동네’일 뿐이었던 것. 방금까지 유난을 떨어대는 그곳 관광객과 다름없던 그녀는 문득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하여, 그녀는 자기만 알고 있던 우리 동네 관광법(들)을 소박한 문장들과 깨알 같은 팁을 곁들여 독자들에게 전수하는데 차진 문장들이 읽는 맛을 돋운다.
이 요약하자면, ‘도시유목민들이여, 지도 안으로 행군하라!’ 가 좋겠다. 당신이 사는 곳의 반경 5km 정도를 ‘여행’ 해보라는 것. 그러면 타인들에겐 내가 사는 이 동네가 곧 관광지이자 여행 코스와 다름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니까. 문득 나는 이 동네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익숙하다는 핑계와 집이 최고라는 이유로 늘 무시해온 우리 동네. 정작 5분 거리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장을 보고 가끔 외식 한 끼 하고 이발하는 게 전부 아니던가. 고작 생활필수 코스로 그린 내 머릿속 우리 동네 지도는 이토록 조야하다.
누군가에겐 떠나온 곳이 누군가에게는 떠나고 싶은 곳이다. 어디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있느냐가 관건이 아닌가.
p.226
분야를 ‘여행’으로 한정하기에는 또 무리가 있다. 이 책은 제목만 『디테일, 서울』이지 기실 그녀와 같은 도시유목민들이라면 한 번쯤 시도하고 생각해볼 만한 산문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한 모 씨가 그랬던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고. 나도 그러고 싶다. 근데 어쩌나. 이제 세상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온갖 위험도 마다치 않는 그런 낭만을 허락하질 않으니 말이다. 반면 김지현의 글에는 도시유목민 특유의 사유가 묻어 있다. ‘지금 여기’를 즐기지 못하고, 이 공간에서 언제 벗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지내는 현대인의 고충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일 터. 그래서 그런지 유목민 선배격인 그녀의 글이 내겐 또 다른 질량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