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생이란 원래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무엇을 선택하든 알 수 없는 것에 도박을 거는 일이지요. 그리고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우리가 인간인 거고요. 우리에겐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인생이란 지도와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방향도, 경로도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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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팩스 부인이 조용히 대답했다. "하츠혼 여사님, 슬라이드는 없답니다." 하츠혼 여사는 놀라 입을 딱 벌렸다. "슬라이드가 없다고요? 사진이 안 나왔나요?" 여사의 눈빛이 꾸짖는 것만 같았다. "제가 드린 설명서를 안 읽으셨군요?" ‘에밀리, 원주율이 뭔지 또 잊어버렸구나.’ 폴리팩스 부인은 한 번 웃고 부드럽게 말했다. "사진을 안 찍었어요, 너무 바빴거든요." "너무 바빴다니요?" 하츠혼 여사는 아예 겁에 질린 것만 같았다. "그래요, 너무 바빴답니다. 정말, 제가 얼마나 바빴는지 알면 여사님도 깜짝 놀라실 거예요." 부인은 힘주어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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