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렌드 오렌지선셋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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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매달 원두를 주문하면서도 이제는 비슷비슷해서 감흥이 떨어지는 중이었다. 그러다 설 연휴로 할인하길래 미끼를 덥썩 물었다(이런 할인 자주 해주시면 감사). 산미가 조금 있는 편이라 아침보다는 낮에 마시기에 더 좋았다. 그래도 감귤의 달콤함을 느끼기에는 금방 지나가는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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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3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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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받은 것들은 모두 제자리로 되돌아간다. 그가 싫어하고 혐오했던 것에 빚을 졌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만드는 작가의 효과적인 장치였다고 느껴진다. 또한 이집트로 떠나 일을 하게 되는 설정 등을 비롯한 이야기는 영국 제국주의와 식민지에 대한 비판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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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2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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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속이는 사기꾼에 비하면 이 세상의 다른 사기꾼들은 모두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자기 자신을 속이기는 얼마나 쉬우며 나 자신과 타협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핍은 고상한 신사가 되고자 했으나 그가 모델로 설정한 이들은 차별주의적인 인물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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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슬의 양쪽 끝이 있다. 경제가 역사Hitoire의 경로를결정한다. 그러나 최종 심급에서 그러하다. 최종적으로 결정적이라고schlieBlich entscheidenden 엥겔스는 기꺼이 말한다. 그러나 이 경로는 - P199

상부구조의 다양한 형태들, 지역적 전통들이, 국제적 정황들의 세계를 통해 "관철된다". 나는 이 검토에서 최종 심급, 즉 경제에 의한결정과, 상부구조들, 국민적 전통들, 국제적 사건들에 의해 부과되는 고유한 결정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엥겔스가 제안하는 이론적해법은 제쳐 두려 한다. 여기서는 단지 그것으로부터 경제적인 것에의한 최종 심급에서의 결정에 대한 상부구조들로부터, 국내적·국제적인개별특수적 particulières 정황들로부터 야기된) 효력 있는 결정들의 축적이라고 불러야 할 것을 취하는 것으로 족하다. 내가 제출한 과잉결정된 모순이라는 표현이 바로 여기서 명확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왜냐하면 과잉결정의 존재는 더 이상 순수하고 단순한 사실이 아니기때문이고, 우리는 이 과잉결정의 존재를, 그 핵심에서, 비록 우리의설명이 아직 지시적인 것에 머문다 하더라도, 그것의 토대jondemen에연관시켰기 때문이다. - P200

마르크스의 역사적 이론의 수준, 그것은 구조 개념, 상부구조 개그리고 이 개념들의 모든 특수화들 spécijfications의 수준이다. 그렇지만 동일한 과학적 학문 분야가 자신의 수준과는 다른 수준에서, 어떠한 과학적 인식의 대상도 아닌 수준에서(우리의 경우 무한한 상황들로부터 개인적 의지들이 발생하고, 무한한 평행사변형으로부터 최종적 합력이 발생하는수준에서) 자신의 고유한 대상의 가능성과 이 대상에 상응하는 개념들의 가능성을 생산하려 한다면, 그 학문 분야는 인식론적 공백 속으로, 또는 인식론적 공백의 혼미로서의 철학적 충만 속으로 떨어진다. - P224

어떠한 형태의 이데올로기적 의식도 자기 자신의 내부적 변증법에 의해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그 무엇을 자신 속에 지닐 수없다는 원리, 엄밀한 의미에서 의식의 변증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원리, 즉 자기 자신의 모순들의 힘에 의해 현실 자체에 이르는 의식의 변증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리가 그것이다. 요컨대 그것은 일체의 헤겔적 의미의 "현상학은 불가능하다는 것인데, 왜냐하면 의식은 자신의 내적인 전개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와 별개인 것에 대한 근원적 발견에 의해서 현실에 가닿기 때문이다. - P250

우리는 일반 이론, 즉 실천 일반의 이론을[대문자로 시작하는] 이론Théorie‘이라 부를 것이다. 이 실천 일반의 이론 자체는 기존의 "경험적" 실천들(인간들의 구체적 활동)의 이데올로기적 생산물을 "지식들" (과학적 진리들)로 전화시키는 기존의 이론적실천들(과학들)에 대한 이론의 기초 위에서 정교제작된다. 이 이론은변증법적 유물론과 동일한 것인 유물론적 변증법이다. 이 정의들은, 이미 실천적 상태로 존재하는 해법을 이론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 하는 질문에 이론적으로 근거를 갖춘 대답을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 P290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을 헤겔 변증법과 구별하는 고유한 차이란 무엇인가? 제기된 이 문제는, 마르크스의 이론적 실천에 의해서든 계급투쟁의 정치적 실천에 의해서든 간에, 마르크스주의적 실천에 의해 이미 해결되었다. 따라서 그 해법은 마르크스주의의 저작들 속에 실존하는데, 그러나 그것은 실천적 상태로 실존한다. 이제 그 해법을 이론적 형태로 진술해야 한다. - P312

