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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전은강 지음 / 디오네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참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다. 너무 많이 써먹어서 작위적인 냄새가 풀풀나지만 그런 상상력을 가진 작가에게 일단 박수를 보낸다.
재미있고, 인간 심리의 극도의 솔직함을 보여주는 것은 좋은데 도대체 남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산 책의 표지에는 어디에선가 이달의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고 금색딱지가 붙어있다. 허무한 결말에 이어 무엇인가 안 좋은 일을 최근에 겪은 것 같은 작가의 후기를 보아도 결국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잘 알 수가 없다.
희대의 사기범이지만 법망을 잘 피하는 아버지도 모자라 도저히 부자지간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마치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에서 부부로 등장해서 서로에게 발길질과 총질을 한 것보다 더 심한) 잔인한 가학행위들 속에 일시적 웃음말고 무엇을 바래야 하나. 그냥 역설이었다고 말하는 후기의 말로 다 때우기에는 모자란 것 아닐까.
인간의 원초적 가학성과 성에 대한 본능이 지배하는 내용들 틈에서 너무 가끔 나오는 부자지간의 정상적 인간관계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내가 엄청나게 높은 사회적 도덕기준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소설같기도 하고 조금 나이먹은 애들이 볼 동화 같기도 한 이 소설을 보니 애정결핍의 영향을 받는 두 남자는 작가와 독자인 내가 아닐까 싶다. 작가는 왜 썼으며, 난 왜 봤을까. 아직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 그냥 웃겨서 좋은 책이라는 말 말고 다른 대답을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