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ck 스틱!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 개정증보판
칩 히스.댄 히스 지음, 안진환.박슬라 옮김 / 엘도라도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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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당신이 사용하는 화폐에 어린 아이의 토막 난 시체가 숨겨져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이야기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화폐 속에 아이의 시체가 숨겨져 있다니 무슨 그런 끔찍한 일이! 흔히 '김민지 괴담'이라고 불리는 이 이야기는 십 원짜리 동전에는 아이의 성인 '김'이 숨겨져 있고 오십 원에는 아이를 토막 낼 때 쓴 낫이, 백 원에는 아이의 머리가, 오백 원에는 아이의 두 팔이, 천 원짜리 지폐에는 아이의 중간 이름인 'MIN'이 적혀 있고 만 원에는 아이의 두 다리가 그려져 있다는 괴담인데 신기하게도 이것들은 억지스럽지만 모두 확인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다. '우리나라 화폐 디자이너 중 한 사람이 자신의 사랑하는 딸 (김)민지가 살해된 것을 슬퍼하다 무당의 말을 듣고 화폐 속에 딸의 토막 난 시체를 나누어 숨겨 놓게 되는데... ' 무섭고 슬픈 이야기지만 당연하게도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지금까지도 이 괴담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불어 이런 괴담뿐만 아니라 수 세기에 걸쳐 이어져 온 이솝 이야기 같은 동화나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속담 같은 메시지는 어떻게 이토록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히스 형제의 책 <Stick 스틱!>은 여기에 사람들의 마음에 찰싹 달라붙는 스티커 같은 6가지 법칙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단순성'이다. 짧고 명료할수록 좋다. '당신이 사용하는 화폐에 어린아이의 토막 난 시체가 숨겨져 있다!' 이 얼마나 단순하고 명료한가. 이야기가 지닌 핵심을 단순하게 요약할수록 잘 달라붙는다. 두 번째는 '의외성'이다. 듣는 사람의 추측 기제를 망가뜨려야 한다. '우리가 늘 사용하던 화폐 속에 시체가!'와 같은 의외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한다. 세 번째는 '구체성'이다. 각기 다른 화폐, 어느 위치에 아이의 시체가 있는지 알 수 있는 김민지 괴담 역시 구체성을 띄고 있다. 네 번째는 '신뢰성'이다. 사람들은 김민지 괴담을 듣고 지갑에서 이 이야기가 거짓이 아님을 직접 확인했다. 다섯 번째는 '감성'이다. 살해당한 딸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충분히 감성을 자극한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스토리'다. 김민지 괴담에도 역시 숨겨진 스토리가 있지 않던가. 저자는 책에서 다른 괴담을 예로 들었지만(히스 형제는 우리나라 사람도 아니다.) 김민지 이야기와 같은 국내 괴담에서도 이 6가지 법칙이 유효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사실 나는 자기계발 도서를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아니 않는 편이'었다'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그 이유는 저자의 개인적 경험만을 토대로 하거나 저자 본인에게만 해당하는 사례를 근거랍시고 어떠한 검증도 거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스 형제를 신뢰하는 이유는 검증된 자료를 제시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만 나열하는 게 아닌 수많은 사례를 들며 적지 않은 연구 과정 또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이라면 일단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곤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뀐 상황이다.



창의적인 광고들은 모두 서로 비슷하지만 실패한 광고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비창의적이다. (43p)



 이 책이 알려주는 6가지 법칙은 단순히 하나의 멋진 메시지를 만드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업을 경영하는 큰일을 포함해 누군가를 설득할 때도, 학생을 가르칠 때도, 친구와 대화를 할 때도 또는 작가가 소설을 쓸 때도 참고할 수 있을 듯 싶다. 더불어 다른 자기계발 저자들이 지극히 당연하고 추상적인 방법론을 구구절절 써 갈기고 있을 때 한 발짝 더 움직이며 관련 자료들을 수집한 두 저자의 노력이 묻어있어 좋았다. 참고로 후반부에는 6가지 법칙을 쉽게 설명한 요약문과 실전편을 수록하고 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 간단하게 복습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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