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인 알고 계세요" 하고 그녀는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조이스 씨는 그녀에게로 다가가서 편지를 빼앗아 들었다. 성냥을 켜서 종이에 불을 붙였다. 그녀는 편지가 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더 이상 들고 있을 수 없게 되자 그는 타일을 깐 방바닥에 떨어뜨렸다. 두 사람은 종이가 곱슬곱슬 까맣게 타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발을 들어 산산이 부서지도록 짓밟아 버렸다. "무엇을 말입니까?"
p.98
그것은 얼굴이 아니었다. 말을 지껄이는 하나의 무서운 가면이었다.
p.103
지금 저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고, 사랑의 세계에선 현재만이 문제니까요.
p.116
오랜 결혼 생활의 경험으로, 마지막 말을 아내가 하도록 하는 것이 평화를 가져오는 더 나은 방법이라는 것을 터득하고 있었다.
p.134
"당신도 사내지, 사내들은 불결하고 추잡한 돼지들이야! 당신도 똑같아. 모든 사내들이란 돼지! 돼지들이란 말이야!" 맥파일 박사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p.227
"만약 하느님이 악을 미리 막을 수 없다면 전능이 못 되고, 또 막을 수도 있는데 그럴 의사가 없다면 전선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p.232
그 신앙은 격렬하고 편협한 것이었다. 그녀의 친절한 행위마저 애정이 아닌 이성(理性)에 의한 것이어서 냉혹한 점이 없지 않았다. 그녀는 오만하고 아량이 없고 앙심깊은 여인이 되었다. 존도 사랑을 단념하였으나 시무룩하고 걸핏하면 화를 내는 사람이 되어, 여생을 아무런 희망도 없이 터덜터덜 걸어가면서, 죽음이 세파의 굴레에서 해방시켜 줄 날만 기다릴 따름이었다.
p.236
"나는 때때로 생각하지만, 별이 길가 개울의 흙탕물 속에 그 빛을 반사할 때만큼 아름답게 빛난 적은 없다" 하고 불멸의 신은 말했다.
p.238
"나는 가끔 기이한 생각이 드는데, 도대체 어째서 인간들은 내가 궤도를 벗어난 성관계를 그렇게 중요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만약 좀더 주의하여 내가 만든 것을 이해해 준다면, 특히 이러한 인간적 약점에는 내가 언제나 동정을 기울여 왔다는 것쯤은 깨달을 만도 한데."
p.239
확실히 하찮은 수효이긴 하지만, 인생을 자기 손아귀에 꼭 쥐고 그걸 자기의 뜻대로 형성해 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매력을 느낀다.
p.240
그의 원대한 야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금은 그에 관한 기억이 겨우 친구들 몇 사람의 가슴 속에만 고이 간직되어 있을 뿐이다. 슬프게도,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그것마저도 점차 그 수효가 줄어들 것이다. 그는 살아 있을 때 그러하였듯이, 죽어서도 세상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인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의 생애는 성공적인 것이었다. 그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완전한 것이었다. 즉 그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다가 결승점을 바로 눈앞에 두고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그러므로 목적이 달성되었을 때의 그 환멸의 비애 따위를 맛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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