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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정신분석 입문 - 인간 정신에 대한 혁명적 통찰 ㅣ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15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최석진 옮김 / 돋을새김 / 2015년 8월
평점 :
책을 읽다 보면 고질적인 어려움에 봉착하곤 한다. 요즘 이야기 작법과 관련된 책 몇 권을 읽었는데 조셉 캠벨이라는 사람을 좀 더 알고 싶어졌고 그의 책들을 읽으려니 칼 융을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그런데 칼 구스타프 융은 지그문트 프로이트 이론의 반대파 중 한 사람이 아니던가? 융이 프로이트의 이론을 반대하고 자신만의 이론을 제시했다면 무엇을 반대했는지, 왜 반대했는지 알아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쉬울 게 아닌가. 이론의 성격과는 별개로 그 이론을 창안한 이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내 성격상 결국 프로이트까지 어느 정도는 알아야 연보 미끄럼틀에 좀 더 편히 몸을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사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요즘 나오는 책들 대개가 포스트 모더니즘의 사상적 원류라 불리는 니체, 프로이트, 마르크스를 뿌리로 둔 열매와 진배없다. 비록 그 맛과 모양새는 달라도 기실 이들의 사상이 100년이라는 세월 동안 조금씩 조금씩 수정, 보충된 것이기 때문에 저자가 아무리 쉽게 설명을 해도 책을 덮은 후 밀려오는 찝찝함이 가시질 않는 것이다. 이뿐인가? 그보다 더 멀리, 일테면 기원전 그리스 서사시부터 쭉 훑지 않으면 제대로 소화할 수 없는 책도 부지기수다. 이런 게 다 학창시절 지식을 엿 바꿔 먹은 나로서는 당연히 감당해야 할 시련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책은 다 읽었다. 그동안 귀동냥으로 듣고 대충 의미만 알았던 그의 이론들, 예컨대 무의식, 리비도, 억압 같은 개념들의 탄생 배경과 쓰임새의 맥락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더불어 21세기 오늘날에도 거부감을 일으킬 만한 그의 사상이 100년 전 당시 세간에 얼마나 터무니없이 다루어졌을지 짐작해보게 됐다. 반대로 억압이니 무의식이니 정작 현대인들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용하는 그 용어들을 보면 프로이트의 끈질긴 투쟁이 헛된 것은 또 아닌 듯싶기도 하고.
사람들이 편협한 윤리적 잣대를 포기하기만 한다면 인간 본성 속에 있는 악과 선의 관계에 대한 더욱 공정한 공식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p.6
『정신분석 입문』은 제목 그대로 정신분석 분야의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지만 책을 읽다 보니 이 저작은 사실 오래전부터 꾸준히 진행된 프로이트 연구의 집대성이자 출발점처럼 느껴졌다. 마찬가지로 실수 행위부터 꿈, 신경증에 이르기까지 이 책 이후에도 프로이트가 꾸준히 연구한 정신 분석의 개론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나는 ‘꿈’에 관련된 그의 이론이 흥미로웠다. 꿈의 해석이 기실 우리가 어떤 영화나 문학을 분석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상징과 은유 이면에 존재하는 창작자 혹은 태곳적 인간 일반의 욕망(혹은 소망)을 분석하는 행위가 바로 현대의 평론이 아닌가. 이 메커니즘이 프로이트가 말하는 꿈의 해석과 같아 보여서 신선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융의 연구와 조셉 캠벨의 신화학으로까지 발전했는지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었다. 『꿈의 해석』을 어서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