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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밖의 경제학 - 이제 상식에 기초한 경제학은 버려라!
댄 애리얼리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출판사의 센스가 참으로 아쉽다. 『상식 밖의 경제학』이라니. 너무 진부하고 딱딱하잖아? 이미 나온 책이지만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정도가 이 책을 집게 만들 만한 좋은 제목인 듯한데 말이다. 이 말은 즉, 진부한 제목 때문에 잊히기에는 이 책이 너무나 훌륭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제학으로만 놓고 보기에 책에서 논의되는 이야기들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는 어울리긴 하나 싶지만 적어도 제목만큼은 이목을 집중시키기엔 적당하지 않은가?
책 자체는 행동경제학을 근거로 인간 심리를 다방면에서 파고들지만 나에게는 아무래도 4장, ‘돈이 해결해줄 수 없는 것들…’에서 논의된 사회규범과 시장규칙에 관한 이야기가 와 닿았다.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실험에서 처음에는 그저 선의로 무언가를 시작했던 사람들이 ‘돈’과 관련된 ‘말’이나 ‘글’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이기적인 모습으로 돌변한다. 이 부분을 읽어 보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이 어째서 불행할 수밖에 없는지를 깨닫게 된다. 더 절망적인 것은 한 번 시장규칙에 지배된 사회를 사회규범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인데 또 그 돈 때문에 불행한 삶을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아무 대가도 받지 않을 때와 합리적인 수고비를 준다고 했을 때 기꺼이 도와주었다. 그러나 보잘 것 없는 수고비를 준다고 하니 그냥 가버렸다. 선물도 비슷했다.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을 준다고 하자 기꺼이 도와주었지만, 선물의 가격을 말하자 시장규칙에 따라 요청했을 때보다 더 빨리 등을 보이며 가버렸다.
p.118
이렇게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어리석은 역사를 단순히 윤리적 잣대로만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치 “인간이 어리석은 건 맞아. 근데 그게 단순히 못 배우거나 덜 착하기 때문은 아니야. 내 말을 들어봐.”라고 말하는 듯하다. 기존 주류경제학은 모든 것을 자유시장과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은 우리 인간이 어리석은 이유가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이고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개선의 출발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그것이 어리석음을 옹호하기보다는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일종의 의지로서 다가오기 때문에 행동경제학을 단순히 ‘경제’ 분야로 치부하기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