우리는이데올로기가 그 속에서 자신이 현실적인 것에 관여한다고 믿는 그런 영역을 포기하는 조건하에서만, 즉 이데올로기적 문제설정을(이데올로기의 근본적 개념들의 유기적 전제를, 그리고 이 체계와 더불어, 이 개념들의 대부분까지를 포기하고, "또 다른 요소들 속에", 새로운 과학적인 문제설정의 장 속에 새로운 이론의 활동을 기초 짓는 데로 나아감으로써만, 과학을 획득할 수 있다. - P333

단순한 것은 복잡한 구조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하나의 단순한 범주의 보편적 실존은 결코 기원적인 것이 아니며, 역사적인 긴 과정의 끝에, 극단적으로 분화된 사회구조의 산물로서 등장한다. 따라서 현실에서 우리가 대하는 것은, 단순한 본질이 됐든 단순한 범주가됐든 간에 단순성의 순수한 실존이 아니라, 복잡하고 구조화된 존재들 및 복잡하고 구조화된 과정들의 "구체성들"의 실존이다. - P341

마르크스주의적 모순의 특유한 차이는 모순의 "불균등성" 또는
"과잉결정"이며, 이 "불균등성" 또는 "과잉결정"은 모순 속에 모순의 존재 조건을, 즉 모순의 실존인 항상-이미 주어진 복잡한 전체의 특수한 (지배 관계를 갖는) 불균등성의 구조를 반영한다. 이처럼이해된 모순은 모든 발전의 동력이다. 모순의 과잉결정에 기반한 전위와 압축은 그것들의 우세 dominance 여하에 따라, 복잡한 과정의 실존, 즉 "사물들의 생성"의 실존을 구성하는 (비적대적·적대적·폭발적)국면들을 설명한다. - P375

변증법에 대한 정의가 자신이 그것에 대해 진술한 그 영역을 넘어서는지, 따라서 이론적으로 단련된 보편성을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이 정의를 다른 구체적 내용들, 다른 실천들의 시험에 부쳐 봐야 한다. 예컨대, 자연과학의 이론적 실천의 시험에, 과학들 속에서 아직도 문제가 야기되는 이론적 실천들(인식론, 과학사, 이데올로기들의 역사, 철학사 등)의 시험에 부쳐 봐야 한다. 이 정의를 이런 시험에 부치는 것은 이 정의의 유효범위를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요, 경우에 따라, 의당 그래야 하듯이, 이 정의를정정하기 위한 것이며, 요컨대 우리가 검토한 "개별특수적인 것"particulier 내에서 이 "개별특수적인 것"을 개별특수적인 것으로 만든보편적인 것 자체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 P377

다른 민족을 착취하는 민족이 자유로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데올로기를 사용하는 계급 역시 그 이데올로기에 구속된다. 따라서 이데올로기의 계급적 기능에 대해 말할 때에는,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라는 것,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피착취 계급을 지배하기 위해서 소용될 뿐만 아니라 지배계급으로 하여금 세계에 대한 자신의 살아지는 관계를 현실적이고 정당화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하면서 자신을 지배계급으로 구성하게 하는 데 소용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더 멀리 나아가서 계급들이 사라진 사회에서 이데올로기는 어떻게 되는가 자문해야 한다. - P411

마르크스는 인간 본성 또는 인간본질이라는 관념이, 쌍을 이루는 가치에 대한 판단을, 아주 정확히말해서 인간적-비인간적이라는 쌍을, 감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는 ‘비인간적인 것‘도 ‘인간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의관계들의 산물이다. ‘비인간적인 것‘은 현재의 관계들의 부정적 측면이다......"라고 쓴다. 인간적-비인간적이라는 쌍은 모든 인간주의의 숨겨진 원리이며, 인간주의는 이 모순을 살고짊어지고-해소하는 방식일 뿐이다. - P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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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작은 땅의 야수들 (리커버 특별판)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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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이라는 제목은 일본인 장교가 한국에 대해 말하는 대목에서 나왔는데, 작은 땅에서 거침없이 번성하던 야수들은 한국의 영적인 힘을 상징한다. 일제강점기 때 호랑이는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사람들을 북돋아줬다.


