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행정부는 공산주의가 남쪽을 잠식해 들어온다는 생각에 강박적으로 매달렸다. 또한 전임 정부들에 비해, 급진적 정치 운동이 성공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조건을 창출하는 것은 빈곤과 사회 부정의라는 것을 훨씬 잘 알았다. 쿠바 코치노스만 침공을 단 몇 주 앞둔 1961년 4월, 미국의 젊은대통령은 라틴아메리카와 함께 이른바 ‘진보를 위한 동맹(Alliance forProgress)‘을 시작했다. 발전과 경제원조에 초점을 맞춘 10개 사업을제시하고, "독립을 위협받는" 어떤 나라든 지켜 주겠다고 약속한 케네디의 계획은 10년 안에 라틴아메리카에서 빈곤을 추방한다는 것이었다. - P494

이런 사업 가운데 가장 성공을 거둔 분야-교육, 보건,
교통, 주거는 배타적이지 않고 개방된 미국, 상호 이익을 위해 라틴아메리카 동맹국과 기꺼이 협력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진보를 위한 동맹‘의 긍정적인 측면은 지역 전체에서반민주적인 군사정권을 기꺼이 지지한 미국의 태도 때문에 무색해졌다. 애초에 공산주의에 맞서기 위한 군사 원조가 ‘동맹‘ 계획의 필수적인 부분이었다. 케네디의 후임인 린든 존슨이 통치하면서 ‘동맹‘의반란 대응 측면은 종종 민간사업을 압도하기에 이르렀다. - P495

쿠바 바깥에서 소련은 라틴아메리카 냉전의 주요 참여자라기보다 적극적인 방관자에 가까웠다. 소련은 각국 공산당 및 그들이 참여하는 전선과 동맹 [칠레 아옌데의 인민연합(Unidad Popular) 등]에 자금을지원하고 조언했다(때로는 환영받았지만, 때로는 환영받지 못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작은 나라에도 국가보안위원회와 정보총국 요원을계속 두었다. 하지만 그들의 임무는 현지의 사태에 영향을 미치기보다 모스크바에 보고하는 것에 가까웠다. 국가보안위원회 의장 유리안드로포프Yurii Andropov는 라틴아메리카 주재 공작원에게 이렇게조언했다. "주요 과제는 사태의 흐름을 자세히 살피면서 현지의 상황과 세력들의 상관관계에 관한 다면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확보하는것입니다."29 소련은 언제든 곧바로 사태의 추이를 조종하면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움켜쥐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거리와 우선순위,
상대적 힘의 균형 때문에, 냉전 시기 라틴아메리카에서 모스크바의영향력은 제한적이었다. - P507

라틴아메리카의 냉전은 외부보다 내부에서 벌어졌다. 일부이긴 하나 정치적으로 훨씬 더 극단을 달리는 우파와 좌파의 점증하는폭력적 충돌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우파와 좌파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복잡한 범주다. 좌파에는 몬토네로스 부류의 악랄한 선동가와 살바도르 아옌데 같은 지조 있는 개혁주의자가 있었다. 이 두 방향 사이의 분열은 냉전 후기에 점점 깊어졌다. 우파도 분열이 심각했다. 일부는 그저 자기들 몫의 거대한 돈과 자원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 다 - P509

른 이는 종교와 민족 개념에 이데올로기적으로 깊이 몰두했다. 그리고 일부-특히 남쪽의 원뿔(Southern Cone) 지역의 소규모 중간계급-는 미국을 정치와 사회의 조직화 면에서 직접 영감을 주는 나라로 여겼다.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1970년대는 라틴아메리카의 이런 정치적 경향에서 하나의 분수령이 되었다. 군사 독재의 등장은 그들이 흔히 선언한 것과 달리, "민족적 통합이 아니라 파편화의 증대를 의미했다. - P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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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is not only a part and an index of morality; it is the ONLY morality. The first, and last, and closest trial question to any living creature is, ‘What do you like?‘ - 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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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미국은 남베트남에 1만 6000명의 고문관을 두었는데, 이는 케네디가취임할 당시 600명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였다. 남베트남의 모든주요 군부대에 미군 장교가 배속되었고, 미국 고문관은 베트남공산당이 통제하는 남부의 베트남민족해방전선이나 하노이를 상대로 하는 전투에 직접 참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남베트남의 전쟁에서 점차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미국 항공기와 헬리콥터는 북베트남에 기습 공격하는 것을 비롯해, 베트남 병력을 수송했다. 또한 남베트남 반군과 그 지지자를 굶주리게 하려고 농작물을 파괴하는 데 제초제를 사용했고, 베트남민족해방전선의 통제에서 "구출한 농민이이주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웠다. - P451

