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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서유기 2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22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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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서천 여정 길에 오르는 삼장 법사. 당태종과 의형제를 맺고 그의 칙명을 받아 경을 찾으러 떠난다. 2권은 삼장과, 오행산에서 그를 500년 동안 기다려 온 손오공과의 만남 이후 일련의 일화를 다룬다. 저오능(저팔계)와의 만남은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성사되는데 사오정은 여전히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삼장이 다심경을 익힐 때 오정과 관한 짧은 암시가 등장하긴 하지만 말이다.
2권을 읽으며 확신한 게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삼장과 제자들의 관계다. 삼장은 어질긴 하나 천성적으로 겁이 많으며 걱정이 태산인 인물이다. 여정 길에서 일어나는 많은 어려움 속에서 실제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신세를 한탄하며 눈물을 흘리는 일뿐이지 않은가. 이는 분명 나약한 우리 인간 존재 그 자체를 상징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와 동행하는 제자들, 오공과 팔계 그리고 아직 합류하지 못한 사오정은 그 나약함을 이겨낼 수 있는 마음가짐들을 뜻하는 게 아닐까? 그들은 한낱 요괴에 불과하나 셋이 모였을 때 비로소 삼교삼합(三交三合)을 이루며 서방 여정의 다짐을 굳건히 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 이를 보여주는 구절이 나온다.
금성(金性)은 강하고 굳세어 목성(木性)을 이겨내니, 심원(心猿)이 목룡(木龍)을 항복시켜 이끌고 돌아간다. 금은 따르고 목은 순종하니 모두가 하나요, 목은 스승을 그리워하고 금은 인자하니 저들의 천성을 남김없이 발휘하겠네. 하나는 주인이요 하나는 손님이나 서로 간격이 없고, 삼교삼합(三交三合)에 오묘한 기미(機微)가 담겨 있다. 성정과 기쁨의 원정(元貞)이 한데 뭉쳐지니, 서방으로 함께 동행하기를 다짐하는 말에 어긋남이 없으리.
p.464
여기서 금성(金性)은 사오정을 뜻하고 손오공은 심원(心猿), 저팔계는 목성(木性)이다. 그러니까 2권은 손오공이 팔계를 항복시켜 사오정을 만나러 간다는 얘기인 것 같은데 알려진 대로 소설 『서유기』 는 현장 법사가 7세기 무렵 인도를 유람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저자 오승은의 허구가 덧입혀진 이야기이다. 당시 오승은은 그곳을 여행하던 현장이 몹시 외롭고 힘들었으리라 추측한 듯하다. 그래서 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조야하기 그지없는 심성들(세 제자)을 그에게 붙여줌으로써 여정 길을 응원한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이렇게 보면 서유기도 단순한 오락 소설로 즐기기에는 배울 점이 많은 소설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