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이번 달에 리스트에 넣은 신간수는 11월보다 더욱 늘었다. 즉 세 달 연속 늘었다는 말인데 이토록 읽어볼만한 책이 급증하는데 읽을 시간이 없으니 아쉽다. 또 신간평가를 위해 다섯 권만 선정하는 작업은 더 어려워졌다. 내가 정말 읽고 싶은 책인데 선정이 안 될 것 같아 꼽지 못한 책이 생기는 것은 꽤 모순이 아닌가 싶다. 여하간 이번 달의 추천 도서는 다음과 같다.
1. 부채, 그 첫 5,000년
매력적인 외피의 신간들이 홍수를 이루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데이빗 그레이버 교수의 부채에 대한 책이었다. 신자유주의의 시대의 산물인 글로벌 금융 위기로 휘청거리는 현실 때문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일견 경제학 책으로 보이지만 그레이버 교수는 인류학자다. 그는 주류 경제학의 이론이 근거도 없다고 공격한다. 부채는 인류 사회와 함께 언제나 존재했고, 원래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발췌된 내용을 보자면 그레이버 교수는 주류 경제학의 이론과 인간이 합리적 행위자라는 생각이 주요 담론이 되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 현실을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당한 비판이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현대 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도 얻을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것일지 기대된다.
2. 인민의 탄생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 교수의 신간이다. 꽤나 개인적인 관심사로 추천을 하는 것이지만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책으로 보인다.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송 교수는 국문학에 대해 상당한 관심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송 교수는 한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서양 이론의 수입이 아니라 비교적 국내적 동학이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훈민정음, 즉 한글 언문이 기존의 한문, 성리학 중심의 양반 지배 담론을 점차 대체해나가는 과정에 주목한 책인데, 시대는 비록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요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가 인기를 끌고 있어 연결시켜보면 재미있을 듯 하다. '공론장'이 핵심 키워드인데, 이 책은 한국의 근대를 연구한 것이지만 현대 한국 사회에 대한 메시지도 전한다고 한다.
3. 캘리번과 마녀
책의 주제가 매우 흥미롭다. "자본주의의 역사에 있어서, 남성이 임금 노동자로 탈바꿈된 것 만큼 여성이 가사노동자이자 노동력 재생산기계로 되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페미니즘 역사서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닦았던 이 폭력적인 시초축적 과정에서 마녀사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었음을 밝힌다."
페미니즘은 주류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페미니즘의 시각이 남성 중심의 주류 이론을 교정하기 위해 필요할 것이다. 책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자본주의를 위해서 여성이 마녀가 되었어야했지는 의문이다. 돌아보면 그렇게 보였는지 모르겠으나 정말 그럴까. 그걸 저자가 밝혔길 바라는데, 설사 효과적으로 그 작업을 해내지 못했더라도 주장 자체의 신선함 때문에 읽어보고 싶다. 푸코의 방법론을 적용했다는 점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4. 히틀러와 홀로코스트
세계대전 최대의 비극이자 전후 최대의 미스터리이기도 한 홀로코스트. 홀로코스트는 너무나 끔찍하기에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고통이다. 하지만 눈을 돌릴 수는 없다. 이 책은 이 분야 전문가인 위스트리치씨에 의해 홀로코스트에 대한 입문서로 쓰여졌다고 한다. 가장 궁금한 점인 홀로코스트를 누가 일으켰고, 어떻게 진행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는 등 홀로코스트의 '전모'를 밝힌 책이라고 한다.
5. 당연하고 사소한 것들의 철학
철학은 어렵다. 그러므로 쉽게 설명하는 책이 있다면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류의 책은 너무 많아서 진정 철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이 책을 다섯 개의 리스트에 굳이 포함시킨 것은 책의 목차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목차에는 정말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서 사소하게 보이는 것들이 죽 적혀있다. 저자 부르크하르트는 이 사소한 것들의 기원으로 거슬러올라 그것이 원래 어떤 의미였는지를 밝히고, 원래 사소한 것이 아니라 혁명적인 사상이 담겨있었음도 증명한다. 책 소개를 보면 알파벳 이야기는 위에 소개한 '인민의 탄생'과 비슷한 내용인 듯 하고, 그리스 신전에 바쳤다는 동전 이야기는 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