베이징은 워싱턴에 미국이 북부를 침공하지 않는 한 자국 군대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국내외적으로 점점 혁명적 자세를 취했음에도 마오쩌둥은 미국의 힘을 적잖이 존중했다. 게다가 소련과 벌이는 대결이 악화하는 상황-대개마오쩌둥의 행동 때문이었음을 언급해야겠다-에서, 마오쩌둥은 인도차이나에서 전면전을 벌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러므로 중국은 북베트남과 남부의 베트남민족해방전선이 중국의 원조를 받아 미국에 맞서 "가차 없이 싸우면서 협상하지 못하도록 구워삶는 방침을 세웠다. 또한 베이징은 한반도에서 경험한 바로 모험을 삼가는 법을 배웠다. - P457

수카르노가 이끄는 인도네시아 민족주의자는 미국이 해방의 조력자로 나선 가운데 1949년 네덜란드에서 독립했다. 워싱턴이 네덜란드에 옛 식민지가 완전히 독립하도록 압력을 가한 이유는 수카르노가 확고한 반공주의자로 보였기때문이다. 1948년 수카르노 군대는 강력한 인도네시아공산당(PartaiKomunis Indonesia, PKI)과 짧은 내전을 벌여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수카르노가 전 세계의 반식민 투쟁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며 국내 경제 정책을 급진적으로 바꾸자, 인도네시아는 미국이 총애하는 대상에서 떨어져 나갔다. - P463

1960년대 중반에 그토록 많은 제3세계 지도자가 전복된 것은제3세계 운동 전체의 위기를 의미했다. 1965년 가을 알제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아시아·아프리카회의가 무산된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제3세계 이상이 외면되자, 베트남과 인도차이나에 접근하는 미국의 태도가 단호해졌다. - P467

미국에서 베트남의 진정한 비극은 그것이 양쪽이 모두 실패하는 촉매가 되었다는 것이다. 존슨이 바꾼 나라는 20세기 어느 때보다 국내에서 무엇을 이룰 수 있는 - P474

지에 관해 방향성을 잃고, 해외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어떻게 영향을미칠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게 되었다.
베트남의 진정한 비극은 당연히 베트남 자체의 비극이다. 한반도처럼 베트남은 냉전으로 갈가리 찢어졌다. 베트남공산당의 잔인성과 발전 계획이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미국의 점령과 폭격 때문이기도 했다. 한국과 차이가 있다면, 베트남은 베트남공산당이 민족주의 활동을 거의 독점하고, 남베트남 지도자들이 스스로 믿을 만한정부를 세울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 P475

세계 냉전의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인도차이나 개입은 소련이미국의 지배와 자본주의적 착취에 대한 보편적 대안으로, 다시 소련을 내세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헝가리 봉기에서 베를린 장벽과콩고 위기에 이르기까지 소련은 뒤처지는 듯 보였다. 미국의 힘만이아니라 동유럽의 불만, 중국과 단절, 제3세계의 탄생으로 도전을 받은소련과 그 체계는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과 어긋난 것처럼 보였다. 베트남은 소련이 힘을 되찾을 기회를 주었다. 이런 회복이 소련의 힘보다는 남의 실패를 통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이 시점에서 별로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다. 냉전 시기에 자주 그랬듯이 양극의 측면에서 보면, 별로 다르지 않은 결과다. 미국의 손해는 소련의 이득으로 보였다. - P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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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는 비가 내렸다.
얼마 전 산불로 피해가 막심하기도 했고 계속 건조한 날씨로 비가 좀 내려주었으면 했던 만큼 비가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몇 달만에 도서관에 갔다. 작년 9월이었나 희망도서 예산이 소진되고 나서 올해 2월이 될 때까지도 희망도서 신청이 불가능한 상태여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간만에 팟캐스트를 듣다가 관련 책을 읽어보고 싶어져서 도서관에 있나 검색해보니 마침 있더라.