1910년대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김주혜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2024년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한국 소설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는데 번역 작가의 역량인지 김주혜 작가의 역량인지 모르겠지만 번역이라는 느낌이 안 들고 한국어 자체로 느껴졌다.

 

이 소설에서는 옥희, 한철, 정호, 명보, 야마다, 이토 등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시대를 인식하고 경험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소설의 제목 자체는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들의 시선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니 그제서야 수긍이 갔다. 


조선 시대 말만 해도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각종 민담이나 설화, 소설, 그림 작품에 등장할 정도로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존재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수많은 밀렵꾼, 일본인들에 의해서 사라져서 1960년대가 되면 사실상 한반도에서 더는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소설 초반에 일본인인 야마다와 이토가 산속을 헤매다 어느 조선인을 구해준다. 하필 호랑이가 나타났는데 조선인 덕분에 일본인들도 무사히 산속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의 모태가 된 이야기이자 제목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놀라운 것은 이 조선인의 아들과 야마다가 나중에 극적으로 만나는데 야마다 덕분에 조선인의 아들이 살아 나올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토는 장차 백작 작위를 승계할 후계자다. 전형적으로 일본이 조선을 근대화시켰다는 논리를 가진 인물이다. 


“우리가 이들을 현대화하고 발전시켜 주는 대신, 이들은 그 대가로 우리에게 쌀과 특산품, 이국적인 공물을 바치는 것 아니겠나? 골동 청자나 호랑이 가죽 같은 것 말이야. 지금 세계의 다른 곳들도 모두 똑같은 상황이야.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를 좀 보라고. 그들 모두 아프리카와 아시아 대륙을 나눠 먹으며 더 큰 강대국들이 되어가고 있어.

아, 그러고 보니 여자들을 빼먹었군. 쌀, 호랑이, 그리고 여자. 이 세 가지야말로 조선 제일의 특산품이라니까.” 이토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행렬을 향한 박수와 환호에 가담했다.


옥희는 어린 나이에 기생 견습생으로 들어가 기생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유명한 연극 배우로 성장한다. 한편에서는 은실, 월향, 연화, 단이처럼 기생과 권번들이 있고 정호, 영구, 미꾸라지처럼 밑바닥에서 시작한 이들도, 부모를 잘 만나 호의호식하는 김성수와 이명보가 있다. 그러나 김성수와 이명보는 서로 다른 삶을 산다. 김성수는 한국의 독립은 찬성하나 내부적인 자체 발생 행동은 경계하고(아래로부터의 민중 운동은 반대하는) 개혁은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1920년대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자치주의자 지식인 중 한 사람을 표방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명보는 같이 일본 유학생활을 했지만 삶의 끝까지 한국의 독립을 꿈꾸며 혁명적 행동에 뛰어든 인물이다. 

단이는 권번인데 화려한 젊음의 시절이 지나가고 나서는 마약에 빠지는 모습에서 토지의 봉순(기화)가 겹치기도 했다.


기생과 권번이 독립 운동에 많은 보탬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단이도 그랬는데 명보가 운동 자금을 부탁하러 간 자리에서 김성수는 거절하지만 그녀는 받아들인다. 


자네에게 강요할 수는 없겠지. 그저 지난날 동경에서 자네가 눈독 들였던 그 게이샤한테 따로 집 한채까지 마련해 주느라 아낌없이 탕진했던 돈이 얼마나 되는지 회고해 보길 바라네. 그 돈이라면 지금 우리의 젊은 병사들에게 어떻게 쓰일 수 있을는지도, 그들은 우리 조국을 위해 헌신하고자 총 한 자루와 실탄을 얻기만을 바라고 있다네.


우리는 일본인들이 우리 민족을 살해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똑같이 살해하자는 게 과연 올바른 답일까? 그 모든게 너무 야만적이고, 그만큼 옳지도 않은 짓이야. 그래, 그런 무모한 폭력에는 이바지하지 않을 테다.


제가 드리는 이 군자금은 단지 저만이 아니라, 거의 평양 전체 기생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드리는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남자에게 술 따르고 수청 들면서 번 돈이고, 각자 은퇴 후 안정된 여생을 보내기 위해 평생 고이 모아온 패물입니다.


