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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통의 역사 진정서 - '삐라 공방전'부터 '막걸리 보안법'까지
고길섶 지음 / 앨피 / 2005년 9월
평점 :
사실 이 책을 사지 않았다. '현대사 인물들의 재구성'을 사면 덤으로 이 책 '스물 한 통의 역사진정서'를 준다기에 별생각없이 '현대사~'를 구입하였고 상대적으로 얇은 '~역사진정서'를 먼저 읽어보았다. 하지만 읽어보니 끼워팔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이다. 운좋게 덤으로 얻었지만 그냥 제값 주고 샀어도 좋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단순히 표지에 나오는 '삐라', '막걸리 보안법' 등의 말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를 밝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정작 내용은 후기에서 밝히는 것처럼 근대 민족주가와 국어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들이었다. 마침 흥미를 가지고 있던 주제들이라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최근 우리가 그토록 신성시하던 국어, 애국가, 태극기 등 지배권력의 요구에 의해 탄생하고, 민중들의 욕망에 의해 신성함이 극대화되는 대상들에 대한 환상을 깨기 위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월드컵 때 태극기에 대한 신성함이, 올해는 윤도현을 통해 애국가가, 그리고 저자가 밝히듯 인터넷을 통한 언어파괴도 있다.
소위 '지방 사람' 혹은 '촌놈'인 나는 서울사람들이 쓰는 '표준 국어'에 대한 집착이 상당했었다. 저자가 말하는 끊임없는 자기검열을 통해 발음은 물론 단어가 잘못되었을까봐 혹시 띄어쓰기는 잘못되지 않았나 전전긍긍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제도란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고 바꾸어나가는 것이거늘 반대로 제도의 올가미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었으니 한심하다.
또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파렴치한 행각, 5.18보다 더했던 4.3에 대한 이야기들, 알고보면 다수결로 정했던 표준어 제정 과정 등 간만에 분노게이지를 하늘높이 치솟게 만드는 에피소드들을 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보았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다시는 불행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말아야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