옆지기가 지방 갈 일이 생겨 가는 길에 도서관에 데려다주었다.
간 김에 읽고 있는 책과 관련한 책들이 있나 둘러보았다.
지금 읽고 있는 <냉전>을 쓴 저자의 다른 책이 있었고 동아시아 근현대통사 책도 있길래 관심이 가서 찜해놓았다.
다음에 갈 일이 있을 때 하나 둘씩 빌려보려 한다.
예전에는 몇 권씩 한꺼번에 빌리기도 했으나 이제는 여러 권 빌려봐야 못 읽고 반납하는 책이 생기는 것을 알기에 욕심을 안 부린다^^;

어느덧 봄이다.
일교차가 크기는 하지만 제법 꽃들을 즐길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어제는 비가 그치고 해가 난 뒤 미세먼지도 없는 쾌청한 날이었다.
그래서 볕을 쬐며 동네 근처를 산책했다.
돌아오는 길에 필라테스 체육관에 들러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하체 기구 운동을 한 뒤 플랭크 몇 번 하고 돌아왔다.
살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이제 조금은 익숙해지게 된 것 같다.
아직 산책만큼 재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운동하는 법을 알게 되었으니 나중에는 혼자라도 운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물론 혼자 하려면 의지는 더 강해야겠지만!ㅎㅎ

지난 주에는 개나리, 매화, 왕벚꽃 등 올라온 꽃들을 찍기 위해 점심 시간을 피해 회사 근처를 쏘다녔다.
어제는 동네 근처에도 벚꽃이 제법 올라온 것을 보았다.
오늘 확인해보니 회사 근처에는 수, 목요일쯤 벚꽃이 만개하지 않을까 싶다.
바야흐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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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4-07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 지나고 출근해보니 양재천에도 벚꽃이 다들 피었더라고요. 어서 빨리 벚꽃 길을 걷고 싶어 좀이 쑤십니다. 점심 시간에 좀 산책해야겠어요. 봄을 충분히 만끽합시다!

거리의화가 2025-04-09 08:53   좋아요 0 | URL
판교도 이제 벚꽃이 거의 만개했답니다. 이번주가 피크인 듯 해요! 주말에 또 비가 온다니 이후에는 꽃이 많이 떨어지겠죠ㅠㅠ 어제, 그제는 산책하는 사람이 정말 많더라구요. 오늘도 그럴 것 같습니다.
역시 봄이 최고에요!!!

희선 2025-04-11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들이 이번주엔 많이 피었겠습니다 며칠 전에 꽃이 조금 피었는데, 하루 지나니까 활짝 피었더군요 그때 조금 추웠는데, 꽃은 별로 안 추웠나 봅니다 저만 바람이 차갑다 느끼는 걸지도...


희선

거리의화가 2025-04-12 17:44   좋아요 0 | URL
저도 추위를 많이 타서 여전히 밤에는 전기장판 이용하고 있고 출퇴근에는 썰렁해서 코트를 입고 있답니다^^;
벚꽃이 이번주 중반에 절정이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금요일쯤 되니 후두두 떨어지고 있더라구요. 그래도 여전히 남아 있는 벚꽃도 있기는 한데 오늘, 내일 지나면 비바람에 대부분 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봄꽃은 정말이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마네요.
이제 철쭉이 올라올테고 더 있으면 장미가 올라올테죠^^
 

3월에 읽은 책들을 간단하게 정리한다. 



1. 젠더와 역사의 정치


여성주의 책으로 재독한 책이다. 1년 만에 다시 읽어서 그나마 조금 더 눈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 책은 차티스트 운동에 대한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룬다. 그리고 영국, 프랑스를 배경으로 노동자 계급의 여성의 역사 사회상을 정리하여 보여줌으로써 가정, 직업 세계에서의 여성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확인시켜준다. 도시 중심에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 생겨난 제조업에 뛰어든 여성이 있었다. 여성들은 적은 급료를 받다가 도시 빈민층으로 유입되기도 하고 성매매 산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미국의 여성 역사가들을 다루면서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도 한다. 마지막에 차이와 평등 간 긴장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밝히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이 같은 정치적 맥락 속에 있는 한, 페미니스트 학자들은 "차이"나 "여성의 문화"에 대한 주장들이 원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될 수 있는실제적 위험성을 인식해야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런 주장들이나 그것이 열어 준 지적 지형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정식화를 할 때, 그것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분명히 자각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밀크맨이 조심스럽게 정식화한 내용은 평등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가장 안전한 방향임을 함축하지만, 그녀는 또한 차이를 전적으로 거부하고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만, 그것이 어느 쪽인지가 문제다. 밀크맨의 양가적 태도는 법이론가인 마사미노우가 다른 맥락에서 "차이의 딜레마"라고 부른 것의 일례다. 종속 집단에 관해 이야기할 때 차이를 무시한다면 "잘못된 중립성을 방치하게" 되며, 차이에 집중하면 비정상이라는 낙인을 강조하게 될 수 있다고 미노우는 지적한다. "차이에 집중하는 것이나 무시하는 것 모두 차이를 재창조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차이의 딜레마다." - P292