193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조선의 독립에 대한 열망이 존재했고 노동자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열기가 존재했지만 세계대전 말기가 되면 전쟁 물자 공출 등으로 굶어죽는 사람들이 허다하게 된다. 여유로웠던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장 놀라운 사건들은 아무도 눈치챌 수 없이 작은 바늘 하나가 툭 떨어지듯 시작하여 꼬리를 물고 연쇄한다. 길잃은 개 한마리의 출현만큼이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저 세월 속에 묻혀 흘러가는 여느 일탈로 말이다.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살고 사랑을 나눈다. ‘그저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소박한 삶을 나누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그러면서도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며 ‘인간들이란!’ 넋두리를 하기도 하고 잔인한 시대 속에서 변해가는 사람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세상을 흑백으로 딱 잘라 나눌 수는 없는 법이야.’ 생각하기도 했을 것이다. 


1945년 드디어 해방의 문이 열린 날의 풍경을 소설 속에서는 이렇게 전한다. ‘마지막 빗방울 하나에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댐처럼, 사람들이 숨 막히는 속도로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해방 후 드디어 조선이 하나가 되어 살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믿었던 조선의 독립은 멀어져 갔다. 처음에는 남북의 국경을 넘는 것이 경성에서 인천으로 가는 것처럼 쉬웠다. 하지만 결국 국경이 폐쇄되고 초소가 설치되자, 사람들은 이웃과 친구들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곤 했다.


한국 전쟁 전에는 친일 부역자의 처리가 있었고, 전후에는 남북 체제의 강화로 반공주의가 득세를 이루며 빨갱이 혐오가 시작되었다. 동백림 사건 등을 비롯한 사건의 조작으로 연루되어 피해를 본 이들이 생겼다. 

소설 속에서 김성수는 마치 박흥식이나 김연수, 김성수 같은 인물을 떠올리게 하고, 이명보는 여운형이나 박헌영 등을 떠올리게 한다. 


김성수의 혐의는 길고도 막중했다. 피고인은 평생을 일본인의 협력자로 살았으며, 피고인의 삼촌은 그 끔찍한 이토 히로부미 총독에게 직접 백작 작위를 받은 인물이기도 했다. 김성수의 아버지는 일본인들과 공모한 덕택에 영지를 몰수당하지 않았다. 김성수 본인도 별로 나을 게 없었다. 그는 종로경찰서장, 일본군 고위 장교들, 그 외 일본인 세력가들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왔다. 그는 일본이 항복하는 당일까지도 일본군에 자금과 물자를 지원했다. 


어느 날 밤, 뉴스에서 아나운서가 심각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은 소식을 전했다. 야생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포획된 호랑이가 창경궁 동물원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이야기였다. 6.25가 끝난 직후 부모를 잃고 새끼로 발견된 호랑이였다. 관련 생물학자 대부분이 이제 시베리아 호랑이는 한반도에서 공식적으로 멸종되었다는 견해를 밝혔다. 


너무나도 작은 땅덩이에서 5천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어마어마한 맹수들이 인간과 공존하며 살 수 있었던 것은 한민족의 자연에 대한 경의와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나는 자연을 존중하여 함께하는 것이 한국 문화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정신이 많이 피폐해진 지금, 우리의 본질을 일깨우고 싶었다.


작가가 이 책에서 담고자 했던 생각이다. 오늘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가면 갈수록 이 땅에서 만날 수 있는 생물이 소멸해가고 있다. 기후가 변하면서 인간의 생존마저 위협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음은 이제 다들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여러 인간의 삶을 만나면서 내가 가진 지금의 시간이 역설적으로 얼마나 소중한지 곱씹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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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30 05: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선 시대에는 호랑이가 많아서 사람이 죽기도 했는데... 사람이 동물이 사는 곳까지 살게 돼서 그런 거기는 하겠습니다 고라니가 한국에는 많지만, 멸종위기 동물이라고 합니다 고라니가 늘어나는 건 고라니를 잡아먹을 맹수가 없어서겠네요 늑대나 여우도 있었는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민족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뀐 것 같기도 합니다 어디나 개발, 산이 더 줄어들면 안 될 텐데 싶습니다


희선

거리의화가 2025-01-31 16:06   좋아요 0 | URL
전쟁 말 무렵 창경원 동물의 처분에 대한 내용은 ‘와, 그랬겠구나!‘ 놀라움이었어요. 그렇다고 동물들을 강제로 도살하거나 일본으로 가져가버리다니... 먹이사슬 관계가 파괴되어 이제는 동물들도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희선님 고맙습니다^^