2.24시간 시대의 탄생


1980년대를 다루며 이 시대를 이끈 동력이 무엇이었는지 밝히는 책이다. 보통 이 시기를 다루는 책들이 3s정책과 경제 발전에 주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근대를 이끈 개념인 시간에 기반한 주장을 펼친다. (정치적인 이유기는 했으나) 야간통행금지 해제가 되어 24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게 됨으로써 국민 생활의 패턴은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 국제표준시와 국가 기념일 등이 제정되고 운용되었고 국가적 시간은 국민을 통합하고 사회를 통제하는 데 이용되었다. 다만 국민의 일상적 시간은 국가적 시간과 충돌하며 갈등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서머 타임제, 명절의 공휴일 제정을 둘러싼 일들이다.


대한제국기와 일제강점기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의 시기를 거치면서 두가지 사회적 시간체제가 한 사회에 오랫동안 공존한 것은 국가의 시간체제와 국민의 일상적 시간체제 간에 계속 경합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국가의 시간과 국민의 시간 간에, 그리고 글로벌 시간체제와 로컬리티의 시간체제 간에 괴리가 존재해 국가와 국민 간에 생활주기와 리듬이 일치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1980년대에 들어서 명절에 대한 인식과 실천에서 국민의 의견이 수렴되면서 그것은 점차 민족적 색채를 띠게 된다. 그 과정에서 4대 명절 중 단오를 제외하고 설, 한식, 추석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라는 대통령령에 의해 민족적 명절과 법정공휴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게 되었다.



3.오염된 정의


이 책은 친구 분 서재에서 보고 밀리의 서재에 있다길래 찜해두고 얼마 안 읽다 바로 읽었다. 고백하자면 이 책의 제목이 오염된 정의인데 자꾸만 오염된 정치로 봐서 한동안 제목을 머릿 속에 정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는 것. 그동안 혼탁한 정치에 너무 시달려서 정치에 더는 희망이 없다고 은연 중에 생각하고 있었던 탓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계속 늦어지는 탄핵 선고일로 답답해하던 시기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 사이다 같은 기분을 느꼈다. 밑줄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에도 민망할 지경.


진실은 타락하고 정의는 오염되었다. 제도는 불신받고 권위는 조롱당한다. 사실을 보도하고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 또한 아수라다. 무슨 공익적 가치가 있는지 모를 기사들이 넘쳐난다. 언론의 문제들, 1인 미디어라는 더 큰 문제가 덮는다. 탈진실을 선동하고 이용하는 이들이 있다. 궤변이 살아남고 선동이 승리하기 쉬운 시대다. 현재를 비관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상식과 원칙의 힘을 믿는다. 이기심과 술수가 늘 이기는 것 같아도 진실과 명예가 회복되는 순간이 있다. 상식적인 다수가 힘을 실을 때다. 생각해 보면 내가 글을 쓸 때 염두에 두었던 대상은 언제나 상식과 원칙을 믿는 그들이었다.


저자는 한국일보 기자로 대한민국의 진실을 훼손하고 ’정의’를 망치는 정치, 언론, 검찰을 비롯한 사법 등 사회 내부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그동안 취재를 해오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내주기도 하고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를 책에 실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온갖 일을 겪으면서도 저자는 정치에서 긍정성을 찾아내고 희망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구절처럼 원칙에 따른 정의를 쫓는 이들이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할 것이라는 믿음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리더라면 비판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야당의 반대, 언론의 아픈 질문도 국민의 뜻임을 인정해야 한다. 비판을 들을 용기 없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는 없다. 


2일 전 파면된 윤석열의 가장 큰 문제의 본질은 바로 위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4.유토피아


저자가 이 책을 쓸 무렵 영국은 부익부빈익빈으로 한쪽에서는 굶어죽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호위호식하는 사람들이 있을 무렵이었다. 먹을 것이 없어 도둑질하다가 잡혀 교수형에 처해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비단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도 바뀌지 않는 현실인 것은 마찬가지다. 사유재산의 소유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는 불평등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발생 수순이라고 보인다. 그래서 저자가 생각한 것이 이런 이상향인 유토피아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러나 유토피아 내에서도 법과 체계라는 것이 존재한다. 규칙이 존재하지 않으면 어떤 사회든 구성원들이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이번에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인간 행복이 즐거움(정신적/육체적 쾌락)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건강은 육체적 쾌락이고 정신적 쾌락은 올바른 행동과 깨끗한 양심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짐작하겠지만 유토피아인들은 정신적 쾌락에 더 우위를 둔다고 한다. 


저는 사유재산이 완전히 폐지되기 전에는, 공정한 재화의 분배나 만족스러운 인간 생활 조직이 결코 달성될 수 없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사유재산이 존재하는 한 대다수의, 아니 절대 다수의 인류가 불가피하게 빈곤과 고난과 근심이라는 무거운 짐 아래에서 계속 고통을 겪을 것입니다. 저는 그 짐을 줄일 수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어깨에서 결코 그 짐을 내려놓지는 못할 것입니다.


5.자본을 읽자


세계철학을 공부하면서 마르크스 저작을 한 권씩 읽어보자 생각했다. <자본>을 읽기 전후 참고할 만한 알튀세르의 이 책이 마침 북펀딩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여 바로 신청했었다. 사실 읽기 시작한 것은 2월부터인데 어려워서 읽다 쉬다 읽다 쉬다 하다가 3월을 넘길 수는 없다 생각하여 마음 먹어서 겨우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자본이 대상과 맺고 있는 관계, 그 대상의 차이의 담론에 관한 질문을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자본의 담론이 고전파 경제학파 담론과 어떻게 구별되고 청년 마르크스 철학적(이데올로기적) 담론과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 알려준다. 후반부에 <자본>에 관한 이론과 수식을 다루고 초중반부에는 인식론과 역사철학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역시나 초중반부가 나는 훨씬 더 관심이 높았던 것 같다.


마르크스는 읽기에 관한 방법으로 이중의 독서 방식을 제안한다. 첫번째 독서는 자신의 담론에 입각하여 선구자들의 담론을 읽는 것이다. 두번째 독서(두개의 텍스트가 존재한다는 가정)는 두번째 텍스트를 첫번째 텍스트의 문제와 연결지어 읽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 저작인 <자본> 읽기를 접목해보자면 <자본>에 대한 다른 독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다른 저작의 독서를 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다른 독서에도 이 방법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 


6.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거의 15여년만에 읽게 되었나보다. 예전에는 별 생각 없이 읽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읽으니 새롭게 보이는 내용들이 많았다. 변함 없이 들어오는 중요한 메시지는 자기 극복에의 의지이다. 이번에 읽으니 겉치레와 허례허식에 대한 비판이 눈에 들어왔고 국가 등 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인상 깊었다. 20세기 들어와 많은 국경들이 생기고 국가가 생겼으나 보호되어야 할 인권은 중요시되지 않고 민족, 인종과 결합하여 오히려 국민을 탄압하는 사례가 많았다(이는 현재도 여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자의 차별적인 시선(인종, 민족, 성별 등)에 대해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삶 자체가 내게 비밀을 말해 주었다. “보라, 나는 언제나 자기 자신을 극복해야 하는 그 무엇이다.”


국가란 위선적인 개다.


인간은 인간 사이에 살면서 인간을 잊어버린다. 모든 인간에게는 너무나 많은 겉치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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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4-0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에 읽으신 책들이 하나같이 어려워 보입니다 역시! 뭔가 요즘 시대의 분위기에 딱 맞는 책들이네요~!

거리의화가 2025-04-07 09:23   좋아요 1 | URL
역시 읽게 되는 책들이 현재의 제 마음과 일상 생활과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새파랑 님 활기찬 한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